박 대통령, 시 주석과 여섯 번째 회담…이례적 특별오찬 눈길
[뉴스핌=이영태 기자] 중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일 정상회담에서 최근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합의가 구체적 행동으로 이행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속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사진=뉴시스> |
두 정상은 우선 북핵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관련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의미 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또 한중일 3국 협력방안과 관련해 올해 10월 말이나 11월 초를 포함한 상호 편리한 시기에 한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자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이날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34분 가량의 한·중 정상회담과 1시간4분간의 특별오찬까지 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동북아 외교안보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중관계와 관련해선 "양국 관계가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판다 공동연구를 위한 유관기관 협의 조기 마무리 ▲한중 인문유대 강화 사업 확대·발전 ▲문화분야 콘텐츠 공동개발 및 제3국 진출 협력 등을 추진키로 했다.
두 정상은 또 한국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역내 신뢰와 협력 구축을 위한 매우 유용한 틀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구체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는 한편,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간 상호 연계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특히 지난달 남북 간 대치상황에서 8·25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중국의 기여가 컸다고 높게 평가했다.
분홍색 재킷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회담장에 들어선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해소하는 데 중국 측이 우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며 "지난 세기 두 나라가 함께 겪은 환난지교의 역사가 오늘날 두 나라 우의의 소중한 토대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두 나라가 직면한 여러 도전을 해결하는 데도 잘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중 양국 간에 전략적 협력과 한반도의 통일이 역내 평화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과 중국은) 현재 저와 박 대통령님의 상호 방문을 통해 일련의 중요한 공통인식을 달성하였으며 현재 전면적으로 이행해 나가고 있고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며 "양국 간 고위층 교류가 빈번하고 한·중 FTA를 정식적으로 체결했으며 AIIB 틀 내에서의 협력도 새로운 진전을 거두었다. 양국의 인적 교류 수준도 부단히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한·중 두 나라가 제국주의의 침략과 강점에 맞서 싸웠다는 점을 들어 "한중 관계는 현재 정치적 상호 신뢰, 경제·무역 협력, 인적 교류가 함께 전진하는 기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양국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에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듯이 중국에도 '많은 사람이 함께 장작을 모으면 불이 커진다'는 말이 있다"면서 "저는 한국 측과 함께 각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하며 우리가 정한 방향대로 공동 발전의 길을 실현하고, 지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아시아의 진흥을 위해 함께하고,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네 개의 동반자' 목표를 향해 뻗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동시통역으로 압축적 대화 나눴다"…이례적 특별오찬 눈길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날 정상회담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대화의 양을 늘리는 등 압축적이고도 긴밀하게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일반적인 정상회담은 한쪽 정상이 발언을 하면 이어 통역사가 통역을 하고 이후 기다리던 상대 정상이 발언을 이어가는 식의 순차통역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금까지의 한·중 정상회담도 이런 관례에 따라 이뤄져왔다.
하지만 이날 회담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별도로 통역사가 통역하는 시간을 빼고 실시간으로 통역을 들으면서 진행하는 동시통역은 그만큼 빨리 진행된다. 이 때문에 회담이 이뤄진 시간에 비해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회담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며 "회담이 이뤄진 34분 동안 아주 많은 정보가 왔다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차통역이라고 (감안)하면 1시간 넘는 회담의 효과를 거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인민대회당 서대청으로 장소를 이동해 낮 12시30분께부터 1시간 가량 특별오찬을 가졌다.
이날 오찬에서는 모두 10곡의 음악이 연주된 가운데 양국 음악이 번갈아가며 흘러나왔다. 먼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대표곡으로 지난해 7월 시 주석 방한 당시 국빈만찬에서도 연주됐던 '희망의 들판에 서서(在希望的田野上)'가 울려퍼졌다.
이후 '아리랑', '첨밀밀(甛蜜蜜)', '오나라'(드라마 '대장금' 삽입곡), '당신에게 장미 한 송이', '아이 테스티니(My Destiny)'(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삽입곡), '야래향(夜來香)', '빙고', '달 따라가는 오색구름', '꽃이 활짝 핀 보름달의 밤' 등 중국곡인 마지막 2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한국의 순으로 음악이 연주됐다.
오찬 메뉴를 소개하는 안내장 앞 부분에는 박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한글과 한자로 '이심전심 무신불립(以心傳心 無信不立)'이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이 글귀는 지난해 시 주석 방한 당시 양국 국민이 함께 간직해온 공동이념이라고 강조한 내용이다.
시 주석의 사진 밑에는 한글로 '번영창조, 미래개척', 한자로 '통시판롱, 공촹웨이라이(同襄繁荣, 共创未来)'라는 문구가 쓰였다.
오찬에는 식전냉채, 연밥백합탕, 대파해삼찜, 꽃등심스테이크, 황금죽순과 아스파라거스, 레몬향대구롤, 딤섬 등이 메뉴로 나왔다. 중국 화베이(華北)지역에서 생산된 레드·화이트 와인도 곁들여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특별오찬의 의미에 대해 "이번 다자 행사 계기에 한·중 정상회담에 이은 시 주석 주최 양자 특별오찬은 이례적인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이번 행사 참석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각별한 배려·환대와 함께 날로 발전하고 있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