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후 2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 다시 소집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24일 브렉시트(Brexit), 즉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현실화됐다. 당장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환율이 요동치는 가운데 영국발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인다. 정부는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을 갖추고 상황에 따라 적극 가동하기로 했다.
국민투표 결과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탈퇴 찬성'으로 나오면서, 당장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이날 오전 10% 가까이 급락하며 30여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후 들어서도 파운드화는 8% 가량 낙폭을 보이고 있고, 유로화도 소폭 내리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화는 3% 가까이 오르는 중이다. 엔화 가치도 상승, 달러/엔 환율이 장중 99.11엔을 기록, 100엔이 붕괴됐다. 금 가격도 약 7% 뛰었다.
영국이 세계적 금융중심지인 것을 감안하면, 영국발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탈퇴하면 유럽발 금융위기다"면서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파운드화 급락하고, 그럼 유로화도 당연 떨어질 것이고, 전 세계 환율이 요동치면 중국, 일본 등이 나설 거고 그러면 통화전쟁 다시 한 번 일어나는 거다"고 판단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이 24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브렉시트와 관련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오전 브렉시트 대비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던 정부는 개표가 진행되면서 영국의 EU 탈퇴가 유력해지자 오후 2시 다시 한 번 회의를 소집했다. 그만큼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유럽 이외 지역의 경우 브렉시트에 따른 실물경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연구기관의 견해를 감안, 우리나라와 같이 대영(對英) 무역·금융 익스포져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고, 직접적인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7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외환보유고도 넉넉한 수준이다. 하지만, 브렉시트의 충격이 어느정도의 규모로, 어떤 식으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는 필요해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브렉시트 사태로 인한 충격이 어떤 형태로, 얼마나 오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의 충격이라고 하면, 현 외환보유고로 충분히 견딜 수 있겠지만, 예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관계기관은 향후 발생가능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긴밀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의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확대·보강한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가동하고, 시장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국내외 금융·실물경제 동향을 실시간으로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국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컨틴젼시 플랜에 따라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벌어질 이벤트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은 항상 매뉴얼로 갖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알맞게 수정해 가동하고 있는데,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