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시종일관 유쾌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웃음이 터진다. 배우들이 뱉는 말들은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객석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장진 감독이 제대로 된 코미디 연극을 만든 모양이다.
연극 ‘꽃의 비밀’은 갑자기 남편 없이 생계를 꾸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네 명의 아줌마 자스민(배종옥‧조연진)과 소피아(이선주‧구혜령), 지나(김보정‧박지예), 모니카(소유진‧이청아)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불의의 사고(?)로 포장된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타기 위해 네 명의 아줌마가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극 초반은 무난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한 통의 전화와 한 명의 폭탄발언이 본격적인 연극의 시작을 알린다.
이 한 통의 전화와 한 명이 폭탄발언은 나름대로의 반전을 선사한다. 바로 네 명의 아줌마들 남편이 바람이 났다는 것을 언급하고, 이들의 사고는 누군가가 꾸민 짓임이 밝혀진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네 명의 아줌마들은 남편들에게 보험금 20만 유로가 걸려 있는 건강검진이 당장 내일임을 깨닫는다.
남장을 한 네 명의 아줌마와 메디컬 체크를 위해 집을 방문한 의사 카를로(최태원)의 케미는 정말 대단하다. 전개는 스릴 넘치는 속도감을 자랑하고, 의사와 네 명의 아줌마들이 무의식중에 내뱉는 대사들은 객석에 긴장감을 선사한다.
남장 후의 극의 웃음 포인트는 자스민이 맡는다. 술에 취한 조연진의 연기는 탄성을 터뜨리고, 배우들과 객석을 향해 던지는 애드리브 모두 웃음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엉뚱하면서 귀여운 매력을 더하는 김보정과 가녀리지만 파워 있는 이청아, 그리고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고 묵묵히 끌고 가는 이선주의 연기는 객석을 단숨에 압도시킨다.
‘꽃의 비밀’은 완벽한 ‘코미디’ 연극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런 골 때리는 아줌마들의 모습은 마냥 행복한 웃음만을 주진 않는다. 남장 후에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개저씨’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다리를 벌리고 중요 부위를 아무렇지 않게 긁고, 성희롱을 일삼는 모습을 제대로 풍자했다.
또 남편이 바람을 피지만, 이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모습과 축구에 빠져 집안일을 등한시 하는 남편으로 인해 모든 것을 책임진ㄴ 아내로서의 삶이 녹아져 있다. 그리고 극 중에서 사용된 대사들은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부부’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한편 ‘꽃의 비밀’은 오는 2월 5까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만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수현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