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허공을 그리다

기사입력 : 2017년08월28일 15:23

최종수정 : 2017년08월28일 15:23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마음에 오래 맺힌 풍경은 어느 순간 또다른 풍경으로 인해 새롭게 채색되기도 한다. 무의식과 시간은 이처럼 절묘하게 삶에 무늬들을 그려 나간다.
최근에 중국의 요령성 일대를 답사한 적이 있다. 북탑과 봉황산 등으로 유명한 조양의 어느 거리를 걷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풍경이다.

붓이라 할 수 있는 긴 도구에 물을 묻혀 누군가 보도블록에 글을 쓰고 있었다. 손에 들린 책을 보며 쓰는 것이 산문인지 시인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저 자체가 시로 보였다. 아니 시마저 넘어서는 느낌이었다.

물이 마르는 쪽에선 쓰여진 글자가 지워져가고 있었다. 멋지게 휘갈겨진 글자가 시나브로 마르며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런 것을 알면서도 그는 긴 붓을 놀리며 글을 써나갔다.
음악적이라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었다. 허공에 밀도 깊은 소리를 순간적으로 선사하고는 이내 사라지는 음악과 저 풍경은 본질적으로 닮아 있었다. 물론 소리는 나지 않는다. 소리 없는 음악이라고나 할까.

내 안에 오래 맺힌 풍경 중 하나는 아일랜드 출신의 화가인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이다. 그는 독특한 그림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런 말을 남겼는데 나는 그 광채에 오래도록 빠져 있었다. ‘나는 고함을 그리고 싶다.’ 베이컨이 한 말이다.

고함은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질러지거나 들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그러기에 고함을 그리고 싶다는 말은 그릴 수 없는 것을 그리고 싶다가 된다. 달리 말하면 불가능의 가능을 꿈꾼다가 된다.
언뜻 보면 말장난으로도 보이겠지만 그 내막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베이컨의 고국인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 대기근으로 인한 식량난 등의 역사적인 비극을 품고 있다. 베이컨이 활동하던 시대는 유럽을 휩쓴 세계대전 등의 재앙 속에 아일랜드 특유의 비극이 더욱 심화된다. 그러한 정황도 베이컨의 저 말 속에 배어 있을 것이다.

베이컨의 그림들은 해괴하기 이를데 없다. 사람들의 얼굴을 마치 푸주간의 고기 이상으로 일그러뜨리고 짓이겨 놓는다. 뭉크의 ‘절규’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그보다 훨씬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하다. 베이컨 자신의 말처럼 고함을 그린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철학자 들뢰즈는 베이컨의 그림들을 해석하며 자신의 철학을 확장시킨다. ‘기관 없는 신체’라는 괴상한 개념이 등장된다. 간, 콩팥, 위장 등으로 분화되기 이전의 살덩어리를 떠올리면 이해에 가까워질 것이다. 명명되고 분리되고 논리화되기 이전의 즉물 상태를 드러낸다고 봐도 될 것이다. 간, 콩팥, 위장 등으로 규정된 상태가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될 수 있는 잠재성으로 보면 될 것이다. 시대의 비극과 어우러진채 그에 대항해 무모한 예술로서 불가능의 가능을 모색하는 베이컨의 예술은 그처럼 논리나 합리 이전의 세계를 고독하고 집요하게 추구한다고 해도 될 것이다.

여기에서도 보이듯 서양 철학의 개념은 해괴한 언어의 조합으로도 나아간다. 필자가 이름지었듯 스토리 빌딩의 한 예로 삼아도 될 것이다. 가이드가 없고 공허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단정하면 무리가 생기겠지만 그렇게 추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런 복잡하게 꼬인 말에 공연히 주눅들 필요가 없다. 그런 말의 이면을 헤아리며 찬사를 보낼 것은 보내고 그 너머 필자처럼 잉여의 감정이 생긴다면 자신의 것으로 삼든 자신의 철학으로 나아가면 된다.

부연을 조금 한다면 들뢰즈의 ‘기관 없는 신체’ 개념은 또다른 철학자에 의해 ‘신체 없는 기관’으로 뒤집혀 다른 논리의 옷을 입는다. 들뢰즈의 ‘기관 없는 신체’ 개념을 뒤집어 공격함으로써 들뢰즈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또다른 세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렇게 주장된 자신의 개념을 우위에 놓고자 하는 권력 의지일 수도 있다.

이런 개념들에 대한 복잡한 논의를 하려는 취지의 글은 아니다. 그런 것은 일단 전문적인 철학자들의 몫일 것이다. 필자는 다만 지금껏 흘러온 수필에서 보듯 동서양 즉 세상에 흐르는 맥락들 속에 그런 개념들을 놓고 이해와 동시에 그것들 너머의 잉여를 봄으로써 비판의 가능성을 보자는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개념이 어떠하든 맥락적 이해 속에 탄성과 더불어 측은지심마저 생길 수 있다.

서양 철학이 이처럼 전통적으로 쓰이지 않던 해괴한 말의 조합으로 막 나가는 것은 기존의 이성, 합리 등등의 개념들로 세상이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다는 절망의 표현일 수도 있다. 앞의 수필에서 우주의 본질이 맹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는 말처럼 세상의 본질 역시 파악 불가능하다. 게다가 현대 문명은 더욱 기이하게 진행된다. 이처럼 변모된 세계에 대해 그에 맞는 개념이 창출될 수밖에 없는 바 상식으로 보면 생뚱맞은 개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나는 고함을 그리고 싶다’는 베이컨의 말은 들뢰즈의 저서 ‘감각의 논리’에서 읽힌지 십 여년이 지났어도 내 안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 불가능의 가능은 예술의 본질 중의 하나임을 의심치 않는다. 유목민적인 사유를 하며 철학을 너머 예술, 과학 등으로 종횡무진 탈주를 통해 20 세기 후반을 풍요롭게 한 들뢰즈 역시 내 안에 자리잡고 있다. 인공지능이니 사물인터넷 등등의 전혀 색다른 세계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지금 지난 세월을 풍미했던 들뢰즈 등등의 탁월한 철학자들의 세계도 이젠 신선미가 줄어드는데다가 최적의 처방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물론 베이컨이나 들뢰즈는 한 시대를 풍미했고 그들의 영향은 지금 이 시대까지도 지대하다. 앞으로도 그런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강박의 내음. 기존의 미술이나 철학을 해체하며 전혀 다른 세계를 빚어나가면서도 그림이든 개념이든 짓이겨 놓을 수밖에 없는데서 나왔을. 그런 것들이 조양 거리의 바닥에 긴 붓에 물을 찍어 그려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봄비에 닦여나가는 기분이었다.

저 거리의 예술가는 보통 사람일뿐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조양엔 이런 풍경이 꽤나 보였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로서 바닥에 음악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베이컨이나 들뢰즈의 미술 내지 사유에 대한 비판의 글까진 되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 곁에 가만히 놓아두어도 괜찮을 듯하다. 물이 붓에 배여 바닥에 물의 시를 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풍경을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듯 하다가 사라져 공(空)이 되어 버리는 것. 베이컨이 고함을 그리고 싶었다면 이름 모를 평범한 예술가는 바닥에 허공을 그리고 있었다.

이명훈(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갑질 의혹' 강선우 살린 까닭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살리기로 했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낙마자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상징적인 낙마자로 이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다. 야당이 강력히 요구한 두 명 중 한 명을 낙마시킴으로써 야당의 체면을 세워주는 모양새를 취하는 동시에 독주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피하려 한 것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후보자 낙마가 측근인 강 후보자에 비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강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현역 의원 낙마 1호라는 불명예를 안게 돼 의원직을 수행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 후보자 낙마로 강 후보자를 구제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마련된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5.06.26 gdlee@newspim.com 이 대통령과 여권 핵심은 지난주 이미 한 명 낙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일부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돼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마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특히 주말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의견을 구한 것은 최소한 한 명의 낙마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야당 대표까지 만나고 모든 후보자를 밀어붙일 경우 독주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 낙마자 제로는 이 대통령의 결단을 부각하기 위한 전술이었다. '낙마자는 없다'는 여당의 강경론에도 이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야당과 민심을 수용하는 모양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진 사퇴가 아니라 지명 철회라는 강수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을 취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16 mironj19@newspim.com 관심은 낙마자가 한 명이냐, 아니면 두 명이냐였다. 두 후보자 모두 낙마 1순위였다. 한 명을 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막상막하였다. 논문 표절과 자녀 불법 조기 유학 의혹이 불거진 데다 전문성도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받은 이 후보자의 낙마는 사실상 결정된 상태였다. 여기에 강 후보자까지 포함시킬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파상 공세를 취하는 야당이 문제가 아니었다. 두 후보자에 대해 진보색이 강한 시민 단체마저 낙마를 요구했다. 여론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칫 지지 세력이 등을 돌릴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자 낙마와 강 후보자 구제는 여당 기류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주변에서 "이 후보자는 외부에서 추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은 낙마자가 나올 경우 1순위는 이 후보자가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낙마하더라도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당 분위기는 더 노골적이었다.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입단속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침이 없었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난주 중반까지 여론이 싸늘했지만 그 이후 당 주변에서는 더 이상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달랐다. 김상욱 의원에 이어 강득구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후보자를 비판하며 거취를 거론했다. 강 의원은 "연구 윤리 위반, 반민주적 행정 이력, 전문성 부족 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 결격 사유"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 낙마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듯했다.   이 후보자는 논문 표절 문제가 컸지만 이재명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유능함도 보여주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여권이 갑질 논란이 심했던 강 후보자를 감싼 논리가 유능함이었다. 청문회 과정에서 유보 통합 등 교육 정책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조차 숙지하지 못해 전문성에 심각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여당 의원들조차 "어떻게 그런 것도 대답을 하지 못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임명이 안 된 11명의 장관 후보자 중 지명 철회는 이 후보자 한 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강 후보자는 임명 절차를 밟을 것임을 시사했다.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을 강행하려면 절차상 국회에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해야 하는 만큼 이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임명한다고 해도 부담은 남는다. 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한 상당수 민주당 보좌진들과 정서적으로 등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강 후보자 사퇴를 요구한 시민단체의 입장도 부담이다. 야당은 여론을 돌리기 위한 파상 공세에 나서고 있다. 강 후보자도 갑질 장관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에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향후 여론 추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leejc@newspim.com 2025-07-21 06:45
사진
안세영,왕즈이 꺾고 日오픈 우승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시즌 6승을 달성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일본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2위·중국)를 42분 만에 2-0(21-12 21-10)으로 완파했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안세영(왼쪽)이 20일 일본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뒤 중국의 왕즈이와 시상대에 올랐다. [사진=BWF 동영상 캡처] 2025.07.20 zangpabo@newspim.com 안세영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이로써 안세영은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에 이어 일본오픈까지 올해에만 6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부상으로 불참한 일본오픈에선 2023년 이후 2년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안세영은 왕즈이와 상대 전적에서도 13승 4패로 격차를 벌렸다. 특히 올해는 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에 이어 일본오픈에서 왕즈이를 잇달아 꺾었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안세영이 20일 왕즈이와 일본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마지막 게임 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사진=BWF 동영상 캡처] 2025.07.20 zangpabo@newspim.com 1게임 10-10으로 맞선 게 유일한 접전이었다. 안세영은 이후 8득점을 내리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2게임에서도 두 번 연속 5득점 하며 손쉽게 왕즈이를 꺾었다. 안세영은 22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중국오픈에서 시즌 7관왕에 도전한다. 남자복식 서승재-김원호 조(3위·이상 삼성생명)도 세계랭킹 1위인 말레이시아의 옹유신-테오예이 조를 2-0(21-16 21-17)으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서승재와 김원호는 올해 말레이시아오픈, 독일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에 이어 5번째 우승을 합작했다. zangpabo@newspim.com 2025-07-20 17:3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