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가 보여준 ‘왕년의 한국 헝그리 축구’... 간절한 2018 러시아 월드컵의 꿈. 이란과의 경기를 극적인 2-2 무승부로 마감한 시리아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사진= AP/뉴시스> |
시리아가 보여준 ‘왕년의 한국 헝그리 축구’... 간절한 2018 러시아 월드컵의 꿈
[뉴스핌=김용석 기자]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한국 대표팀에 반해 시리아가 간절함으로 월드컵 본선의 희망을 이어나갔다.
시리아(피파랭킹 80위)는 9월6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전서 ‘아시아 최강’ 이란(랭킹 24위)과 2-2로 비겨 월드컵 진출권을 향한 플레이오프 자리를 확보했다.
시리아는 당초 A조 최약체로 평가됐으나 조별 예선이 시작되자 의외의 전력을 선보여 최고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시리아는 한국(랭킹 49위)과의 경기를 비기고 중국(랭킹 77위)을 안방에서 꺾어 돌풍을 시작했다. 이란과는 비겨 화려하게 조별 예선을 마감했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월드컵의 투지를 불태운 중국은 조5위로 부진, 탈락했다.
이날 시리아는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홈팀 이란에게 선제골을 성공시켜 같은 시간 숨죽이며 우즈벡(랭킹 64위)과의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을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이란에게 2골을 내줘 월드컵의 꿈이 멀어져 가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오마르 알 소마의 동점골(2-2)은 시리아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이에 따라 시리아는 10월 호주전을 통해 월드컵 진출을 노릴수 있는 플레이오프 기회를 열었다. 객관적인 전력은 호주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으나 이미 기존의 예상과는 다른 플레이를 보여준 시리아이기에 호주도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시리아는 6년째 내전 상태에 있고 여러 제재로 인해 대표팀 재정도 바닥난 상태다. 또한 전쟁 때문에 시리아 내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해 말레이시아에서 홈 경기장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1만4000마일(왕복 1400km)이 걸린다. 왕복 1400km 거리고 비행기로만 8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사실상 홈 경기는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투혼을 발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리아 국민들은 누구보다 간절한 심정으로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고 전쟁의 상혼에 지친 국민들은 대표팀으로부터 큰 위안을 받고 있다.
경기가 있을때마다 시리아 국민들은 경기장에 모여 절절한 응원을 보냈고 이 모습은 전세계 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이로 인해 시리아의 월드컵 진출을 응원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이 관심과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전세계인의 응원을 받는 시리아를 상대로 월드컵 진출권을 향해 경기를 치루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
A조 3위를 놓고 FIFA의 셈도 복잡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돈잔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내심으로는 월드컵에서 시리아가 새로운 동화를 써주길 바라는 마음과 막대한 자본과 돈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진출하는 실리를 챙기려는 마음이 컸다.
이 때문에 한국이 속한 아시아A조 진출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이미 한국이 겪었듯이 시리아의 경기력은 세련되거나 전술적인 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최강의 침대축구를 선보였고 이렇다할 전략과 전술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팀들을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에는 오래전 투지로 똘똘 뭉친 한국 헝그리 축구를 떠올리게 했다. 이는 중동팀들에게는 좀처럼 볼수 없는 것이기에 시리아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말해준다.
시리아 선수들은 1경기를 이길때마다 1000달러(약 113만원)의 보너스를 받는다. 이는 시리아 축구 선수의 평균연봉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전쟁후 통화가치가 1000%나 떨어진 대부분의 시리아 국민들에게 상당한 금액이다.
시리아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나라가 적기 때문에 축구로 인해 받고 있는 관심은 대단하다. 그동안 시리안의 연관 검색어는 내전, 난민, 테러였으나 이제는 축구가 새로운 검색어로 자리를 굳혔다.
23명의 축구선수가 2300만명의 시리아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다. 지금도 목숨을 걸고 전세계를 떠돌고 있는 490만 난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에서는 A조 이란과 한국, B조에서는 일본과 사우디가 본선행 티켓을 획득했다. A조 3위 시리아와 B조 3위 호주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북중미 5위팀과 다시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테헤란에서 가진 이란과의 경기에서 시리아를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 시리아는 말레이시아서 홈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테헤란이 차라리 그들에게는 나은 상황이었다. <사진= AP/뉴시스> |
[뉴스핌 Newspim] 김용석 기자 finevie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