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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30주기] 퍼스트무버 삼성, "때 놓치면 안된다"

기사입력 : 2017년11월17일 11:10

최종수정 : 2017년11월17일 11:10

스마트폰 등 변화 급격한 글로벌…리더십 부재 우려
"사업은 반드시 시기와 정세 맞춰야"...경영과제 산적

[뉴스핌=최유리 기자] "사업은 반드시 시기와 정세에 맞춰야 한다."

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 <사진=뉴스핌 DB>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토지 투자 사업으로 실패를 맛봤을 때 남긴 말이다. 1937년 중일전쟁으로 땅값이 폭락한 것이 이유였다. 그의 나이 26세에 경험한 첫 실패였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의 '적기'를 판단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이 됐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을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우뚝 세운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호암은 전 세계 산업의 동향을 주시하다 기회를 포착했다. 그 결과 제일제당(1953년), 제일모직(1956년) 등 소비재 생산에서 시작해 1969년 삼성전자공업 설립으로 전자 산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1984년 반도체 산업에 진출해 성공 신화를 썼다.

사업의 '때'를 잡기 위해 정보와 네트워크를 중요시했다. 1960년대 말부터 연간 1만 여명을 미국, 유럽, 일본 등에 파견해 기술을 습득하게 했다.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일본 도쿄에 정보센터를 설립하고 시장 정보를 입수하도록 했다.

그는 1980년 7월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연에서 "오늘 한 걸음 앞서는 것이 내일 열 걸음 앞서는 것이다"라며 "그러기 위해선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변화에 기동성 있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83년 9월 8일 사장단회의에선 "정보는 기업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세계 정세를 알고 그 속에서 자신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를 기반으로 적기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 호암정신은 오늘날 삼성전자를 퍼스트 무버로 키웠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2분기에 이어 인텔을 제치고 전 세계 반도체 왕좌를 차지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매출 19조9100억원, 영업이익 9조9600억원을 내며 업계 1위로 우뚝 섰다. 일본 반도체 업체를 빠르게 따라잡자는 사업 초기 목표를 넘어 '초격자' 전략이 가져온 결과다.

휴대폰 사업도 마찬가지다. 과거 글로벌 1위 노키아를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총 825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20.6%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한 규모다. 경쟁사 애플은 점유율 11.7%로 2위에 머물렀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1등으로 올라선 삼성전자 앞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에선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일 창립 48주년 기념 행사에서 "1위를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며 "과거 수많은 1위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며 한 순간에 무너졌고 우리도 사업 재편, 경영 시스템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리더십 불확실성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방향타를 조종해야 하는 자리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올스톱'되면서 사업 기회를 감지하고 투자의 큰 크림을 그릴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꽉 막힌 경영 행보는 굵직한 투자 결정 지연으로 이어졌다. 이 부회장이 직접 뛰며 성사시킨 9조원 규모의 하만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은 멈춰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스마트홈 등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려있는 만큼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고 전력을 집중시킬 주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뛰어든 도전과 뚝심있는 투자를 이어온 (총수) 결단력의 결과물"이라며 "변화가 급격한 기술 산업에서 1등을 유지하려면 적기에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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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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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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