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에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맡아…침체 빠진 韓 조선업 구원 과제
재벌가 DNA로 자기 관리 철저
[뉴스핌=정탁윤 기자] 조선업계는 현재 긴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 시작된 글로벌 조선업황 침체는 한국 조선업을 구조조정으로 내몰았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이 조선소를 대거 건립하며 저가 수주 경쟁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경남과 전남 일대의 중견·중소 조선소가 잇따라 문을 닫았다.
불황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 '빅3'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대규모 부실을 기록하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급기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들어갔고 직원들은 순환 휴직을 실시 중이다. 정 부사장은 한국 조선업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에 중책을 맡아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리바노스 명명식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
특히 그는 지난해 인사에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로도 선임됐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 2016년 12월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선박 애프터마켓 서비스(A/S) 기업이다. 선박을 만드는 것이 조선사의 역할이라면 건조된 선박과 장비의 A/S, 운항, 정비, 수리, 개조, 폐선까지 이후 모든 작업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영역이다.
현대중공업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은 정 부사장이 영업에 주력했는데 올해부터는 현대중공업의 신성장동력인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조선업계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선박 A/S 시장에서 역할을 할 경우 향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 울산 명덕시장서 순대국에 소주 즐겨…경영권 승계는 '아직'
정 부사장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평소 재벌가 자제답게 자기관리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올해 37세로 결혼 적령기지만 아직 결혼 소식도 없다. 한때 유력 대기업 딸과의 결혼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대학 시절에도 정 부사장은 조용히 학업에 열중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위에서는 그가 정몽준 이사장의 아들이란 사실조차 잘 몰랐다고 한다. 연세대 재학 시절 한 교수가 정 부사장에게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를 같이 해볼 것을 제안했는데 정 부사장이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교수가 "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그러느냐, 돈 때문이냐?"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신분(?)을 잘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과 같은 시기에 같은 과(경제학과)를 다닌 한 지인은 "당시 정기선 씨를 학교에서 직접 봤다고 하는 사람은 주위에 별로 없는 것 같다"며 "다만 엄청난 재벌 아들이 여동생과 같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고 귀띔했다. 정 부사장의 여동생인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이사도 연세대를 졸업했다.
정 부사장은 현재 울산과 서울을 오가며 경영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울산 조선소를 방문할 때면 종종 명덕시장에 들러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순댓국밥에 소주를 마신다고 한다. 울산 조선소의 한 직원은 "술자리에서 주로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듣는 편"이라며 "그러면서도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으로 뭔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담당 임원이나 부서장, 직원들에게 바로바로 물어보고 공부한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학원 재학 시절 <사진=정기선 부사장 페이스북> |
2018년 무술년 새해 정 부사장은 울산과 서울을 더욱 자주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긴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조선업계의 운명이 정 부사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도 현재의 현대중공업 위기 탈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정 부사장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617주(0.00081%)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회사가 어려울 때 성과급으로 받은 주식이다.
아버지인 정몽준 이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 지분 25.8%를 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 이사장→현대로보틱스(지주회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ㆍ현대일렉트릭ㆍ현대건설기계ㆍ현대오일뱅크ㆍ현대글로벌서비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아직 30대로 젊고 향후 경영능력도 검증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1~2년이 될지 5~10년이 될지 모르지만 회사를 일단 정상화시켜 놓은 이후에 경영권 승계를 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