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내내 고개 푹..딸 중형 예감하자 눈물 훔쳐
이성호 부장판사, 판결문 읽다 감정 복받쳐 말 잇지 못해
[뉴스핌=박진범 수습기자]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사형을 선고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영학(36)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지난해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1심이 일단락됐다.
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 현장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시신이 든 검정색 가방을 차에 싣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영학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연녹색 수의를 입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법정에 들어섰다. 딸 이양도 같은 색의 수의를 입고 고개를 숙인채였다. 이영학 부녀의 도피를 도와준 혐의로 기소된 지인 박모(36)씨, 이영학의 후원금 편취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형 이모(40)씨 모두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이성호 부장판사는 빠르게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영학은 판사가 생년월일을 묻자 또박또박 대답했다. 이후에는 줄곧 침묵을 지켰다. 자신이 저지른 잔혹하고 엽기적인 법행이 법정 안에 낱낱이 울려 퍼지는 동안에도 계속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잠시 눈물을 훔친 순간도 있었다. 딸의 판결문에서 자신의 중형을 직감한 듯 딸의 범행 사실과 범행 후 행동에 대한 설명이 이어질 때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는 모습도 보였다.
이성호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읽는 과정에서 중간 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피해자와 유족이 받았을 정신적 고통과 충격을 짐작할 수조차 없다”고 설명하면서 감정에 복 받친 듯 낭독하던 판결문을 바라보기만 했다.
마침내 형이 선고될 때는 취재진도 타이핑을 멈춘 채 법정 안이 고요해졌다. 이어 판사의 입에서 “사형”이 나오자 방청석 일부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영학 부녀는 형이 선고될 때도 고개를 숙인 채였다. 지인 박씨는 정면을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징역 1년이 선고돼 법정구속된 영학의 형은 재판정을 나서며 흐느껴 울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친부는 법원을 나서면서 굳게 입을 다물었다. 심경을 묻는 말에도 입을 다문 채 어두운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30일 딸 이양을 시켜 피해자 A양을 집으로 부른 뒤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여 추행했다. 다음날 이씨는 A양이 깨어나자 목을 졸라 살해하고 딸과 함께 강원 영월군 소재 야산에 A양의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사회에 복귀할 경우 더욱 잔혹하고 변태적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도 피해자와 유족이 받은 피해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흐렸다.
[뉴스핌 Newspim] 박진범 기자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