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외환시장 투자자들 사이에서 정치 리스크로 인한 엔고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미국을 축으로 한 글로벌 무역마찰, 유럽의 정국 혼란, 신흥국 불안 등 리스크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외환 보유량을 축소함과 동시에 통화 옵션을 사용해 엔고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나 금융정책과 달리 이러한 정치 리스크는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경계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리스크 회피를 위해 가능한 보유량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쿄 소재 글로벌 투자운용사의 한 외환 딜러는 “최근 외환시장을 둘러싼 불확실 요인이 너무 많아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1년간 엔/달러 환율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새 정권이 탄생할 전망이지만, 막대한 부채 등 재정 기반이 취약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미국이 지난 1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수입 제한을 발동하자 유럽연합(EU)은 보복 조치로 응수하면서 무역마찰 리스크도 높아졌다.
미쓰비시(三菱)UFJ은행의 노모토 나오히로(野本尚宏) 애널리스트는 “정치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으로 경기 동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1일 발표된 미국의 5월 고용통계와 발표 후 시장 반응이 이를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5월 고용통계에서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는 22만3000명 증가하며 당초 시장 예상치(18만~19만명 증가)를 상회했다. 경기 호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됐지만 미 장기금리 상승은 제한적이었고, 외환시장에서도 발표 직후 잠시 달러화 매수세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지난 달 31일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라엘 블레이나드 이사가 “금리 인상을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별다른 재료가 되지 못했다. 노모토 애널리스트는 “5월 중반까지 미 금리 인상 가속을 배경으로 달러 매수세가 진행됐던 상황과는 매우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통화옵션시장(엔화 매수·달러화 매도)의 동향을 보면 외환시장 투자자들이 엔고에 대비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통화옵션시장의 향후 1개월 예상변동률(연율)은 지난 주 9%대까지 상승하며 약 3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물론 시장에서는 1달러=106~107엔이었던 4월 초 수준까지 엔고가 진행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미 경기는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고, 블레이나드 이사의 발언에서도 짐작되듯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은 당분간 낮아 보인다.
신문은 “산재한 정치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움직임과 장기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수요가 줄다리기를 하는 구도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 봤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