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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100세 노인' 김도빈·권동호 "더 많이 웃고 박수치며 즐기세요"

기사입력 : 2018년07월19일 18:30

최종수정 : 2018년07월19일 18:30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 동명소설 무대화
1인10역 기본에 150여개 소품, 여러 가지 춤에 도전
9월2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소설로도, 영화로도, 100세 노인이 전하는 인생 이야기는 상상 그 이상이다. 100년간 그가 만난 사람과 동물, 그가 다녔던 나라, 무수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칠 수 있을까.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출연 중인 배우 김도빈, 권동호를 지난 10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김도빈(왼쪽)과 권동호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0 deepblue@newspim.com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연출 김태형, 작가 지이선)은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Jonas Jonasson)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100세 생일날 잠옷 차림으로 양로원을 탈출한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훔치며 펼쳐지는 황당한 에피소드와 과거 100년간 의도치 않게 근현대사 격변에 휘말리며 겪어온 스펙타클한 모험이 담긴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를 먼저 봤어요. 1인 다역을 한다고는 들었지만 너무 많으니까 처음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연출이랑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나 싶었죠.(웃음) 공연을 할 때마다 엄청 큰 산을 넘고 있어요. 얼마나 높은 산을 넘게 하려고 하나 싶기도 하고.(웃음) 그래도 공연을 점차 하다보니 재밌어졌어요. 사실 고생을 많이 했어요. 많은 캐릭터를 하니까 목도 가고, 몸도 계속 움직여야 해서 힘들어요. 재밌어진 건 얼마 안 됐죠.(웃음)"(김도빈)

"저는 영화도 안 봤어요. 원래 작품의 원작을 먼저 보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연출님과 작가, 연극열전, 좋은 배우들 때문에 기대가 됐어요. 그런데 대본을 받고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죠. 분량도 많고 긴 대사들에 지레 겁도 먹었고요. 대사가 해결되는 듯하니 갑자기 춤을 추라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더 당황했죠. 뮤지컬 '팬레터'보다 춤을 더 많이 추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창작 초연이라 하는 도중에 수정도 많이 되고, 해야할 건 많고, 시간은 부족해서 개인적으로 멘붕이 오기도 했죠. 그래도 관객분들이 잘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에요."(권동호)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김도빈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0 deepblue@newspim.com

알란이 태어난 1905년부터 2005년까지 그의 행적을 고스란히 밟는다. 스웨덴은 물론 스페인, 미국, 중국, 히말라야, 이란, 러시아, 북한, 발리,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를 거친다. 세계지도를 형상화한 수십 개의 서랍들, 150여 개의 소품들에 이어 배우들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춤까지 춘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도 춤이 가장 힘들었다고.

"제가 방향치에 길치에요. 그래서 처음 배울 때 어떻게 외워야하는지 정말 막막했어요. 제가 좀 느린데, 그래도 하다보니까 몸으로 익히게 되더라고요. 초반에 살이 많이 빠졌다가 몸에 익으니 다시 편해지더라고요. 사실 땀이 별로 없는데 이 공연은 흠뻑 젖어요. 속옷까지 다 젖는다니까요.(웃음) 뮤지컬이 아닌데 저희가 갑자기 춤을 추니까 관객들이 '뭐하는 거지?'라는 시선으로 봐요. 어떻게든 흥나게 하려고 소리도 지르고 열심히 춤을 춰요. 요즘에는 조금씩 박수치는 분들이 생겼어요."(김도빈)

"계속 땀을 흘려서 저는 무대까지 적실 정도에요. 지금까지 제가 해본 공연 중에서 제일 힘들죠.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공연이에요. 첫공 끝나고 다음날 일어났는데 두드려 맞은 줄 알았어요.(웃음) 무슨 공연을 해도 진짜 목이 안 상했는데 이번에는 상하더라고요. 주말에 토요일 2회, 일요일 2회를 한꺼번에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캉캉 춤을 할 때 다리가 안 올라가는데 꼭 유격할 때 같았어요. 완전 사점(死點)을 넘기니까 오히려 연기는 술술 나오더라고요.(웃음)"(권동호)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권동호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0 deepblue@newspim.com

사실 작품은 알란이 만난 사람들은 물론 코기리, 개, 고양이 등 동물까지 약 60개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를 5명의 배우가 모두 소화하는데 기본 1인 10역이다. 쉴 새 없는 캐릭터 변화에 성별 구분도 없이 진행된다. 역할이 바뀔 때마다 이름표를 활용하긴 하지만, 배우에게도 제작진에게도 매우 큰 도전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새로운 배움을 얻기도 했다.

"처음에 연출님이 성 구분 없이, 젠더 프리(gender-free)를 원했어요. 여배우들도 남자 역할을 하고, 저희도 여자 역할을 하죠. 처음에는 굳이 왜 그렇게 해야 하나 생각도 들기도 했죠. 가장 중요한 건 여성의 희화하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어요. 엄마처럼 흉내내지 않아도 이름표가 있으니 관객들은 바로 믿어요. 그런데 공연을 하다보면 엄마처럼 하게 되더라고요. 관객들이 그걸 재밌어하는 것 같아 욕심이 나기도 해요.(웃음) 그래도 원래 의도대로 남자처럼 그냥 저 그 자체로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김도빈)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내버려두는 것이 연출의 의도였어요. 그것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죠. 처음에 연습할 때는 여자처럼 했는데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제 목소리로, 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는데 불안하다보니 첫공 때는 저도 모르게 살짝 섞이더라고요. 그런데 관객분들은 제 목소리를 내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연출에게 못 믿었던 걸 사과하고(웃음) 지금은 아예 신경 안 쓰고 말만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여성의 모션이나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을 배제하려고 하죠.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 느낌이에요. 성별은 부가적일 뿐,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정확히 전달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죠."(권동호)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김도빈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0 deepblue@newspim.com

공연의 또다른 독특한 부분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무대 위 배우들은 시작부터 관객에게 말을 걸고, 연출과 작가를 욕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극의 새로운 시도를 거부감 적게 받아들일 수 있다.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꽤 자유롭다.

"대본에 이미 작가가 자아성찰하면서 우리한테 미안해하면서 스스로 욕을 써놨어요.(웃음) 공연 하면서 뭔가 더 욕을 하든 내 말을 하든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제작진도 편하게 소통하라고 고요. 역할이 워낙 많으니까 정신이 없어요. 연습할 때도 픽스 없이 자유로웠는데 그래서 재밌는 공연이죠. 뭘하든 다시 돌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대사를 까먹어도, 뒤죽박죽 되도 다시 할 수 있는 공연이거든요. 별의 별 것을 다 할 수 있어서 자꾸 새로운 걸 더 하고 싶어져요.(웃음)"(김도빈)

"처음에는 이런 형식에 100% 확신은 안 들었어요. 막상 해보니 괜한 걱정이더라고요. 작은 부분 들을 계혹 변화시키고 있어요. 몸은 힘들지만 그런 재미가 있는 거죠. 대본에 없는 장면이지만 마지막에 형들이 대사를 바꾸는데, 캐스트마다 다른 대사를 하거든요. 이런 것들이 가능한 게 우리 공연의 매력인 것 같아요. 관객들도 싫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시고요. 매번 똑같은 공연이 아니라서 더 좋아요."(권동호)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권동호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0 deepblue@newspim.com

'알란'의 기상천외한 행적을 따라가다보면 인생의 위로를 얻게 된다. 의도했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함께하며 행복을 찾아간다. 두 사람 모두 '알란'을 연기하지만 성향은 완전히 반대다.

"저는 피곤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그저 조용히 와이프와 애기와 따뜻하게 살고 싶죠.(웃음) 저는 알란처럼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스타일이에요. 지금은 와이프의 밝은 에너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죠.(웃음)"(권동호)

"사실 알란은 자기는 편하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캐릭터에요. 부러운 건 세계 여행을 다닌 거?(웃음) 극 중에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생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저는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타입이에요. 건강한 정신을 위해 사람들에게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죠."(김도빈)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김도빈(왼쪽)과 권동호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0 deepblue@newspim.com

내년에는 영국으로 여행을 떠나 구경도 하고 공연을 보고 싶다는 김도빈과 휴양지로 놀러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권동호. 많이 다른 두 사람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원하고 있다. 물론 이번 작품을 잘 끝낸 뒤에 말이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오는 9월2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계속 연기가 하고 싶어서 제안이 들어오면 대부분 해요. 사회적 혐오가 가득하거나 논란이 될 것 같은 작품을 제외하고요. 사실 로맨스가 너무 하고 싶어요. 굉장히 로맨틱한 사람인데 안 시켜주네요.(웃음) 앞으로도 일이 안 끊기고 계속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권동호가 하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믿보배'요.(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박수를 쳐줄 때 정말 힘이 나요. 너무 힘들어서 울 뻔한 적도 있죠. 배우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걸 어디서 보겠어요. 그래서 한 번쯤은 보셨으면 좋겠어요.(웃음)"(권동호)

"요즘에는 연극만 계속 하고 있는데, 새로운 도전도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배우, 연출을 많이 보기도 했다면, 지금은 대본이 가장 중요해요. 대본을 보면서 무대를 상상할 때, 어느 한 장면이라도 관객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면 재밌다고 생각돼요. 펑펑 울리든, 빵빵 웃게하든 말이죠. 이번 작품은 많이 웃어도 되고, 더 크게 박수쳐도 되고, 훨씬 시끄러워도 되는 작품이에요. 관객들의 리액션에 배우들은 엄청 힘을 받거든요. 그래서 더 많이 박수치고 웃어주시면면 좋겠어요."(김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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