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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필리핀의 히틀러' 두테르테,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기사입력 : 2018년09월04일 09:33

최종수정 : 2018년09월04일 09:33

"인류 역사상 끔찍했던 그 시대로부터 교훈 얻어야"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의지 재차 피력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이스라엘에서 3박 4일의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을 방문해 나치 대학살의 희생자들을 기렸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비유해 국제적인 공분을 산지 약 2년 만이다.

야드 바솀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딸 사라 두테르테 [사진=로이터 뉴스핌]

나흘간의 이스라엘 공식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과 이스라엘 양국의 관계 개선 및 협력 구축을 위해 2년 전 '막말 파문'이 일었던 때와는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딸이자 필리핀 다바오시의 시장인 사라 두테르테와 함께 야드 바솀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을 찾아, 희생자들에게 헌화했다. 사라 두테르테는 대통령과 유대인 전 부인인 엘리자베스 짐머맨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모계 혈통을 따르는 유대교 전통에 따라 유대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추모행사에서 "세계가 인류 역사상 끔찍하고, 미개했던 그 시대로부터 교훈을 배우기를 바란다.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이 열려 있기를 바라며, 박해를 받았던 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남성과 여성이 힘을 합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또 "우리는 인류와 평화를 향해 같은 열정을 갖고 있다. 우리는 부패한 이데올로기를 가진 이들이 가정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도 같은 열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마약 딜러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6년 필리핀 전 대통령인 베니그노 아키노는 두테르테를 히틀러와 같다며 필리핀 국민에게 경고했다. 아키노 전 대통령에 이어 자신을 히틀러와 비유하는 반대편의 비난에 대응해 두테르테는 "히틀러는 3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필리핀에도 마약 중독자가 300만명 있다. 내가 이들을 학살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며 "독일에 히틀러가 있다면 필리핀에는 내가 있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홀로코스트에 비유한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현재까지 두테르테를 향한 국내외 인권운동가들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연설 도중 "아름다운 여성이 많은 이상 강간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라는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4일간의 방문 일정의 대부분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각종 막말과 기행으로 논란을 촉발해온 두테르테 대통령이 또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두테르테 대통령은 총리 관저에서 관광과 노동, 국방과 관련된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는 5일까지 이스라엘에 머무른 뒤, 요르단으로 향한다. 

 

saewkim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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