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중국 독신 남성들이 유료 소개팅 앱에서 여자친구를 소개받았으나, 알고 보니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이용한 가상인물이었다. 앞으로 관련 피해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에 중국 사회도 충격에 빠졌다.
중국 매체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은 25일 소개팅 앱에서 사기를 당한 왕모씨의 사연을 공개했다.
올해 23세인 왕 씨는 여자친구를 찾고 싶어 롄런왕(戀人網)이란 소개팅 앱에 접속했고, 별다른 의심 없이 본인의 신분증과 은행 계좌번호까지 입력해 가입했다.
온라인 사기에 활용된 중국 유료 소개팅 앱 롄런왕 광고 화면 [캡쳐=바이두] |
그는 곧 롄런왕에는 유달리 아름다운 여성들이 많고 대화를 시도하면 곧바로 답장이 온다는 사실에 들떴다. 왕 씨에게 온라인상의 여성 파트너는 “매일 밤 너무 외롭다”, “얼마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져 누군가 돌봐줬으면 좋겠다”는 등의 음성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 중 팡팡(芳芳)이라는 여성과 대화하던 왕 씨는 곧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말수는 적어졌고, ‘장미꽃’, ‘사랑의 마음’ 등 유료 아이템을 보냈을 때만 잠깐씩 관심을 표시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며칠 뒤 팡팡은 자취를 감췄고, 왕 씨는 롄런왕의 고객상담실에 연락해 그녀의 연락처를 문의했다. 롄런왕 측은 “1999위안을 내면 그녀를 소개시켜 주고 만남도 주선해 줄 수 있다”고 했고, 고민하던 왕씨는 결국 해당 서비스를 결제했다.
그러나 서비스 결제 후에도 팡팡과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제서야 왕 씨는 자신이 사기 당했음을 깨닫고 공안국에 신고했다.
비슷한 피해자가 속출하자, 광둥(廣東)성 공안국은 사건의 배후에 천징(晨景)이란 회사가 있음을 발견했다. 롄런왕에 가입한 유료회원 수만 모두 75만명에 달했고, 고객들이 송금한 돈들은 모두 천징 회사 계좌로 모아졌다. 전체 금액은 수백만위안에 달했다.
해당 회사를 급습해 관계자를 체포한 공안당국은 처음부터 팡팡과 같은 여성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안국에 따르면, 천징 회사는 조직적으로 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남성들로부터 돈을 뜯어냈다. 기술팀은 가상의 여자친구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영업팀은 해당 프로그램을 앱과 연결시키고 관리했다. 고객지원팀은 고객들의 건의사항을 접수해 기술팀에 전달해 더 완벽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맡았다.
사건을 공개한 광둥성 공안국 관계자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빅데이터 등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사기 등 범죄의 피해자가 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소식을 전해들은 중국 네티즌들 역시 충격에 빠졌다. 이들은 “관련자를 엄벌하고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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