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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TAG' 명칭서 엿보이는 입장 차…'실질적 FTA'될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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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물품무역협정 약칭인 TAG, 일본에서만 사용
미국은 '물품' 외 포괄적인 무역 협정 논의를 원해
내년부터 본격화될 협상 서 입장차이 두드러질 우려도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미국과 일본이 논의하기로 합의한 양국 간 '미일 물품무역협정(TAG)'의 명칭을 두고 양국 간 설명이 엇갈린다고 6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TAG라는 약칭을 사용하며 포괄적인 FTA와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해당 협정을 '미일 무역협정'이라고 지칭해, 물품 뿐만 아니라 그 외의 것까지 다루는 포괄적 협정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명칭과 관련한 미일 간의 설명 차이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협상에서도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지난 5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측은 TAG의 명칭을 문제 삼았다. 스기오 히데야(杉尾秀哉) 입헌민주당 의원은 아베 총리에게 "미일 자유무역협정(FTA)를 하지 않겠다고 얘기해온 만큼 국회 답변과의 정합성을 위해 TAG라는 약칭을 만들어 낸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약칭이 필요하기 때문에 3문자로 간단하게 말할 수 있도록 TAG를 만든 것"이라며 "이 명칭에는 확실하게 농산품을 지켜내겠다는 우리(일본)의 협상 자세가 담겨있다"고 답했다. 

신문에 따르면 TAG라는 명칭이 생겨난 건 지난 9월 25일로 미일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이날 오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을 위한 협의'(FFR)에서 다음날 양 정상이 나눌 공동성명안을 제시했다.

당시 공동성명안에는 '미일 간 물품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협정'(Bilateral agreement to pomote trade in goods)이라는 명칭이 적혀있었다. 이 단계에선 아직 TAG라는 약칭은 없었다.

협상 후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아베 총리에게 협상 경위에 대한 보고를 했다. 이때 아베 총리는 협정을 나타내는 호칭에 대해 "3글자로 하면 뭐라고 불러야 하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나 FFR 같이 보통 3문자로 줄여 말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당시 협상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무역협정(Trade Agreemet)'란 표기를 주장, '물품(on goods)'이란 표현을 덧붙인 안이 논의된 바 있어서 일본 정부 측은 TAG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방안을 정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정부관계자는 "3글자 약칭을 사용하면 FTA와는 다르다는 이미지가 정착된다"며 "아베 총리가 수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총리가 3글자 명칭을 내자고 말한 건, 이번 협정이 미일 간 포괄적 협상을 뜻하는 FTA로 해석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농업단체들은 FTA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여름에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9월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아베 총리의 방침을 갖고 다음날 아침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협정명을 'Trade Agreemet on Goods'로 하자고 제안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 경우 협정이 포괄적이지 않고, 물품에 한정된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에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goods'로 소문자 표기를 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는 "대신 일본에선 TAG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모테기 경제재생상의 말에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론을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 뒤 미일 정상회담이 시작되고, 'Trade Agreemet on goods'라고 적힌 공동성명이 정식으로 배포됐다. 일본 정부는 일본어 번역본에 괄호로 TAG라는 호칭을 추가했다. 

하지만 재일 미국 대사관이 홈페이지에 공표한 공동성명의 일본어 판은 일본 정부와는 다르다. TAG라는 글자는 없고, '물품'을 제외한 '미일무역협정'이라고 표기돼 있다.

정상회담에 동석했던 윌리엄 해거티 주일 미국대사는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우리는 TAG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언론에서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용어에서 미일 간 입장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 미일 간 협상, 물품한정일까 확대일까

TAG에 대한 미일 간 인식 차이는 양국 간 협상에서 본격화 될 위험이 있다. 행방에 따라서는 아베 총리가 반복해 온 "FTA와는 다르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일본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협상을 2단계로 나눠 우선은 물품 관세협상을 위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은 FTA에 대해 "물품의 관세나 서비스 무역의 장벽을 줄이거나 철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협상 대상을 물품으로 한정지으면 FTA가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게 된다. 협상 범위가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수입억제정책 등 '비관세 장벽'에까지 미치지 않도록 해, 농산품에서 양보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피하겠다는 노림수다.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지난 8월 FFR 첫 회합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에 양국 간 협상을 물품으로 한정짓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서비스·투자를 포함한 포괄 협상엔 수년 간의 기간이 필요하다. TPP11이나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제동반자협정(EPA)이 우선발효되면 미국상품의 관세가 불리해진다는 논리였다. 

여기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이 자동차와 총, 소고기 외엔 없다는 분석도 배경에 있었다. 이에 8월엔 물품 관세협상부터 시작하자는 큰 틀에 양국이 합의했다.

하지만 9월 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에선 1단계 협상 대상에 '다른 중요한 분야(서비스를 포함)'가 명기됐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봐도 FTA"라는 견해를 내놨다. 미국 정부가 지난 10월 의회에 통지한 문서에도 "관세와 비관세 장벽 문제를 다룬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국회 답변에서 "이번 공동성명에선 서비스 전반의 자유화나 폭 넓은 규칙까지 다루는 건 상정하고 있지 않다"며 "그런 의미에서 포괄적인 FTA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 아베 정부의 간부 중 한 사람도 "일본은 물품 이외의 대부분에선 (협정을)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생각하는 대로 협상범위가 정해진다는 보장은 없다"며 "미국으로부터 지나친 요구가 들어오진 않을지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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