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여성 임원 비율 2% 그쳐
상위 20개 증권사 중 14개사 여성 임원 '전무'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최근 KB증권에 박정림 신임 대표이사가 내정되면서 증권업계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지만 증권업계의 여성 임원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20개 증권사의 여성 임원 비율(9월 30일 기준·신영증권은 6월 30일, 비상근 임원 제외)은 2%에 그쳤다. 전체 임원 635명 중 여성 임원은 11명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여성 직원의 비율은 40%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20개 증권사 가운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14개 증권사에는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남미옥 강서지역본부장, 박숙경 호남충청지역본부장, 김미정 투자금융1본부장, 김지숙 VIP서비스본부장 등 총 4명의 여성 임원이 배출됐다.
이어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이 나란히 여성 임원 비율 7%로 그나마 높은 편. 삼성증권은 전체 27명 임원 중 2명(이재경 SNI본부장, 박경희 삼성타운금융센터장)이 여성 임원이다. 대신증권의 경우 전체 28명 임원 중 이어룡 회장과 이순남 강남선릉센터장 등 총 2명이지만 오너인 이 회장을 제외하면 이순남 센터장 1명이 여성 임원이다.
KB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신영증권은 여성 임원이 각각 1명이다. KB증권은 차기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박정림 WM부문 부사장이,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명희 리테일 전무가 여성 임원으로 활동중이다. 신영증권은 신윤주 상무가 APEX패밀리오피스부 임원으로 일한다.
한편 20개 증권사의 여성 직원 비율은 여성 임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전체 1만9550명 직원 중 7902명(40%)이 여성으로 증권업계 여성 파워를 입중했다. 키움증권은 여성 직원 비율이 48%로 가장 높았고, 미래에셋대우(45%), 한국투자증권(44%)이 뒤를 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여성 직원 비율이 26%로 가장 낮다.
다만 여성 직원 비율에 착시 현상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남녀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업무 영역을 나눠 살펴보면 얘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B사 관계자는 "여성에게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다. 증권업이 손실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보니 여성의 섬세함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승진비율이 남성에 기울어져 있다"고 귀띔했다.
유리천장을 깰 제도 개선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그보다는 인식 변화가 더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증권사 한 노조 관계자는 "여성 임원 비율이 늘어나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사회 분위기와 남성 조합원들 반대 등으로 여성 우대 정책을 이슈화시키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ro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