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초연된 '비명자들2'에 이어 두 번째 공연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거리 던져줘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고통을 비명으로 나타내고, 비명을 지르는 좀비를 죽이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죽는다. 이런 '비명자'는 왜 나타났을까. 이에 대한 전사(前史)를 담은 작품 '비명자들1'이 개막한다.
연극 '비명자들1' [사진=극단 고래]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연극 '비명자들1'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전막 시연에 이어 이해성 연출, 배우 이요셉, 박윤정, 김동완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연극 '비명자들1'은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이다. 극단 고래의 '비명자들 3부작' 중 첫 번째 시리즈지만, 두 번째로 공연되는 작품이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비명자들2'가 먼저 무대에 오른 바 있다.
'비명자들 3부작'은 고통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통찰력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극 속에서 '비명자'는 사회에서 제거돼야 하는 좀비인 동시에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생명체다. 이들을 제거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이해성 연출은 "티벳에서의 고통,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고통들에 공명돼 저희가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하지 않나 생각했다"며 "자본주의의 끝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과 공산주의 끝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이 매칭됐다"고 설명했다.
연극 '비명자들1' [사진=극단 고래] |
앞서 '비명자들2'가 '비명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비명자들1'은 비명자의 탄생 배경, 유일하게 이들을 처단할 수 있는 '요한'이라는 인물의 전사와 고통 문제 연구소의 설립 배경을 속도감 있게 펼쳐낸다. '요한'은 재벌 2세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자신의 고통은 못 느끼지만 비명자의 고통을 느끼고 유일하게 비명자와 접촉할 수 있는 캐릭터다.
이 연출은 "요한을 재벌이라 설정한 이유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도 재벌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우리 마음 속을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가장 특화된 계층이 정치인이나 재벌이다. 정형화된 모습을 가져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정치인, 재벌에 대한 풍자도 많지만 우리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못 느끼거나 부정하면서 타인의 고통에게 무감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요한' 역을 맡은 배우 이요셉은 "공연을 하면서 분노가 쌓이기도 하고 해소가 되기도 한다. 공연 중 벗는 장면이 있어서 운동으로 계속 해소하고 있다. 팀워크가 정말 좋다.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비명자들3'에서는 더 좋은 앙상블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연극 '비명자들1' [사진=극단 고래] |
이번 작품은 이해성 연출을 필두로 박이표 안무감독, 박석주 음악감독 등 창작진, 스태프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았다.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캠프에서부터 서울의 다양한 장소까지 아우른다. 풍성해진 코러스와 라이브 음악이 더해졌다. 무대도 화려하다.
아직 '비명자들3'에 대한 계획은 없다. 다만, '학살'과 'DMZ'라는 두 가지 개념이 버무려질 예정이다.
연극 '비명자들1'은 오는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