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원 빌려 25억 넘는 흑석동 건물 구입 구설수
"퇴직 땐 소득 없어 아파트·상가 임대료 도움 얻으려"
文 정부 정책 방향과 다른 행보에 비판, 거취 불투명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한 달에 수백만원의 이자를 부담할 정도의 빚을 내면서 26억원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을 구입해 구설수에 올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8일 공개한 2019년도 정기 재산변동 현항에 따르면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초 은행 대출을 포함해 약 11억원을 빌려 서울 흑석동 뉴타운 지역에 25억7000만원 상당의 주상복합 건물을 구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진=뉴스핌DB] |
김 대변인의 전체 재산 14억1038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건물을 구입한 것이다. 이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김 대변인은 배우자 명의로 KB국민은행에서 10억2079만원, 역시 배우자 명의의 사인간(개인 간의) 채무로 3억6000만원의 빚을 냈다. 또 관저로 들어오면서 기존 주택 전세보증금으로 받은 2억6500만원까지 모두 투입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받을 돈과 줄 돈을 상계하면 은행 빚을 포함해 총 11억원 정도의 채무를 통해 이 건물을 매입했다.
김 대변인이 취득한 건물은 총면적 136.04㎡에 지분면적 120.50㎡짜리 2층 복합건물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상가담보대출로 대출이 실행됐기 때문에 대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김 대변인의 연봉이 1억원 가깝고, 해당 건물에서 월세 소득도 나오기 때문에 국민은행 측은 "대출을 더 받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의 문제는 다소 복잡하다.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정부가 특단의 대책에 골몰하던 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고강도 부동산정책을 통해 재개발 등 투기 수요를 강력하게 억제해왔다. 2017년 8.2대책, 2018년 9.13 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 보유자들의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등 수요도 억제했다.
이를 잘 아는 김 대변인이 흑석뉴타운 9구역으로 개발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를 추진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 정책을 설파하고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당위성을 알려야 하는 청와대 대변인으로서는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당 지역은 지난 2017년 11월 30일 서울시로부터 재개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지난해 5월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는 등 재개발 막판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김 대변인도 28일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청와대를 나가면 별다른 수익이 없기 때문에 아파트와 상가 임대료를 받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하는 등 사실상 개발 이익을 노린 투자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에 해당되는데, 저는 둘 다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일부 언론에서는 그 건물이 35억원의 가치라는 보도도 있지만, 지난 9.13 대책 이후 집값이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집 3채로 최대 25억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지적이 나온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 대변인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정권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청와대의 부동산정책 전체가 불신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서조차 향후 김 대변인의 거취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