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北, 韓 '돼지열병' 협력 제의에 일주일째 '무응답'…왜?

기사입력 : 2019년06월07일 17:18

최종수정 : 2019년06월08일 10:08

홍민 "北, 2차 북미회담 실패 후 '약점 프레임' 벗어나려 해"
문성묵 "北이 원하는 건 경협…본질적 문제 언급하라는 것"
권태진 "北 주민들에 돼지는 큰 재산…곧 반응 할 것"
임재천 "선택적 수용·무시모드 고민하는 듯"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정부가 지난달 31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지만 답변은 아직이다. ASF는 치료제·예방백신이 없고 감염시 치사율 100%에 육박한다.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한다면 북한도 ASF 차단방역의 시급성과 남북협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터. 북한의 답변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일부 "北 반응 기다리고 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에 방역 협력의사를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의 반응을 계속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며 “북측의 반응에 대해서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계속 질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돼지 농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북한은 지난달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내 협동농장에서 ASF가 발생,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중 77마리가 폐사하고 22마리를 살처분 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자국 내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관영매체를 통해 ASF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는 취지의 보도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은 지난 5일 ASF의 특성 등을 소개하는 전승칠 농업연구원 수의학연구소 실장의 인터뷰 내용을 지면에 실었다. 전 실장은 “ASF가 퍼지는 것을 막자면 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돼지들을 제때 적발해 도살해야 한다”며 “ASF를 막는데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발병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이 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신문은 지난달 31일 3개의 ASF 관련 기사를 소개하며 “ASF는 전염성이 강하고 아주 위험하다”며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지난 2일 “모든 수의방역기관과 돼지목장에서는 ASF를 막기 위한 수의방역대책을 철저히 세우는 사업에 깊은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련의 행태에 비춰 북한은 공식적으로 발병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확산 방지를 위한 자체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홍민 "北,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 후 '약점 프레임' 벗어나려 해"

그렇다면 북한이 한국 정부의 ASF 협력 의사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31일 정부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협력 의사를 타진할 당시 “내부적으로 검토 후에 관련 입장을 알려주겠다”고 한 부분이 과연 그렇게 오래 걸리는 부분일까.

전문가들은 일련의 의문점과 관련해 정치적인 요소에 주목했다. ‘노딜’로 끝난 2차 북미정상회담과 이후 북미 간 교착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여파가 남북관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 ‘패착’의 원인을 자신들이 수세적으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것에서 찾고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가 노출시켰다는 것에서 벗어나 ‘약점 프레임’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런 단계인 듯”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이어 “일종의 남북관계도 대북제재 프레임 안에서 보려고 하는 미국과 일부 외부의 시각에 맞서, 크게 연연하지 않는 듯한 ‘대범함’을 보이려할 것”이라며 “결사의 배수진이자 북한식 정면승부”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5일 새벽 2차 북미정상회담과 베트남 공식 방문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역에 도착했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아울러 자체적인 통제·방역이 완전히 불가능 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홍 실장은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시장의 유동성이 통제·제어 가능한 수준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다시 말해 돼지 등 가축류가 거래·공급되는 부분이 일반적인 시장경제보다 훨씬 제한적인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의지만 가지고 (통제) 한다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행정력을 가지고 통제하는 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4월 촬영된 개성공단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문성묵 "北이 원하는 협력은 경협…본질적 문제 언급하라는 것"

북한은 남북 간 경제협력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주변 얘기를 하지 말고 본질적인 문제를 하라는 것”이라며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남북경협의 본격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센터장은 “물론 북한이 다급하면 ASF라는 일회성 사안에 대해 협력 의사를 피력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소강국면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비롯해 각종 요소가 연관돼 있는 것”이라며 “ASF 협력 제의를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 정부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권태진 "北 주민들에 돼지는 큰 재산…곧 반응 올 것"

반대로 내·외부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북한의 답이 길어지는 것이며, 조만간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북한에서 한국 정부와 ASF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인물이 확실치 않은 것 같다”며 “또한 방역협력에 대해서 한국과 어느 선까지 함께해야할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김정은 정권 자체에도 ASF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현재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사육하는 돼지 수는 260만마리라고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ASF에 걸리면 살처분을 해야하는 데 돼지는 농민들의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재산 중 하나”라고 했다.

북한 평안북도 태천군 은흥협동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사진=조선중앙tv 캡처]

그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보상이라도 하지만 북한은 보상체계라는 게 없다”며 “어떻게 보면 주민들에게는 전부와 다름없는 돼지라는 재산이 살처분 될 경우, 김 위원장 한테는 정치적으로 굉장한 압박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련의 이유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는 ASF를 어떻게든 조기에 마무리지려고 할 것”이라며 “문제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한국 측에 협조·협력하자고 제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도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계속 ‘무시모드’로 갈 것인가 내부 논의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게 결정이 안됐기 때문에 반응이 없는 것이고고 관련 절차가 끝나면 긍정이든 부정이든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다만 ‘남북 간 ASF 협력이 진행되면 소강국면 탈피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서는 “ASF 협력의사 수용은 북한이 필요에 의해서 받는 것이고, 정치적인 사안은 따로 다룰 것”이라며 “결국 ‘개성공단·금강산 재개 건을 한국이 어떻게 풀 것인가’가 북측의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no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日 태평양 연안에 쓰나미 경보·대피령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이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태평양 연안 지역에 발령했던 쓰나미 주의보를 '쓰나미 경보'로 상향 조정했다. 주의보가 경보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일본 정부는 태평양 연안 쓰나미 경보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다. 일본 기상청은 홋카이도에서 와카야마현에 걸친 태평양 연안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그 외 지역은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예상되는 쓰나미 높이는 최대 3미터이다. 지역은 홋카이도 태평양 연안(북부 제외), 아오모리현 태평양 연안, 이와테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이바라키현, 지바현 구주쿠리·외해안, 지바현 내만 등이다. 쓰나미의 가장 빠른 도달 예상 시각은 홋카이도 태평양 연안으로, 오전 10시경으로 예상된다. 30일 오전 8시 25분쯤 러시아 캄차카 반도 근해에서 규모 8.7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홋카이도 구시로시 등에서도 진도 2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기상청은 경보나 주의보가 해제될 때까지 바다에 들어가거나 해안가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일본 태평양 연안부의 쓰나미 경보 지역(빨간색 부분). 노란색은 주의보 [출처=웨더뉴스] goldendog@newspim.com 2025-07-30 10:15
사진
[단독] 내달 12일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국정기획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 발표가 오는 8월 12일 이뤄질 전망이다. 해체가 유력해보였던 금융위원회는 존치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남은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이 거의 확실시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전 금융위의 정책과 감독기능을 분리할 뜻을 밝혔고,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도 이 같은 안을 확정해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3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29 photo@newspim.com 30일 뉴스핌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정기획위의 분위기는 다소 바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위의 부동산 대출 규제와 중대재해 예방 제안에 대해 연이어 긍정 평가를 내놓은 것이 변화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도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재논의를 결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금융위 해체 분위기 변화의 이유는 전문성과 업무 능력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의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가 높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적절한 대출 규제로 부동산 안정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금융위원장을 칭찬한 것에 이어,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제안한 중대재해 예방 방안에 대해 "기준을 만들어서 대출과 투자에 불이익이 주는 것은 상장회사에 상당한 타격이 돼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 관련 전문성과 현안 대응력,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금융위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으며, 현재 국정기획위가 채택한 금융정책과 감독의 완전 분리가 중복 규제, 책임 회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내에서는 금융위가 오히려 기획재정부가 맡고 있는 국제금융 기능까지 관할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윤준병 의원은 지난 7월 17일 발의한 정부조직개편안에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윤 의원은 "기획재정부는 거대 공룡과 같은 조직이니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금융 부문은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을 하나로 묶어서 한 기관이 전문성을 갖고 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물론 윤 의원이 경제와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나 정무위원회 소속이 아닌 국회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소속인데다 국정기획위 내에서도 금융 파트를 담당하는 경제 1분과 위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발의된 정부조직개편안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대부분 금융위의 분리안에 대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에서는 키를 대통령실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대통령실에 의해 정부조직안이 만들어지면 여당에서 이를 비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정부조직개편안 추이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계엄이나 탄핵 상황에서도 부지런히 일해왔다. 최근에는 이 같은 노력들을 조금씩 인정받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8월 14일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임기 종료일 직전인 12일 경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당에서 나온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가 존치될지, 아니면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으로 나눠질지 금융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edanhi@newspim.com 2025-07-30 14:4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