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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수도관·붉은 수돗물' 강남 재건축 새변수 떠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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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최근 인천시와 서울 영등포 일대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건이 재건축 추진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서울시가 재건축 추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맑은 수돗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노후 수도관 교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철거 후 새로운 건물을 짓는 재건축과 재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터진 수돗물 오염 문제를 도화선으로 옥내 수도관 교체를 위한 철거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된 '붉은 수돗물'은 최종적으로 가정으로 들어가는 급수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돗물 원수의 공급 방향이 바뀐데 따라 유속이 빨라지며 늘어난 침전물 때문이다. 하지만 오염된 수돗물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지자 그동안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 되지 않았던 가정내 수도관 부식 및 노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 부양을 위해 '녹슨 수돗물'로 대표되는 생활 불편 여부를 판단하는 '주거환경'이 40%로 재건축 안전진단의 주요 기준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2월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주거환경' 요소는 그 비중이 크게 줄고 무너질 위험성을 판단하는 '구조안전성'이 50%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대부분이 됐다.  

[자료=국토교통부]

취수장에서 각 가정까지 연결되는 상수도 급수 체계에서 아파트 공용급수관을 타고 각 가정으로 연결하는 수도관은 집주인이 직접 교체해야한다.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 재임시절인 지난 2007년부터 노후 주택의 수도관 교체를 위해 각 가정 마다 최대 150만원을 무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서울시의 지원 대상은 1994년 이전 건립된 주택이다. 정부가 이때부터 부식이 잘되는 아연도 강관을 수도관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녹이 잘 슬지 않는 구리(銅)관으로 시공하도록 법제화 했기 때문이다. 즉 아연도 강관으로 옥내배수관을 설치한 건물은 수도관 교체사업에서 서울시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업으로 서울시내 약 33만 가구가 옥내 노후 배수관을 교체했다. 당초 노후 배수관 교체 지원 사업은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운행될 예정이었지만 시는 2019년까지 연장했다.

문제는 아파트다. 아파트에서는 각 동(棟) 건물 내부에 설치한 급수관을 타고 가정으로 수돗물이 들어간다. 각 가정의 수도관은 교체할 수 있는 건물 내부 수도관은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시멘트에 묻혀 있는 경우가 많아 급수관 교체를 위한 시공이 어렵다. 

특히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각 동마다 따로 급수관이 있지 않고 대부분 단지 전체와 연결되는 공용 급수관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주민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시공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노후 아파트 가운데 시 지원사업으로 아파트 단지 전체가 배수관을 교체한 단지는 많지 않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이형석기자]

공사가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노후 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시 지원사업에서는 재건축 사업시행인가가 난 단지가 아니면 노후 급수관을 교체하도록 지원해 준다.

하지만 급수관을 교체하면 재건축 필요성이 줄어드는 만큼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지나 추진위가 없는 30년 이상 단지에서도 굳이 사업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이야기다. 이와 함께 재건축 조합설립 이후 단지는 곧 아파트가 철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구당 시 지원을 받아도 가구당 200만원 넘게 소요되는 배수관 교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치동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아직 '녹물' 사건이 심각하게 발생한 일이 없어 돈 문제, 재건축 문제로 노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급수관 교체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급수관을 교체하면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비구역을 지정할 때 감점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노후 수도관은 국토부가 고시한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기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녹슨 수돗물'을 먹게 되더라도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더 유리한 판정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수도관을 교체하더라도 안전진단에서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재건축은 안전진단에서 철거까지 아무리 빨라도 7~8년은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주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할 필요성은 낮다는 게 서울시의 이야기다.

하지만 안전진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과 어차피 철거할 아파트에 쓸데없이 돈을 쓸 수 없다는 이유로 재건축 대상 단지 주민들은 급수관 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실제 시 지원사업으로 단지 전체 급수관을 교체한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입주한 곳이며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80년대 중반 이전 입주한 단지는 많지 않은 상태다. 강남구에서는 지난 1984년 입주한 개포동 경남아파트가 단지 전체의 옥내 급수관을 교체했다.

재건축을 추진한지 20년이 가까운 대치동 은마 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도 가구내 수도관을 시 지원을 받아 교체한 가정은 있지만 옥내 급수관을 교체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지금까지 노후 수도관 때문에 "녹물을 먹는다"는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주장은 통상적인 '언론플레이'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붉은 수돗물' 때문에 이같이 인식이 변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박원순 시장은 올들어 두차례에 걸쳐 집값 상승 우려를 이유로 강남 재건축 사업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생활에서 가장 민감한 물 문제가 발생하면 재건축 승인을 압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남구 대치동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녹물 수도관은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엄살' 정도로 취급돼 사회적 파장이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붉은 수돗물 이후 노후 수도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어 서울시에 재건축을 압박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녹슨 수돗물은 심각도가 크기 않은 것으로 본다"며 "서울시는 국토부가 고시한 재건축안전진단 평가 기준에 따라 안전진단이 이루어지는 만큼 이 고시가 고쳐지지 않으면 아직까지 녹슨 수도관 때문에 재건축을 허용하는 사례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대상 단지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강남구 한 재건축 단지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말한대로 붉은 수돗물은 서울시의 치욕이라면서 시민들이 더러운 수돗물을 마셔도 괜찮다는 논리인지 의심스럽다"며 "지속적으로 수도관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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