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등 연구성과..네이처 게재
분자에너지 소재 개발에 기여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유기 단분자 열전도도를 측정, 분자컴퓨팅 실용화를 위한 새로운 한 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5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장성연 교수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피코(10의 마이너스 12승)와트 단위의 초미세 열을 측정하는 열량계를 이용해 이런 성과를 올렸다.
연구결과(논문명 “Thermal conductance of single-molecule junctions”)는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7월 17일자에 게재됐다.
단분자 열전도측정에 사용된 scanning probe microscopy 기반 break junction 장비의 사진. [사진=한국연구재단] |
분자를 회로의 최소 단위로 이용하는 분자컴퓨팅은 기존 실리콘 칩 대비 집적도를 수 천 배 이상 높일 수 있어 '무어의 법칙의 궁극'이라고 하지만 실용화를 위한 숙제가 많다. 무어의 법칙이란 반도체 집적회로에 사용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을 말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열 분산이다. 전극을 분자로 연결하기 때문에 열이 발생하면 분자를 이루는 원자들이 빠르게 진동하면서 접합이 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 분산에 앞서 단분자의 열전도도를 측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1조(兆)분의 1 와트에 가까운 예민한 열감지 능력을 지닌 탐침형 열량계를 이용해 탄소사슬로 된 단분자의 열전도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차가운 금 기판과 뜨거운 금 탐침 사이에 놓인 유기분자의 말단이 분리되면서 변화되는 열용량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유기 단분자가 두 전극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변화되는 수 십 피코 와트 수준의 작은 에너지변화를 감지하여 탄소사슬을 통해 전달되는 열을 측정해 낸 것이다.
또한 측정을 통해 유기분자의 탄소사슬 길이가 열전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밝혔다. 이론상 금속이나 반도체에서 소재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전자와 열의 전달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양자효과가 적용되는 미시세상에서는 분자의 길이에 따라 전자전달은 영향을 받지만 열전달은 거의 일정함을 밝혀냈다. 이는 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열전도는 무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양자효과란 분자, 원자, 전자, 소립자와 미시적인 계에서 일어나는 효과 및 현상 즉, 작은 크기를 갖는 계의 현상을 말한다.
장성연 교수는 “단분자 레벨의 열전도도를 처음으로 측정한 것”이라며 “향후 분자 구조의 디자인을 통해 전자 및 열의 전달 특성을 제어해 분자컴퓨팅을 실현하는 데 나아가 단분자들의 열전특성을 이용한 분자에너지 소재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