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제습기·에어컨과 다른 원리
온도변화 없이 습기만 제거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여름만 되면 제습기와 에어컨의 제습 모드 중 어느 것이 제습 성능이 우수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결론적으로는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둘 다 차가운 표면에 이슬이 맺혀 습기가 제거되는 같은 원리에 기반을 둔다. 밀폐공간이라면 제습기는 온도가 과도하게 높아지고 에어컨은 거꾸로 과도하게 낮아질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이대영 박사팀은 기존의 제습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기존의 제습기나 에어컨 제습 기능보다 에너지 효율이 160% 이상 높으면서 실내온도 변화 없이 습도만 제거하는 제습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이대영 박사(책임연구원) 팀에서 개발한 고효율 제습 소재를 적용한 벽지로 제습효과를 실험하고 있다. (좌) KIST가 개발한 고효율제습소재를 적용한 벽지 (우) 일반 벽지의 제습효과 비교실험, 좌측이 현저히 습도가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9.08.05. [자료=KIST] |
통상 우리나라에서는 폭염과 열대야가 동반되는데, 이는 높은 습도 때문이다. 습기는 열을 가두는 성질이 있어 한낮의 더위가 밤이 돼서도 식지 않게 되는 것이다. 폭염 일수의 증가와 함께 해양성 기후 특징을 보이는 우리나라 여름의 특성으로 습도가 동반상승해 열대야 현상이 빈발하고 있으며, 잠 못 이루는 고단한 여름이 되는 것이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아 덥고 끈적한 불쾌감을 느끼게 되고, 실내에 결로 및 곰팡이가 발생해 실내 마감재 훼손, 물질적 손실, 건강악화 우려가 커진다. 열대야인 날에 제습을 통해 습도만 낮춰도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KIST 연구진은 전기제습기에 ‘데시컨트 로터’로 불리는 습기 필터를 추가해 고효율 데시컨트 제습 기술을 구현한 휴미컨(HumiCon)을 개발했다.
히트펌프의 증발기로 냉각된 공기가 데시컨트 로터를 통과해 제습된 후 히트펌프의 응축기 배열로 데시컨트 로터가 재생되는 원리로, 에너지 회수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 높은 제습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번 기술은 국가 인정 시험기관에서 시행한 인증시험에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전기제습기 대비하여 동일 소비전력에서 160% 향상된 제습 능력으로 실효성을 검증받았다.
습기 필터는 내부적으로 재생돼 교체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며, 전기제습기의 소비자 불만 사항인 실내 온도상승 및 소음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습기 필터에 적용한 자체 개발 고분자 제습 소재는 실리카겔보다 제습 성능이 5배 이상 크며 탈취, 항균, 항곰팡이 성능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휴미컨은 제습 기능뿐만 아니라 환기·공기청정 기능도 갖춰 일 년 내내 활용할 수 있다. 개발자인 이대영 박사는 휴미컨의 사업화를 위해 직접 벤처기업 휴마스터를 창업해 작년 말 제품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용 보급을 시작하고 있다.
이 박사는 “고효율 제습기술로 열대야도 없고 전력 대란이나 전력요금 걱정도 없는 뽀송뽀송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은 특히 열대 및 온난다습한 기후에 적합한 기술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북중남미 등 세계 대부분 지역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미컨은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NET) 인증, 고분자 제습 소재는 환경부 녹색기술인증을 취득하였고 2018년에는 ‘올해의 10대 기계기술’에도 선정된 바 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