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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 재발 방지책 ‘볼커 룰’ 고삐 풀렸다

기사입력 : 2019년08월21일 03:53

최종수정 : 2019년08월21일 03:53

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이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볼커 룰(Volcker Rule)을 완화했다.

친 기업 정책을 앞세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 년간 이어진 금융권의 로비에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하지만 이번 은행권 규제 완화에 대한 평가는 저조하다.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또 한 차례 금융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제쳤다고 비판한 한편 금융권에서는 볼커 룰 완화가 이미 크게 위축된 트레이딩 부문의 비즈니스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20일(현지시각) 미 예금보험공사(FDIC)와 미 통화감독청(OCC)은 오바마 정부가 금융위기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은행권 대형화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볼커 룰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골드만 삭스와 JP모간, 모간 스탠리 등 월가의 공룡 투자은행(IB) 업체들이 수 년간 끈질긴 로비를 벌인 끝에 지난해 5월 처음 개정이 추진된 데 이어 최종 완화 방안이 마련된 것.

볼커 룰은 이른바 프랍 트레이딩으로 불리는 대형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은행권이 자기자본을 이용해 위험하고 투기적인 단기 베팅을 일삼다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배경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IB 업계는 볼커 룰의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주요 수입원인 트레이딩 사업 부문을 고사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금융권의 주장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쳤다.

FDIC가 손질한 개정안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은 대형 금융회사가 특정 투자 자산을 매입한 뒤 60일 이내 단기적으로 보유하더라도 이를 프랍 트레이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손발이 묶였던 은행권의 단기 자기자본 매매가 일정 부분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감독 당국은 지난해 볼커 룰 개정 초안에서 제안했던 소위 ‘어카운팅 테스트’ 도입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는 특정 거래가 프랍 트레이딩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으로, 은행권은 이를 도입할 경우 실상 위험 거래와 무관한 매매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했다. 다만, FDIC는 소규모 은행에 대해서는 어카운팅 테스트를 시행하기로 했다.

미 금융 감독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내년 1월1일 도입하는 한편 실제 시행은 1년 뒤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로이터에 따르면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의원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납세자들에게 손실을 안겨줄 수 있는 위험한 투기 거래를 지속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결정이 뒷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이 트레이딩 부문 인력 수 백명의 감원을 추진하는 등 이미 업계의 한파가 두드러진 가운데 때 늦은 처방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2분기 미국 5대 은행의 트레이딩 부문 매출은 각각 14%와 8% 줄어들었다.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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