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물러날 마음 있으면 공개적으로 해야지 왜 따로 만나나"
"안철수, 과거에도 손학규와 신뢰관계 없다 언급해"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최근 안철수계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 의원들을 만나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돌아온다면 전권을 주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었다. 사분오열된 바른미래당을 수습하기 위해 아직 노선이 확실치 않은 안철수계 의원들에게 손을 내민 셈이었다.
하지만 안철수계 의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물러나겠다'는 손 대표의 말 자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탓이다. 게다가 안철수 전 대표가 조만간 국내 정치에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손 대표와 다시 손을 잡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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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혁신(가칭) 창당준비위원회 비전회의에서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 등이 당명인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 창당준비위원장, 박민상 젊은부대변인, 이예슬 젊은부대변인, 유 인재영입위원장. 2019.12.12 kilroy023@newspim.com |
◆ "진심이면 왜 공개적으로 얘기 못하나"…시큰둥한 의원들
최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면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당적을 옮기면 의원직이 상실되는 탓에 신당 창당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창당 발기인 대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안철수 전 대표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은 탓이다. 연구를 목적으로 해외에 머물고 있는 안 전 대표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없다 보니 거취를 명확히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유승민 전 대표가 '새로운 보수당'이라는 당명을 정하고 보수 노선을 명확히 한 신당 창당에 나서자 손 대표는 안철수계 의원들을 만났다. 입장이 난처해진 이들에게 바른미래당으로 돌아올 것을 제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손 대표의 제안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출신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정말 물러날 마음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발표하면 될 것을 왜 의원들을 따로 만나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물러날 생각이 있는지 신뢰가 안 간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퇴진은 이미 지난 4월 재·보궐 선거때부터 나온 얘기다. 게다가 손 대표는 올해 추석 즈음에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는 약속도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
앞선 관계자는 "이미 여러번 보지 않았느냐"며 "거기다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얘기를 해 보고 물러나겠다는 식의 조건부 제안을 미루어 볼 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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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선거대책위원장,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5월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앞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8.05.28 kilroy023@newspim.com |
◆ 안철수, 돌아와도 손학규와 손 잡을지 미지수…"신뢰관계 없다 언급해"
안철수계 의원들이 손 대표의 제안을 신뢰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안 전 대표와 손대표의 재결합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안 전 대표가 내년 총선 전에 국내 정치에 복귀할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하지만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손 대표와 다시 손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내년 총선을 패싱할 수도 있고, 다시 돌아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바른미래당으로 다시 가 손 대표와 함께 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재보궐 선거 이후 새 원내대표를 뽑을 당시 의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안 전 대표 측근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았었다"며 "그때 안 전 대표가 손학규 대표에 대해 '신뢰가 크지 않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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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해 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통합추진위원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8.02.01 최상수 수습기자 kilroy023@newspim.com |
◆ "아직 유승민-안철수 연합 가능성 있어…12월 중 직접 연락 올 것"
대신 안철수계 의원들은 안철수 전 대표가 유승민 전 대표와 다시 손잡을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안 전 대표가 '새로운 보수당' 창당 과정에서 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긴 했지만, 이 역시 측근을 통한 메시지일 뿐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었다.
앞선 안철수계 의원은 "사실 지금까지 안철수계 의원들 중 안 전 대표와 직접 연락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12월 중에는 직접 의원들과 소통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면서 "12월 중 연락을 취하게 될 계기가 한 차례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 계기는 유승민 전 대표의 탈당이다. 유 전 대표가 12월 중 탈당을 하면 그 즈음 안철수 전 대표도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승민 전 대표 역시 안 전 대표와의 재결합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최근 당명을 '새로운 보수당'으로 지으면서 안 전 대표와의 결별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내부적으로는 해석이 달랐다.
신당 창당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유 전 대표가 '새로운 보수'라는 단어를 넣어 창당한 것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할 텐데 국민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는 이름을 찾다 보니 급하게 지은 것"이라면서 "안철수 전 대표와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의미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가 돌아와서 유 전 대표와 손 잡는다면 당명은 다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며 "아직 재결합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