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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신분제' 중국 호적제도 파격적 개편, 유동인구 지역 간 이동 자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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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초대형 도시 제외
기타 지역 상주 외지인 '후커우' 제한 철폐 혹은 완화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중국 정부가 호적 제도를 대폭 개편한다. 조건에 맞는 지역에 대해 외지인의 정착을 제한하는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다. 베이징 등 10여 개 대도시를 제외하고 중국 전국 도시에서 호적 제도 규제가 철폐되거나 완화되면서  도시 간 인구 이동과 타지 취업 등이 쉬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사회 보장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농민공' 문제는 제도 개선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공중앙 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25일 '노동력과 인재 유동 사회 시스템 개혁을 위한 의견(의견)'을 발표하고, 각 지역이 이 의견에 따라 지침을 철저하게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의견'은 상주인구 300만 이하 도시에서는 호적 정착제를 완전히 철폐하고, 500만 이하 도시에서는 해당 제도의 규제 내용을 대폭 완화한다고 밝혔다. 상주인구 500만 이상인 지역에서는 '포인트 정착제'를 시행하다고 밝혔다.

◆ 호적제 문제, 출생지로 갈리는 '사회적 신분' 

호적제도 개편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선 중국 호적제도의 특징과 문제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출생지를 기준으로 호적 등록을 한다. 호적을 중국어로 '후커우(戶口)'라고 하는데, 이를 취득하면 호적지에서 교육, 의료, 주택, 취업 등 다방면에서 사회 복지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는 '후커우'가 없는 외지인은 사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후커우가 없는 외지인의 자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도 없고, 현지 대학 진학도 불가능하다. 외지인은 주택 구매에서도 제한을 받기 때문에 현지에서 '안착'하기가 매우 힘들다. 베이징 등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이주해온 수많은 '농민공'들이 대표적이다.

이때문에 베이징 등 대도시 후커우를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강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사회 경제적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출생한 덕분에 다양한 혜택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외지인이라도 베이징 지역 직장에 취업한 사람은 베이징 후커우가 없어도 직장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정규직 직장이 없는 외지인은 지역 의료보험에조차 가입할 수 없다.

호적제도로 인해 출생 지역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기회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농촌 출신과 대도시 출신의 신분적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 호적제도가 중국식 카스트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호적제도 개선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2016년에도 새 호적제도를 발표했다. 적분제(積分制), 즉 포인트제를 통해 베이징 등 대도시 호적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내용이다. 사회보험료 납입 기한, 학력, 주택 구입과 거주 연한 등에 따라 포인트 점수를 부여하고, 기준 점수에 도달하면 베이징 후커우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역시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호적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지역 간 인재와 노동력 이동 자유화, 도시 간 인력 유치 경쟁 가열 

이번에 발표된 호적제도 개편안은 과거에 비해 '파격적'이다. 일단 중앙 정부와 국무원이 나섰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의 강한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이번 개편안은 상주인구를 기준으로 편성됐다. 상주인구가 300만 명 이하인 지역은 사실상 기존의 호적제도가 완전히 철폐될 예정이다. 중국 주요 2,3선도시 지역의 인구 진입 장벽이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상주 인구 300만~500만 명 지역은 기존의 호적제도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상주 인구에 포함되는 외지인도 현지 후커우 보유자와 똑같이 교육, 취업과 창업, 사회 보험, 의료 보험 및 주택 보장 등의 기본 사회 복지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상주인구가 1000만 명 이상인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와 500만~1000만 명 사이인 우한, 충칭, 톈진, 청두, 둥관, 난징, 정저우, 항저우, 창사, 선양 등 도시는 제외된다.

사실상 지역 간 이주가 자유로워지면서 도시 간 인구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호적제도라는 '진입 장벽'이 사라진 상황에서 젊고 유능한 인재의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기 때문이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로 집중됐던 외지인 유입도 다른 지역으로 분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화 사회 진입이 가속화되고, 경기둔화와 사업 구조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중국 각 지방정부와 도시들은 인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호적제도 개편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많은 도시들이 인재 유치를 위한 각가지 혜택과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선전은 전문대학교 졸업생의 후커우 제한을 완화했고, 2선 도시인 스자좡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호적 규제 철폐'에 나섰다.

이들 도시들은 첨단 산업을 이끌 유능한 인재 외에도 풍부한 노동력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호적제도 개편안으로 노동인구 유입 구도에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개편안은 베이징 등 초대형 도시에 집중된 농민공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이다. 이들 초대형 도시는 이번 개편안 적용에서 아예 제외됐다.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베이징 등으로 이주한 농민공들은 사회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의 자녀 또한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서 '낮은 신분'의 대물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js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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