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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자극 없이 순하다 '해치지 않아'

기사입력 : 2020년01월08일 09:01

최종수정 : 2020년01월08일 09:04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생계형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위기의 동물원 '동산파크'를 구하면 로펌 정직원을 시켜준다는 것. 그렇게 '동산파크'의 새 원장이 된 태수는 손님은커녕 동물조차 없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동물로 위장 근무하자는 기상천외한 제안을 한다.

열띤 회의(?) 끝에 동산파크 5인방은 결국 북극곰, 사자, 기린, 고릴라, 나무늘보가 돼 동물원에 출근한다. 묵언 수행은 기본. 어깨 결림에 근육 뭉침, 뒷목까지 뻐근한 그들의 털 날리는 고군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목이 탄 태수가 관람객 앞에서 콜라를 마시면서 '동산파크'는 유명세를 탄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해치지 않아'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0.01.06 jjy333jjy@newspim.com

영화 '해치지 않아'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유명한 훈(HUN) 작가가 2011년 연재한 동명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동물원 직원들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 흉내를 낸다는 설정이 원작의 핵심.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 등을 연출한 손재곤 감독은 어찌 보면 기발하고 어찌 보면 황당무계한 이 설정을 고스란히 영화에 들고 왔다. 대신 태수의 직업 등 크고 작은 곁가지를 더해 드라마를 강조했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착하고 순하다. 자본주의, 권력 중심의 세상에 살던 태수는 동물을 탈을 쓴 후 약자를 대하는 인간의 이면, 권력과 재력을 쥔 자들의 위선 등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아울러 진심을 믿는 사람들과 연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진짜' 눈을 갖게 된다. 관객 역시 태수로 하여금 삶의 진정한 가치를 되짚어 보게 된다. 

다만 비슷한 이유로 호불호가 가릴 수도 있다. '해치지 않아'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전개 방식에서도 자극을 모두 덜어냈다. 눈물도 웃음도 강요하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간다. 대단한 반전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그러다 보니 감동이나 코믹의 강도가 여타 영화들보다 약하다. 특히 예고편만 보고 시종일관 깔깔거리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해치지 않아'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0.01.06 jjy333jjy@newspim.com

반면 우려했던 동물 탈은 기대 이상이다. 종종 살아있는 동물이라고 여겨질 만큼 정교하다. 특수 분장팀은 다양한 동물의 모질, 굵기, 밝기 등을 비교하는 것은 물론, 수의사들의 자문을 받아 털 수트를 완성했다. 수트 제작에 걸린 시간만 캐릭터당 4~5개월에 달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북극곰이 된 안재홍, 사자가 된 강소라, 기린이 된 박영규, 고릴라가 된 김성오, 나무늘보가 된 전여빈 모두 적역이다. 각자의 이유로 이들 곁을 맴도는 박혁권, 한예리, 장승조 등의 활약도 놓쳐서는 안된다. 오는 1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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