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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천태만상] "목욕탕 닫고 도시락 불티...홍대 클럽엔 음악이 사라졌다"

기사입력 : 2020년03월09일 06:17

최종수정 : 2020년03월09일 06:17

코로나19로 호텔뷔페들 단축영업…개별룸은 호황

[서울=뉴스핌] 허고운 송기욱 기자 =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지 한 달이 지나면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가 왔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된 것은 기본이고,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평소에 복잡하던 곳일수록 오히려 한산해진 모습이다.

주말을 맞아 지난 7~8일 기자가 거주하는 서울 마포구 일대 등을 돌아본 결과,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한산했다. 다른 동네로 놀러간 사람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자가 격리'를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 영향도 있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마포구의 한 목욕탕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 3일부터 문을 닫고 있다. 2020.03.07 heogo@newspim.com

◆ 목욕탕 직원의 긴 한숨..."이 시국에 누가 오고 싶어 하겠는가"

가장 먼저 동네 대중목욕탕을 찾아가 봤다. 다중이용시설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높은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장소다. 바이러스가 열과 화학성분에 약해 고온의 관리된 목욕탕은 위험하지 않다곤 하지만 마스크도 못쓰고 맨살을 다 드러내는 곳이다. 실제로 경남 밀양시는 목욕탕 임시휴업을 결정하기도 했다.

마포구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 있는 목욕탕은 영업 중이었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 기준으로 손님이 거의 없었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A씨는 "요즘 같은 시국에 목욕탕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게 이상한 것 아니냐"라며 "그래도 와주시는 분이 있어 문은 닫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물에는 몸을 담그지 않고 다시 나와 다른 목욕탕을 찾아가봤다. 영업 상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마포구청역에서 가까운 한 목욕탕에 도착했으나 '2월 3일부터 별도의 안내 시까지 임시휴무'라고 적혀있었다. 이미 한 달 넘게 휴업 중인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고 생각해보니 코로나19가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2020.03.07 heogo@newspim.com

◆ 손님 줄어든 찜질방, 24시간 영업 안해..."문 열어도 적자" 호텔들, 너도 나도 저녁뷔페 접어

찜질방과 함께 운영하는 대형 목욕탕은 일단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정상적이진 않았다. 주말에 가족 단위의 손님이 몰리던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손님이 없었기 때문이다. 손님들도 대부분 혼자 온 사람이었고, 평소와 달리 찜질방 구역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가게를 나올 때에야 단축영업을 시행한다는 안내문을 봤다. 원래는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다.

점심시간에는 마포구 한 호텔의 뷔페를 찾았다. 다수 인원이 같은 음식을 공유하는 식당 형태이기에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손님은 적은 편이었다. 가게 입구에는 3월 중 아침·저녁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공지문이 붙어있었다.

다른 호텔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라호텔은 "뷔페 정상운영 중이나 고객 이용률에는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고, 더프라자호텔도 "뷔페 정상 운영을 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경기가 겹쳐 전체 예약률은 25% 정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은 "주중 이용률이 떨어져 호텔 중 롯데호텔월드는 금·토·일요일만 영업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호텔 내부의 개별룸이 있는 다른 식당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사가 더 잘된다고 한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2020.03.07 heogo@newspim.com

◆ "공적 마스크 아닌 다른 마스크 구하기 어려워"

불특정 다수와의 비대면을 선호하는 식문화가 퍼지면서 도시락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사내 식당을 폐쇄했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며 인기 도시락 가게에서는 예약 없이 점심을 먹기 힘들다. 마포구 성산동에서 도시락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일일 매출이 최소 2배는 올랐다"며 "배달을 원하는 분들이 많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 구하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반나절 동안 대형마트, 편의점, 약국 등을 수소문했지만 1장도 구하지 못했다. 특히 약국마다 '금일 공적 마스크 물량 소진'이라는 말이 붙어있었다. 몇몇 약국은 오래 알고 지낸 주민들에게 '사전 예약'식으로 마스크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이젠 이마저도 어렵다고 했다. 한 약사는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공적 마스크를 제외한 다른 마스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밤에는 홍익대학교 인근도 둘러봤다. 본격적인 주말이 시작되는 '불금'이었으나 의외로 한산했다. 인근 춤 허용업소(클럽)들이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6일부터 12일까지 자율적 휴업 운동을 실시한 영향이다. 코로나19로 홍익대 주변에서의 버스킹도 금지돼 음악과 춤이 사라지자 마치 다른 동네에 온 듯했다. 코로나19로 활력이 사라진 대한민국의 모습 같다는 우울한 생각마저 들었다. 

heog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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