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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WHO의 팬데믹 선언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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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공식선언 절차 없어... 일부 언론·학자 이미 사용
'봉쇄'에서 '완화'로 이동.. 경제·정치·사회적 충격올 수도

[서울=뉴스핌] 김사헌 기자 = 코로나19(COVID-19) 전염병 확산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전 세계 확진자 수가 11만 명을 돌파하자,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유행(pandemic·팬데믹)'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는 WHO가 전 세계로 코로나19 전염이 확산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위험 최고 등급으로 격상할 준비를 마쳤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WHO는 '세계적 유행'이란 과거 용어의 정의를 이제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세계적 유행'에 따른 보건 정책 대응 방향 자체도 봉쇄와 완화 어느 한 쪽을 강조하기 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합하는 쪽으로 바꾼 것으로 판단된다.

◆ 사상 최초 '통제할 수 있는' 세계적 유행병?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이날 지난 9일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많은 나라에서 (확산될) 발판을 갖게 됐다"면서 "세계적 유행의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the threat of a pandemic has become very real)"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역사상 최초의 통제할 수 있는 세계적 유행병이 될 것(But it would be the first pandemic in history that could be controlled)"이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그 동안 '세계적 유행'을 선포한다는 것은 결국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말과 같다면서, 이번 사례는 통제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번에 '통제할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세계적 유행'이라는 발언은 그의 말바꾸기로 볼 수도 있다. 사실 통제와 세계적 유행은 서로 배치되는 단어다.

이번 발표에서 그는 "세계적으로 100개국 이상에서 확진된 11만명 중에서 93%는 중국, 이탈리아, 한국과 이란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세계적 유행병이든 아니든 게임의 법칙은 동일하다. 즉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전염병 유행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고, 한국의 사례도 신규확진자의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등 고무적이라고 했다.

WHO가 세계적 유행병 선언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고수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세계적 유행병을 선언하는 절차도 없을 뿐더러, 따라서 어느날 WHO가 이런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고해서 바뀌는 것도 별로 없다.

사실 이 용어의 정의조차 불확실하다. 앞서 WHO의 세계적 유행의 정의는 신종플루(H1N1) 바이스러 전염 사태 이후 2010년 문서에서 밝힌 "새로운 질병의 세계적 확산"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면역력을 가지지 못한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이라는 점도 덧붙인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사람을 쉽게 감염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이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확산될 때"로 정의하고 있다. 모두 구체적인 것 같지만 매우 모호한 정의다. 이런 정의에는 공식적으로 '세계적 유행'을 선언할 수 있는 발병률이나 확진자 수치 혹은 확산된 국가의 수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 WHO, '세계적 유행' 공식 선언 절차 없어진 지 오래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4일 WHO대변인의 대답을 통해 "2020년 현재 WHO는 더이상 '세계적 유행'을 선포하는 절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소식을 전했다. WHO는 지난 2009년 신종플푸 사태 때 세계적 유행을 선포했는데, 당시에는 전염병을 6단계로 분류해 최종 단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공식 정의에 따라 세계적 유행을 선언한 마지막 사례였던 셈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타릭 자세레빅 WHO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게 "세계적 유행이란 공식적인 범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WHO는 2009년 H1N1 사태로 사람들이 익숙해진 그런 낡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지금은 국제보건규정에 의하개 공공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공직적인 분류가 없다고 해도 WHO가 코로나19를 세계적 유행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렇게 부를 가능성에 대해 계속 발언해왔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는 세계적 유행이란 용어을 사용하는 것은 "바이러스의 지리적 확산 정도, 야기하는 질병의 심각성 그리고 이것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의 초미세 구조 형태. Alissa Eckert, MS; Dan Higgins, MAM/CDC/Handout via REUTERS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런데 WHO의 공식적인 용어 사용 이전에 미국 언론사인 CNN은 9일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발병을 '세계적 유행'이라고 부르겠다"고 미리 선포해버렸다. CNN은 WHO나 CDC가 이렇게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여러 바이러스학자와 공공보건 전문가들이 그렇게 부른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지난 9일 런던임페리얼칼리지의 로이 앤더슨 전염병역한연구소장 등은 의료저널 '란셋(Lancet)'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코로나19는 세계적 유행으로 발전했다"면서 "단기적으로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달라지는 건 없다.. 봉쇄 정책에서 완화로 이동이 관건

선언 절차도 없고 공식 용어도 아니기 때문에, 보건기구가 '세계적 유행'이라고 선언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세계은행(WB)이 과거 에볼라 사태 때 설립한 3억2000만달러에 이르는 팬데믹본드 기금을 방출할 가능성은 있게 된다. 이 기금은 개발도상국이 전염병 창궐과 같은 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설립했다.

존스홉킨스 전염병 전문의 후안 뒤모이스 박사는 "[세계적 유행 선언은] 정말 의미론적인 문제일 뿐"이라면서 "이를 선언한다고 해서 WHO의 권고안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WHO는 PHEIC 선포를 통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국에 관련 기금이나 자원의 활용 권고안을 보냈다.

WHO는 오히려 이런 단어를 잘못 사용할 경우 불필요하고 정당하지 않은 공포를 증폭하고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을 통해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회원국에 권고안을 발표할 수 있게 되었지만, 세계적 유행이라고 선언하는 경우 '더이상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없다'는 포기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국장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봉쇄 노력을 저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불필요하게 혹은 너무 이르게 대응 전략을 바꾸도록 유도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존스홉킨스의 뒤모이스 박사는 세계적 유행이라는 용어가 각국의 전염병 확산에 대한 대응 방식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과연 그러한 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개선을 이끌어낼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증가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공항 시설을 방역 소독하고 있다. 2020.03.10 mironj19@newspim.com

개별 국가는 전염병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봉쇄와 완화 두 가지 정책을 사용하는데, 세계적 유행이란 단어는 후자에 집중하도록 만들게 된다.

봉쇄는 발병 초기에 확진자를 격리해 질병이 확산되지 않게 하는 것인데, 2002년 사스 사태 때나 2014~2016년 에볼라 발생 등을 억제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대로 완화에 집중하게 되면 정부 당국은 해당 질병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휴교령과 함께 대규모 행사 취소나 연기를 권고해 확산 가능성을 억제한다.

WHO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이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 세계적 유행을 선언했는데, 몇달 새 감염병이 누그러졌다. 그러자 이런 선언으로 공포감과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의료 전문가들도 너무 이른 상황에서 유행병 선언을 한 바람에 병원에 과중한 부담을 야기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이 역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톰 프리든 전 CDC 국장은 지난달 말 CNN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선언은 불가피하다"면서, 주요국들은 정책의 초점을 봉쇄에서 '완화'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레베카 피셔 텍사스A&M대학 칼리지스테이션의 바이러스학 조교수는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을 통해 "공식 선언이 반드시 두려움을 조장하거나 마스크를 비축하게 할 필요는 없다"면서 "세계적 유행이란 바이러스가 더 전염력이 높아진다거나 치명적이게 되었다는 의미도 아니며 개인적인 감염 위험이 커졌다는 것도 아니며 단지 역사적인 이벤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 유행은 국제적이고 통제불가능한 것인데 그 정의란 게 의학적인 뿐 아니라 정치적이다"라면서 "세계적 유행을 선언하면 정부와 세계 기구들은 봉쇄에서 완화로 초점을 이동할 것이며 이것은 전 세계 차원에서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사회적인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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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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