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하드윈, 미국PGA투어 RBC 헤리티지 첫날 캐디와 대화내용 드러나 페널티
벙커에서 볼옆 모래뭉치를 돌멩이로 착각하고 손댔다가 2벌타 자초
중계방송사에서 마이크 장착 원하나 켑카·토마스 등은 극력 반대
지난해 USPGA 챔피언십 때 매킬로이는 비슷한 상황에서 무벌타로 번복돼
[서울=뉴스핌]김경수 객원 골프라이터 = 미국PGA투어 대회에서 선수들이 마이크를 차고 라운드를 하는 일은 1980년대 초반 처음 시도됐다가 이내 사라졌다.
최근에는 2부(콘페리)투어에서 잠깐 선보였고, 지난달 코로나19 극복 기금 마련을 위한 두 차례의 자선 매치 이벤트에서 선수들이 마이크를 장착한채 플레이를 했다. 물론 선수들의 대화와 일거일동을 시청자들이 더 생생하게 듣고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미국PGA투어 RBC 헤리티지 첫날 마이크를 차고 플레이한 바람에 골프 규칙 위반 내용이 방송에 노출돼 페널티를 받은 애덤 하드윈.[사진=골프다이제스트] |
2015년 USPGA 챔피언십 첫날 리치 빔이 벙커내 볼 옆에 있는 돌멩이를 치우고 있다. 당시 로컬룰로 허용했던 모양이다. 지난해 골프 규칙이 개정돼 돌멩이같은 루스 임페디먼트를 벙커에서 제거할 수 있으나, 모래뭉치는 스트로크하기 전에 치우면 일반 페널티가 따른다. [사진=USA투데이] |
코로나19로 중단된지 91일만에 지난주 대회를 재개한 미국PGA투어는 당분간 대회 코스에 갤러리를 입장시키지 않고 있다. 미국 골프채널은 집에서 TV를 통해 대회를 보는 팬들을 위해 희망 선수에 한해 마이크를 달고 시범플레이를 하도록 요청했다. 지난주 찰스 슈왑 챌린지에서는 리키 파울러가 마이크를 단 채 플레이했고, 이번주 RBC 헤리티지에서는 애덤 하드윈(33·캐나다)이 마이크를 달고 1라운드를 치렀다.
마이크 장착 플레이는 선수와 캐디, 선수들끼리 하는 대화가 그대로 방송에 노출되기 때문에 팬들로서는 솔깃한 점도 있겠으나,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선수들끼리도 의견이 갈린다. 필 미켈슨, 조엘 대먼 같은 선수들은 마이크 장착을 찬성하는 반면 브룩스 켑카나 저스틴 토마스는 극력 반대한다. 토마스는 "선수와 캐디가 은밀하게 하는 대화가 도대체 시청자들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했고, 켑카는 "중계방송을 하는 아나운서들이 입을 다물면 웬만한 대화는 들릴 터인데 굳이 마이크를 달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힐튼 헤드의 하버 타운GL(파71)에서 열린 RBC 헤리티지(총상금 710만달러) 첫날 하드윈은 마이크로 인해 캐디와 주고받은 대화가 그대로 방송에 노출됐고, '어쩔 수 없이'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나왔다.
13번홀(길이 376야드)에서 하드윈의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갔다. 볼 옆에 돌멩이가 있어서 치우고 보니 또하나의 돌멩이처럼 생긴 것이 있기에 그것도 치우려고 손을 댔는데 바스러져버렸다. 두 번째 것은 돌멩이가 아니라, 모래가 뭉쳐 돌멩이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드윈은 캐디에게 "어! 돌멩이가 아니네. 이러면 페널티인데"라고 말했고, 그 목소리는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됐다. 하드윈과 캐디만 알 수 있는 미묘한 상황이 마이크로 인해 널리 공포돼버린 꼴이 됐다.
돌멩이는 루스 임페디먼트이므로 코스 어디에서든지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모래는 퍼팅그린과 티잉구역에서만 치울 수 있다. 그밖의 페널티구역이나 페어웨이, 러프, 벙커 등지에서 모래를 치우면 일반 페널티(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2벌타)가 따른다. 하드윈 자신도 이 규칙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는 경기위원을 불러 "돌멩이인줄 알고 치우려고 손댔는데 모래뭉치였다. 벌타죠?"라고 물었다. 경기위원은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벙커에 있는 볼을 스트로크하기 전에 모래 상태를 테스트한 것'으로 보고 하드윈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하드윈은 3온1퍼트로 홀아웃했지만 페널티를 합쳐 그 홀 스코어는 더블보기로 기록됐다. 그는 이날 1오버파 72타로 로리 매킬로이, 김시우 강성훈 이경훈 등과 함께 101위에 랭크됐다. 그 페널티가 아니었다면, 1언더파 70타의 공동 68위가 될 참이었다.
2009년 프로가 된 후 2015년 미국PGA투어에 데뷔한 하드윈은 통산 1승(2017년 발스파 챔피언십)을 올렸다. 현재 세계랭킹은 59위다.
하드윈이 이날 마이크를 차지 않고 플레이했다면 하드윈과 그 캐디 둘만 알고 있는 이 해프닝은 어떻게 결말이 났을까? 양심적으로 스스로 페널티를 부과했을지, 유야무야 넘어갔을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한편 지난해 8월 미국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인 더 노던 트러스트 2라운드에서 매킬로이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 페널티를 받았다가 번복된 일이 있었다.
매킬로이의 14번홀(길이 149야드) 티샷이 벙커에 빠졌다. 볼 뒤에 돌멩이처럼 생긴 것이 있어서 치우려고 손댔으나 모래뭉치로 드러났다.
처음에 데이브 도넬리 경기위원은 매킬로이의 설명을 듣고 2벌타를 부과했다. 이 문제는 매킬로이의 어필로 라운드 후에 다시 거론됐다. 슬러거 화이트 경기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골프협회(USGA)와 의논끝에 "라이 개선을 하지 않았고, 모래 상태를 테스트하지 않았다"는 매킬로이의 말을 믿고 페널티를 취소하고, 무벌타로 환원했다.<골프 규칙 12.2b, 8.1a>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