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故 박원순 시장 숙원사업 '잠실 마이스' 표류하나…정부규제 '거대 암초'

기사입력 : 2020년07월16일 06:03

최종수정 : 2020년07월16일 06:03

잠실 복합지구 개발사업, 박 시장 사망에 추진동력 '흔들'
기재부와 협의 난항…토지 맞교환, 약 7개월째 '지지부진'
정부 고강도 규제기조…"집값 안정화 전까지 지연될 것"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계획한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인 서울 잠실 마이스(MICE, 회의·관광·전시·이벤트) 복합단지 개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추진 동력이 떨어진 데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기획재정부와 협의 난항라는 '삼중 악재'가 겹친 탓이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작년 말부터 기획재정부와 약 7개월에 걸쳐 잠실종합운동장 내 부지교환 협의를 해왔지만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기재부 소유 잠실운동장 땅과 교환해줄 땅을 기재부에 제안했지만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 잠실 복합지구 개발사업, 박 시장 사망에 추진동력 '흔들'

서울시는 송파구 잠실동 10번지 일대 13만5861㎡ 규모의 잠실운동장 부지에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개발 사업'을 계획해왔다. 총 사업비는 2조5000억원 규모다. 지난 5월 착공한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맞물려 서울 강남을 국제업무의 중심지로 발돋움시키는 게 목적이다.

잠실운동장은 준공 후 30년이 넘어 시설이 노후한 데다 외부공간은 주차장 위주로 쓰여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실내체육관, 체조경기장, 수영장을 철거한 다음 오는 2025년까지 전시·컨벤션 시설, 호텔, 유스호스텔, 실내 스포츠 콤플렉스를 지을 계획을 세웠다. 이 일대를 관광인프라 단지, MICE 단지로 조성하기 위해서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관광(Incentive tour),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첫머리를 딴 글자다. 세계 각국은 MICE 산업의 부가가치,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를 인식해 MICE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박 시장도 잠실 MICE 개발을 역점사업으로 뒀다.

개발이 끝나면 이 지역은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와 현대자동차그룹 GBC, 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대규모 '국제교류복합지구'로 탈바꿈한다. 지난 5월 삼성동 GBC가 착공했으며 향후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코엑스 확장 개발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사업비 1조원' 규모의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토목공사를 입찰 공고했다. 오는 2027년 말 완공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박 시장 사망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기재부와의 협의 난항이라는 '트리플 악재'를 만났다. 우선 박 시장이 갑작스레 사망해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 '구심점'이 사라졌다.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약 9개월간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는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서울 시정은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에 따라 중단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며 "부시장단과 실·국·본부장을 중심으로 서울시 공무원이 하나가 돼 시정 업무를 차질 없이 챙겨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부시장이 박 시장의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민선 시장과 같은 정치력과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사업추진 동력이 다소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위치도 [자료=서울시]

◆ 기재부와 협의 난항…토지 맞교환, 약 8개월째 '지지부진'

서울시가 잠실운동장을 개발하려면 기획재정부와 성공적인 소통을 해내야 한다. 기재부가 잠실운동장 내 부지교환, 국유지 무상이용 등 각종 절차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 하지만 두 기관의 이해관계가 달라 협의과정이 순탄치 않다.

잠실운동장 부지 중 기재부가 소유한 땅 면적은 8만627㎡로 전체의 절반(59.35%)이 넘는다. 2020년 공시지가(㎡당 470만원)로 계산하면 기재부 땅 가치는 3700억원 이상이다. 통상 공시지가의 2~5배에 실거래가가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땅값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이 65.5%라고 발표했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분석 결과 공시지가는 시세의 37% 수준이다.

서울시는 잠실운동장 부지가 100% 시유지여야 향후 개발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작년 말부터 잠실운동장에 있는 기재부 땅을 가치가 동일한 다른 땅으로 교환해주겠다고 기재부에 제안해왔다. 하지만 기재부로서는 개발이 끝난 후의 토지가치가 지금보다 높기 때문에 당장 교환할 이유가 없다.

지난 2017년에도 서울시는 기재부에 시유지인 서부·강서·강남면허시험장 부지를 모두 줄테니 잠실동 10번지와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당시 기재부는 "해당 지역이 개발되면 땅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또한 서울시는 잠실운동장 내 기재부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해도 되는지를 기재부와 협의해야 한다. 민간투자법 제19조 제3항에 따르면 민간투자사업 예정지역에 있는 국유·공유 재산은 실시계획이 고시된 날부터 준공확인이 있을 때까지 무상으로 사용, 수익할 수 있다. 서울시는 법 조항대로 기재부 부지를 무상으로 써도 되는지, 또는 기재부가 특정 조건을 제시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밖에 한국개발원(KDI)의 민간투자사업심의도 거쳐야 한다. 민간투자사업심의는 사회기반시설 민자사업 관련 주요정책 수립을 심의하기 위한 절차다. 이 절차를 통과해야 서울시가 잠실개발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개경쟁을 알리는 제3자 제안공고를 연내 실시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민간투자사업심의를 의뢰한 상태"라며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정부 고강도 규제기조…"집값 안정화 전까지 지연될 것"

최근 국토교통부, 기재부 등 관계부처가 6·17 부동산대책, 7·10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고강도 규제를 쏟아낸 것도 '악재'다. 잠실 개발이 진행되면 그 일대 집값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GBC 착공계를 낸 지난 5월 잠실 일대 아파트들은 며칠사이 호가가 수천만원씩 올랐다. 잠실은 탄천을 사이에 두고 삼성동과 맞닿아 있어 GBC 개발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일대 총 14.4㎢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실수요자에게만 거래 허가를 내줌으로써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잠실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대지지분 18㎡ 초과인 주거지역, 20㎡ 초과인 상업지역을 매입하려면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 수요자들은 토지 규제에 맞게 이용목적을 제출해야 한다. 예컨대 주거용지면 주택을 짓는 땅이라는 목적에 맞게 이용해야 한다. 다만 잠실에는 아파트가 대다수라서 투자자가 사용목적을 '실거주'라고 적을 수 있다. 잠실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이 일대 호재가 가시화되면 수요자들이 또다시 몰릴 수 있는 것.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 대표는 "만약 투자자가 '몸테크'(재개발, 재건축을 기대하고 녹물이나 외풍 등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것)를 생각하고 사용목적을 '실거주'라고 해 버리면 정부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서울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잠실 개발을 최대한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잠실운동장 개발에 암초가 겹쳐 한동안 사업이 표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상철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정부가 직접 추진하는 사업이라도 상황이 급변하면 불투명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지금처럼 박 전 시장이 사망하고 서 시장 권한대행이 시장 업무를 이어받는 상황에서는 추진동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집값 잡기에 혈안이 돼 있으니 사업 담당자들도 그 기조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잠실 개발사업이 지연될 것은 자명해보인다"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부조직 개편 방식 '안갯속'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 발표가 오는 8월 13일로 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달 말 대국민보고를 할 계획이었지만 미뤄지면서 정부조직 개편의 구체적인 방식은 안갯속이다. 26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위는 정부 조직 개편안 등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막바지 정리 작업 중에 있다. 개편이 유력한 기획재정부와 검찰 조직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2025.07.22 gdlee@newspim.com 국정위는 당초 이달 중 대국민보고 등 주요 일정을 마칠 계획이었다. 국정위의 법적 활동 기한은 60일로 오는 8월 14일까지 활동할 수 있다. 1회 한해 최장 20일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국정위는 조기에 활동을 마무리 하겠다고 했다. 국정위의 속도전에 제동이 걸린 데는 정부의 첫 조직 개편인 만큼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와 산업자원통상부의 기후와 에너지 파트를 분리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의 반발도 나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 대통령이 이달 말에서 내달 초 방미 일정이 잡힐 수 있다는 점도 정부조직 개편이 늦어진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기재부의 예산 분리 기능과 검찰청 폐지가 담길 것이 유력하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앞서 "기재부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것과 (검찰청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공약 방향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조직 개편은 ▲예산 편성 기능을 분리해 과거의 기획예산처를 되살리고 나머지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안 ▲예산처가 아니라 재무부를 신설하는 안 ▲기재부 내에서 기능을 조정하는 안 등이 거론돼 왔다. 이 방안들을 놓고 국정위는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정위는 초안 등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청 폐지 골자의 검찰 조직 개편안도 이번 조직 개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당에서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는 검찰 권력의 핵심인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을 신설해 여기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이곳으로 넘기기로 했다. 다만 수사권을 행안부 산하에 둘지 법무부 산하에 둘지를 두고는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더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개편 방안을 놓고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금융위 해체 차원의 '금융위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 조직 개편안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근 여당에서 기획재정부 내 국제금융 업무를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며 '금융위 존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위 해체론에 제동이 걸렸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 역시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ycy1486@newspim.com 2025-07-26 07:00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