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이사장직은 다 챙겨주고 채우는 마지막 퍼즐"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거래소 차기 수장은 정지원 이사장 거취에 달렸다."
오리무중인 한국거래소 이사장직을 두고 거래소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사장 임기 만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임자 인선은 감감 무소식이다. 정지원 이사장의 향후 거취에 따라 후임 인선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 이사장은 현재 손해보험협회 차기 회장직에 도전해 4파전을 치르고 있다. 이르면 내달 3일 손보협 회장후보추천위원회 3차 회의 결과에 따라 단독 또는 2인 최종후보로 선정될 예정이다.
손보협을 비롯해 은행연합회 등이 차기회장 인선작업에 돌입하며, 거래소 이사장 후임은 후순위로 밀린 형국이다. 금융권의 차기 수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일시에 겹치면서 거래소 이사장직은 '군불조차 지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8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8.05 alwaysame@newspim.com |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이사장의 경우 부산지역 정서 또한 고려해야 해서 변수가 많은 것 같다"며 "현재 각종 금융협회 등의 인선이 먼저 정리돼야 최종적으로 차기 이사장에 대한 분위기도 조성될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소 신임 이사장으로는 민병두 전 정무위원장과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 도규상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내달 1일로 임기가 끝나는 정 이사장의 유임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인 정 이사장을 노골적으로 챙겨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이사장 자리가 정 이사장이 손보협 회장직에서 떨어지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남겨 놓은 일종의 '보신용'이 된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의 공식 임기는 내달 1일 만료된다. 하지만 거래소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도 공모 절차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사장 선임까지는 통상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정 이사장이 거래소를 떠나면 최소한 한 달은 이사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반대로 정 이사장이 거래소에 남게 될 경우 후임자 인선까지는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주주총회를 통해 임기를 1년 연장하는 카드도 남아 있다. 다만 임기 연장의 경우 임기 만료 전에 열리는 것이 보통이어서 '임기 만료 후 임기 연장'을 위한 주주총회는 내부 반발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정 이사장은 3년 전 취임 당시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난항을 겪었다. 그동안 거래소에 전례 없던 '추가공모'로 지원한 정 이사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되자 거래소 노조는 선임 절차에 공정성·투명성이 결여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그가 부산 출신인데다 추가 공모로 지원한 점, 당시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지원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사실상 내정됐다는 시그널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금융권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에도 손보협 건 등을 보면 정 이사장은 부금회가 꼭 챙기고 싶어하는 인사인 것 같다"며 "아직 오리무중인 거래소 이사장직은 다 챙겨주고 채우는 마지막 퍼즐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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