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고백'이 아동학대 피해자들의 아픈 사연을 들여다본다. 복지사도, 경찰도 도울 수 없는 학대의 굴레 속에, 누구도 그들의 행동을 탓할 수 없다.
박하선 주연의 영화 '고백'이 학대 피해를 당한 트라우마 속의 인물을 통해 뿌리깊은 아동 학대의 현실을 얘기한다. 주인공인 딸을 학대하는 아버지에게 맞서는 여자 복지사 오순(박하선), 편견에 부딪히는 오지랖 넓은 여경(하윤경)은 가볍지만은 않은 현실의 문제들을 가만히 들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리틀빅픽처스] 2021.02.02 jyyang@newspim.com |
◆ 트라우마를 지닌 사회복지사와 학대 아동…놀라운 박하선 열연
전국민이 1000원씩 일주일 안에 1억 원을 보내라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다. 1000원 유괴사건이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사이, 사회 복지사인 오순이 돌봐주던 보라(감소현)의 아버지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아이는 사라진다. 신입 경찰인 지원은 며칠 전 우연히 만났던 오순의 행적을 의심한다.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심상치 않은 사연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지원은 그를 돕고자 하는 마음도 갖는다.
박하선은 박오순 역을 맡아 아버지의 학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를 열연했다. 과거의 상처 때문에 현재 하는 일을 하게 됐지만, 그 탓에 학대 부모를 보면 도무지 참아넘기질 못한다. 멍 투성이가 된 아이들 앞에서 고삐가 풀린 듯 날뛰는 그의 행동은 살해의 동기로 지목받기에 이른다. 박하선은 얼굴의 표정, 근육 하나까지 오순이 돼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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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역의 하윤경은 범죄를 알아차리는 촉이 남다른 신입 순경이다.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야간근무에서 제외되고 민원인에게 수모를 겪기도 한다. 범죄자처럼 보이는 이에게 먼저 접근해 일을 그르친다는 오해를 받기을 정도로 열정이 지나친 탓에 오순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아역 배우 감소현은 최악의 학대 피해 속에 속내까지 비뚜름해진 아이 역을 무난히 소화했다.
◆ 상처투성이인 이들이 스스로를 지키는 법…먹먹한 반전의 '고백'
자꾸만 벽에 부딪히지만, 지원은 과거 왕따 피해를 당하며 경찰 포스터를 보고 희망을 품게된 사연이 있다. 경찰이 됐어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민원인도 무시하는 여경은 사건 현장에서 형사들의 윽박지름에 밀리기 일쑤다. 그럼에도 오지랖을 멈추지 못한 그는 결국 실종된 보라와 용의선상에 오른 오순의 자백을 받아낸다. 오순은 그에게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다. 나를 의심하면서도, 돕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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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은 끔찍한 학대의 피해자로 자라 스스로 '망가진 어른'이 됐다고 말한다. 보라만큼은 자신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걸 끌어안는다. 보라 아버지의 시체가 발견된 날, 어머니를 찾아가 참았던 울음을 토해내는 오순의 절규는 모두의 마음을 찢어 놓는 듯 하다. 하지만 영화 말미, 보라 역시도 오순을 지키는 선택을 한다. 결국은 상처투성이인 이들이 서로를 지켜주는 이야기다. 지금 이순간도,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게 일어날 학대의 피해를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되짚는다. 오는 17일 개봉.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