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농 농촌 부강 D-2 양회 주요 의제로 부상
시진핑의 탈빈 성과물 창당 100주년 무대에
탈빈 유지 관리 위해 국가향촌진흥국 설립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네 엄마 수입이 한달에 얼마니? 널 무시한다고 날 탓하지마. 얘네 엄마 1년 수입은 너희 엄마 50년 치 월급보다 많을 걸". 중국 텐진의 한 중학교 담임 교사가 한 학생을 나무라는 내용의 이 모욕적인 얘기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중국사회가 발칵했다. 문제의 이 교사는 1급 교사 자격증을 박탈당하고 교직에서 즉각 파면됐다.
온라인에는 며칠동안에 걸쳐 교사의 부적절한 언사를 지탄하는 글들이 귀따갑게 이어졌다. 어떤 네티즌은 가난은 자랑이 아니지만 결코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자질이 부족한 교사의 말이 비수가 돼 어린 아이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비난했다.
3월 5일과 4일 중국에서는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2021년 양회(각각 13기 전국인대 4차회의, 전국정협 13기 4차회의)가 열린다. 중국의 2021년 중앙 1호문건이 18년 째 3농(농업 농촌 농민)이었음을 감안할 때 올해도 가난과 농촌 문제는 양회의 가장 중요한 민생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삼농정책'은 농촌에 씌워진 가난의 모자를 벗기고 현대화(선진화)를 달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1년 양회는 중국 리더십 재편이 예상되는 2022년 중국 공산당 20대 당대회(20차 전국대표대회) 직전 해에 열린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또한 공산당 창당 100주년의 해와 14.5계획 시작의 해에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여느 양회와 유별한 의미를 갖는다. 공산당은 최근들어 부쩍 중국 탈빈 공작(업무)의 완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오천년 역사상 빈곤을 공산당 체제가 처음으로 구제했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기 겸 국가주석은 2012년 18대 당대회를 통해 집권한 뒤 '탈빈(脫貧, 가난에서 벗어남)' 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놨다. 시 주석의 거의 모든 지방 방문은 탈빈공작과 연계됐다. 8년간 20여 개 빈곤촌을 돌아다녔으며 무엇보다 가 볼 곳을 스스로 정하고 일정도 직접 짰다고 한다. 그 결과 10년도 안되는 시간내에 공산당은 832개 빈곤 현과 12만 8000개 빈곤 촌에 대해 가난의 모자를 벗겼다.
중앙TV(CCTV)는 2021년 3월 1일 밤 방송에서 18대 출범 당시 9899만 명이었던 중국 빈곤인구가 2020년 전부 가난에서 벗어났다고 목청을 높였다. 시진핑 집권하의 중국 탈빈 성취는 유엔(UN)이 설정한 2030년 빈곤퇴치 목표를 10년이나 앞당겼다는 얘기가 해외에서 까지 거론될 정도다.
중국은 이런 탈빈의 '위업'을 통해 공산당이 인민의 복리를 위한 당이고 공산당 사전에 불가능한 일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창당 100 주년(7월 1일)을 맞는 현 시점에서 중국 유일의 통치 집단으로서의 공산당 일당 체제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분투의 전리품인 탈빈의 성과는 공산당 100년 기념 무대에 성대하게 올려질 예정이다.
그렇다고 탈빈 업무가 여기서 막을 내리는 게 아니다. 시진핑 주석은 2020년 탈빈 완성을 점검하면서 "탈빈 공작(업무)에는 종착역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변 학자들은 이 말의 뜻이 중국의 탈 빈곤 성과를 유지 관리하는 동시에 환빈(還貧, 가난으로 되돌아 감)을 방지하면서 농촌 현대화(선진화, 농촌부강)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국은 2020년 원칙적으로 오천년 가난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자찬하면서도 농촌 부강을 위한 정책의 고삐를 계속해서 바짝 조이고 있다. 2021년 중앙 1호문건(한해 가장 중요한 정칙)은 18년 째 3농을 화두로 꼽고 14.5 계획의 농업정책을 말 머리에 올렸다. 탈빈을 넘어 농촌부강을 목표로 경지 보호와 식량 안전, 육종 및 생돈 안정 체제 구축을 핵심업무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2021년 양회를 일주일여 남겨 놓은 2월 25일 중국 수도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타이양궁(太陽宮) 베이제(北街) 1호에는 '국가향촌진흥국' 이라는 다소 생소한 간판 하나가 내걸렸다. 향촌은 외진 시골 마을을 가르키는 말이다. 국무원 공식 부처 농업농촌부와 별도로 이 기구는 국무원 직속기구로 설립됐다. 중앙TV는 이 기구가 탈빈 공견전(핵심을 공략함) 승리의 상징이며 농촌 부강의 미래 청사진이 집약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북한 만포시 건너편 중국 지안시 압록강변에 중국 농부들이 오미자를 건조하고 있다. 압록강 오른쪽 건너편에 만포시의 야산과 마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뉴스핌 2020년 10월 촬영. 2021.03.02 chk@newspim.com |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