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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 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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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北 미사일 '탄도미사일' 규정 안 해…미‧일은 '안보리 위반' 규탄
"北, 남한은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존재로 인식"…이제는 할 말 할 때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 3월 25일 북한이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1월 열병식에서 북한이 공개했던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개량형이었다.

미사일은 크게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나뉘는데, 이 중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관계없이 무조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제1718호의 위반 대상이 된다. 미국과 일본은 발사 직후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며 규탄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국은 조용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이 전부다.

북한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신형전술유도탄 발사 장면.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2021.03.26

한국이 조용한 이유는 북한의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미사일 발사 일주일이 지나도록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군은 통상 순항미사일인 경우에는 대외적으로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례로 지난 21일에는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외신을 통해 알려진 뒤에야 군이 뒤늦게 인정했다.

25일 미사일은 발사 직후 군이 발표를 했다. 바꿔 말하면, 이는 탐지 단계에서부터 사실상 탄도미사일로 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발사 이튿날인 26일에는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지난 1월 열병식에서 공개됐던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개량형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사진을 보고 "이전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에 비해 탄두가 길고 뾰족해졌으며, 이동식발사차량(TEL) 바퀴가 4축에서 5축으로 늘어나 미사일 동체가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사실은 군 당국과 청와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북한도 스스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언급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로 지난 3월 30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놓고 자신들은 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러나 정부는 발사 일주일이 지나도록 입을 다물고 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3월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스스로 탄도미사일이라고 인정했는데, 군은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는 정도의 입장에서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탄도미사일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종합적으로 정밀 분석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고전소설 '홍길동전'이 떠오른다.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 하지 못하는 형국을 보니까 말이다.

사실 정부는 2018년 이후 북한이 수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적이 없다. 북한은 2019년 13회, 2020년 4회, 2021년 1회(합동참모본부 공식 발표 기준) 무력도발을 했는데, 이 중 절반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 등 탄도미사일 발사였다.

명분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동력 확보'다. 그런데 최근 2년간 남북관계는 '평화'보다는 '긴장'이라는 단어로 대변됐다.

무력도발뿐만 아니라, 지난해 북한은 남북 교류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기습 폭파하고 서해에서 한국 공무원을 총격 사살했다.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르지도 못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북한은 보란 듯이 탄도미사일 능력을 키우면서 우리 국민의 재산, 안전, 생명을 위협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4년차를 맞아 뉴스핌과 지난 2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도발적 행동과 언사를 했음에도 무조건 다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다 상실했다. 북한에게 '남한은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 줬다"고 쓴 소리를 했다.

문재인 정부가 외치던 '한반도 운전자론'은 무용지물이 됐다. 북한은 남한보다는 미국과 마주 앉길 원한다. 북한이 벌이는 무력도발은 대개 미국에 메시지를 주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대북제재의 '키(Key)'를 미국이 쥐고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전문가의 지적대로 '남한은 무슨 짓을 해도 반응을 안 보이는 존재'라는 인식을 북한에 심어준 탓이 크다.

군과 정부에 묻고 싶다.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 하지 못하는 '홍길동 전략'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 언제까지 이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보는지. 이제는 할 말은 당당히 하고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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