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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여성징병제와 젠더갈등, 그리고 대선

기사입력 : 2021년05월17일 09:45

최종수정 : 2023년06월19일 16:53

'진정한 남녀평등'에 대한 공론장을 개설하자

[서울=뉴스핌] 이영태 통일외교선임기자 = "유리천장을 깨는 만큼 유리바닥도 깨져야 한다."

지난 주말 코로나19로 조기 군입대를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 A씨가 20대 청년들의 정치 인식을 얘기하는 중 또래 친구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대표한다며 소개한 말이다.

남·북으로 분단된 한국 사회에서 영·호남 지역갈등과 보수·진보 이념갈등에 이어 남·녀 성역할에 대한 젠더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성징병제' 공론화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글에는 17일 현재 약 29만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의 징집률 또한 9할에 육박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에 포함하여 더욱 효율적인 병구성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성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며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도 여성 군복무를 의무화하자는 병역병 개정 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위원회인 국방위원회와 관련위원회인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는 지난 14일 '여성 의무 군복무에 관한 병역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소관상임위 심사 대상 성립 요건인 1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모 씨가 지난달 21일 국회에 등록한 청원은 "인구감소로 인한 군 병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군 병력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여성의 군 복무를 선택이 아닌 의무로 법을 개정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부를 때는 국가의 아들, 다치면 느그 아들, 죽으면 누구세요' 지금도 유행어"

여성 군복무 의무화에 대한 20대 청년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A씨는 "여성징병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부모 세대와 달리 지금 젊은 남자들은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보지 않아요. 가부장제 시대에 존재했던 성차별은 거의 사라졌다고 보거든요. 오히려 남녀가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데 왜 남자만 군대를 가야하느냐, 이건 역차별 아니냐고 생각하는 거죠. 근데 정부 정책이나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보면 여전히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여기면서도 차별하던 과거의 사고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대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과 부조리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죠. '부를 때는 국가의 아들, 다치면 느그 아들, 죽으면 누구세요'라는 말이 지금도 유행하고 있거든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들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장벽을 '유리천장'이라고 하는 것을 빗대서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는 단어가 '유리바닥'이에요. 여성할당제나 여성전용주차장, 여성전용좌석, 여대 등 남자들보다 여자들을 우대하는 많은 제도가 많이 있는데 왜 남자들만 군대를 가야 하느냐, 제도적인 남녀평등이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이런 우대정책도 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A씨는 그래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에는 자진해서 갈 것이라고 했다.

'유리바닥'(glass floor)은 사회적 약자의 신분상승을 막는 무형의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에 반대되는 용어로 2016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사용하면서 알려졌다. 상류층은 부의 세습으로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활용해 기득권에게 유리한 정책과 인프라를 만들어 신분추락 방지장치인 '유리바닥'을 구축해 오고 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2021.05.17 [이미지=KBS 방송화면 캡처]

20대 남성들이 갖고 있는 젠더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 결과가 바로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다. 전통적으로 진보정당 지지가 강하다고 평가받는 20대 이하 남성(18·19세, 20대) 중 72.5%가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지지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지지한 이들은 22.2%에 그쳤다.(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들이 보수화되는 이유에 대해 A씨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민주당에는 표를 줄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요. 그래서 요즘 20대 남자들 사이에서 뜨는 정치인이 하태경과 이준석이에요. 정치적인 목적을 떠나 그들이 최소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준다고 생각하는 거죠"라고 귀띔했다.

20대 청년들이 애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재미있는 이슈네요"라는 밈(meme)이 있다. 취임 초인 2017년 9월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 서명을 많이 받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거론하며 "남녀가 국방의무를 함께 해야 된다는 청원도 (인기가) 만만치 않던데요. 하여튼 다 재밌는 이슈 같아요"라고 말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은 이 문제를 대통령과 함께 웃고 넘겼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관학교 생도 성적 등을 근거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활동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나온 것이지만, 20대 남성들에게는 여성 군복무 의무화를 제기한 청원을 우스갯소리로 치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현상에는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공약했던 문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잠재돼 있다.

당시 '여성징병제'를 처음 거론했던 청원은 12만명 동의를 받은 뒤 마감시한까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채우지 못해 삭제됐다. 반면 4년 후인 2021년 5월 현재 같은 내용의 청원에 동의를 표시한 참여자 수는 답변 기준을 훌쩍 넘어 오는 19일 마감시한에는 3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젠더갈등이 몇 년 사이에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여성 53.7% "여성도 군대 가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병역 담론의 전환을 위한 기초 연구' 설문조사 결과. 2021.05.17 [이미지: 보고서 캡처]

한 가지 특기할만한 사실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병역 담론의 전환을 위한 기초 연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절반 이상이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는 점이다. 당시 국민 2012명(여성 976명, 남성 10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국민 62.5%가 동의했는데 이 가운데 여성이 53.7%, 남성이 70.8%를 차지했다. 병역 대상이 될 수 있는 20대 여성 53.2%도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도 의무복무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즉 여성징병제에 대한 동의율은 51.8%(여성 42.3, 남성 60.8%)였다. 이 설문에 대한 20대 여성의 찬성 비율은 39.2%다.

이 조사에서 모병제 도입에 대한 찬성여론이 80.1%(여성 81.0%, 남성 79.2%)에 달하고, '징병제는 남성차별'이라는 주장에 동의한 응답자가 59.9%(여성 51.8%, 남성 67.5%),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 사람이 80.0%(여성 53.7%, 남성 70.8%)라는 결과도 한국 사회의 달라진 의식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문제는 '여성징병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남녀갈등이 사라지거나 남녀평등이 달성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전투병과와 비전투병과 배치 등의 문제로 젠더갈등이 증폭될 여지도 다분하다. '나도 싫지만 의무로 가야 하니 너도 가라'는 식의 접근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키우기 십상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군대가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하는 기간'에 불과하다고 보는 젊은 남성들의 시각과 생각을 바꿔주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남녀평등 군복무제와 군인 월급 현실화, 사병 보직 부여시 진로 연계, 전역 후 군가산점 부여 등 다양한 제도가 있을 수 있다. 그동안 남북 분단상황 등을 고려해 불가능하다고 터부시해왔던 모병제도 이제는 실현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나아가 지금 당장 여성징병제 등으로 젠더갈등을 빚고 있는 젊은 남성과 여성들의 근원적인 고민과 불만,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요컨대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갈등으로 부상하고 있는 젠더이슈를 계기로 "진정한 남녀평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공론장을 마련해 젊은이들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논의하고 설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해법일 것이다.

분단도 극복하지 못한 기성세대가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에 이어 젠더갈등까지 젊은이들에게 나쁜 유산으로 물려줘서야 되겠는가.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미래세대인 10대와 20대 청년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의 근원을 찾아 해결해야 할 책임은 젠더갈등을 방치하고 무시해온 기성세대에 있다.

내년 대선의 캐스팅보트는 '이대남(20대 남성)·이대녀(20대 여성)'들이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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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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