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후보 총대 매고 SK·NY '눈치싸움'…이재명 "경선 연기 반대"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일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선연기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원칙론을 꺼내들며 주춤하는 듯 했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송영길 당대표가 2일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관련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여권 선두 '빅 3(이재명·이낙연·정세균)' 후보들이 경선룰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가운데 군소후보들이 먼저 총대를 맸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백신 문제 해결이 가시관에 들어왔을 때 경선을 시작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예의"라며 경선 연기를 주장했다.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김두관 의원 역시 지난 1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지도부 결단을 촉구했다. 김 의원이 본인이 경선연기 수혜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연기론을 펼치는 대신 지도부에 용단을 촉구하는 모양새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측은 눈치싸움에 돌입한 양상이다. 연기론에 불을 지피면서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진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경기 규칙을 정하는 일은 선수들 일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고, 정 전 총리는 "경선 연기가 처음 있는 아니다"라며 긍정적 시그널만 보낸 상황. 후보 등록일은 가까워지는데 지도부 논의에 진전이 없어 애만 태우는 분위기다.
이낙연계 한 의원은 지난 1일 기자와 만나 "이 전 대표는 이미 경선연기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어 입장을 번복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선을 연기하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말을 꺼낼 수 없다"며 "정 전 총리라면 다소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상황 아니냐"며 정 전 총리 측에 기대를 걸었다.
반면 정 전 총리 측은 "경선을 연기하자는 말을 먼저 꺼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이 전 대표가 굳이 (연기론을) 말하지 않는데, 정 전 총리가 주도적으로 연기하자고 적극 나설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헌 88조는 대선 후보 선출일을 선거일 전 180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문제는 '상당한 사유'를 어떻게 해석하냐가 관건이다.
경선연기파는 "코로나19 집단면역" "컨벤션 효과" 등을 사유로 들어 경선을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 방법으로 당원 여론조사가 언급된다.
한 후보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를 선거일 120일 전까지 선출하면 된다. 민주당보다 두 달이나 시간을 더 버는 셈"이라며 "야당 후보 선출시기에 발맞춰 당내 후보를 선출하는게 어떻냐는 여론조사를 돌리면 당원 상당수가 찬성하지 않겠냐"고 봤다.
또 다른 후보 측근 역시 "여론조사를 통해 당원들의 동의를 얻는다면 경선을 연기할 명분은 충분히 확보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고심에 빠진 기색이 역력하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기자에게 "당원 여론조사를 돌리자는 안을 꺼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지난 4·7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해 당헌당규 개정했을 당시, 당원 투표를 부치는 것만으로도 여론 뭇매를 맞았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당 입장에선 대선 후보를 미리 띄우는 것보다 막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면서도 "1위 주자가 통 크게 양보하지 않는 이상 지도부가 먼저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하기에도 난처하다"고 했다.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 지사는 이미 경선 연기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12일 "경선은 원칙대로 해야 가장 조용하고 합당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지사 측 의원 역시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 지사는 경선을 연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경선이 연기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당 관계자는 "경선이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 지사가 굳이 2위 이하 후보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룰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이 지사가 반대하는데 당으로서도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헌·당규상 경선룰이 이미 정해져있다"고 말해 경선룰 유지론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송 대표는 이날 취임 한달을 맞아 여는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연기 관련 입장을 다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choj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