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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어업 단속 피해 도주하다 사망…대법 "국가 배상책임 없다"

기사입력 : 2021년06월28일 06:00

최종수정 : 2021년06월28일 06:00

2015년 불법어로 단속 과정서 도주하다 바다에 빠져 익사
1심 "공무원들 수색 제대로 안 해"…직무상 과실 인정
2심 "사망 전 발견 불가…직무상 과실 없어"…대법서 확정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당국의 불법 어업 단속을 피해 도주하다 사망한 경우 정부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해양수산부 산하 동해어업관리단의 특별합동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선장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동해어업관리단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의 요청을 받고 지난 2015년 4월부터 5월까지 부산신항 인근의 불법 어로 행위 특별 단속에 나섰다. 단속 공무원 4명은 같은 해 4월 22일 오후 7시 45분쯤 부산 가덕도 휴게소 앞에 있는 암초인 감수서 인근 해상에서 불을 끄고 있던 배를 발견했다.

단속정이 접근하자 이 배는 최대속력으로 도주했는데, 4분 뒤인 오후 7시 49분 감수서와 충돌해 배에 타고 있던 선원 B씨가 부상당했다. 오후 8시 25분경에는 선장 A씨도 인근 해상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조사 결과 사고 당시 날씨도 맑고 파도도 거의 없었으나, 시간이 늦어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유족들은 단속 공무원들이 무리하게 추적하는 등 과잉단속을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과잉단속 주장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당시 사라진 선장 A씨를 제대로 수색하지 않은 직무상 과실을 인정해 국가가 유족에게 1억2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최초로 B씨의 상태를 살핀 공무원은 동료들에게 '다른 한 명은 물에 빠진 것 같다'고 분명히 얘기했고 휴대용 탐조등으로 주변 바다를 살펴보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단속정을 사고선박 옆에 그대로 둔 채 주변 바다만을 잠시 살펴보다 A씨가 보이지 않자 암초 위로 튕겨나갔다고 단정하고 곧바로 단속정을 이동해 사고가 발생한 오후 7시 49분부터 현장에 복귀한 8시 20분쯤까지 해상수색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고소식을 알리기 위해 단속정을 이동했다는 것을 수색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A씨가 수산자원관리법상 사용이 금지된 3중 자막을 적재한 채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3% 상태로 적법한 단속을 피해 무리하게 도주하다 사고가 발생했고 공무원들은 스스로 부상을 입으면서까지 A씨를 구호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A씨가 사망했다고 해서 사망으로 인한 피해를 모두 배상하게 한다면 향후 어업감독공무원들의 적법한 단속 행위까지도 위축될 수 있다"며 배상 책임을 40%로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위해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착석해 있다. 2021.06.16 pangbin@newspim.com

하지만 항소심은 "설령 단속공무원들이 단속정을 이용해 해상수색을 했다고 해도 A씨를 사망 전에 발견해 구조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상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은 감수서 수색조차 종료되기 전 단속정을 사고현장에서 이탈하게 한 것에 있는데, 당시는 이미 A씨의 생존가능 시간 중 약 3분이 경과됐다"며 "수색 당시 손전등이나 휴대용 탐조 등을 이용해 감수서 주변 해역도 살폈고 수차례 소리쳐 부르는 등 A씨의 기척을 인식하기 위한 시도를 했는데, 만일 A씨가 그 무렵 생존한 상태였다면 충분히 발견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그 무렵 이미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도 과잉단속 주장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은 "이 사건 사고 주변 해역은 암초가 많고 조류가 센 편인데, 당시 A씨가 어디로 추락했는지 정확한 위치조차 모르는 상태여서 수색 범위를 점차 넓혀갈 수밖에 없었고 혹시라도 단속정에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색작업도 천천히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단속팀장으로서는 무리하게 수색하기보다 본부에 정확한 상황을 알리면서 지원요청을 하고 단속정의 위험 상태를 해소한 후 수색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익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통상 5~8분이지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예상치 못하게 어둡고 차가운 바다로 추락한 A씨는 이보다 단시간에 익사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단속정을 본부로 이동시키지 않고 해상수색을 했다고 해도 A씨의 생존가능 시간 내에 발견해 구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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