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스탠드업 코미디도 제 개인적인 관심이나 욕심에서 시작됐어요. 언제 틀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게 예능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해요. 전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야죠."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업계에서 '공룡'으로 불리는 넷플릭스. 이 곳에서 김주형 PD가 코미디 프로그램이 하나 둘씩 사라질 때 야심차게 선보인 시리즈가 있다. 바로 코미디언이 독백으로 꾸미는 코미디 쇼인 '스탠드업 코미디'이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에 이어 '이수근의 눈치코치'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김주형 PD [사진=넷플릭스] 2021.07.15 alice09@newspim.com |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에요. 넷플릭스랑도 스탠드업 코미디를 준비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이 형태는 분명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 서양에서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일상화돼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회원들에겐 익숙한 장르라고 생각됐고요. 국내에선 아직 도전 영역이지만 이게 또 강점이기도 해요."
국내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는 넷플릭스에서 많이 제작됐다. '유병재:블랙코미디'부터 '박나래의 농염주의보'까지. 그리고 온갖 예능에서 순발력 넘치는 애드리브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이수근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했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하고 나서 '넥스트 코미디'를 떠올렸을 때 이수근 씨가 가장 먼저 생각났어요. 이수근 씨도 베테랑 코미디언인데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이크 하나에만 의지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어렵잖아요. 저는 그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역할인데, 그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야 공감대를 살지 부담이 되더라고요. 저 역시도 고민했던 지점이 많았죠."
김주형 PD는 이수근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스탠드업 코미디 자체가 마이크 하나를 쥐고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현장을 장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적임자는 이수근이라며 극찬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김주형 PD [사진=넷플릭스] 2021.07.15 alice09@newspim.com |
"스탠드업 코미디는 코미디언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해요. 화법, 호흡, 소재, 인생 굴곡 스토리가 모두 준비된 사람이 이수근 씨죠. 그래서 신뢰가 컸고, 그만한 적임자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19가 아니면 현장에서 관객과 더 많이 호흡하면서 애드리브를 많이 했을 텐데, 그게 안 돼서 너무 아쉬워요. 그런 순발력이 많이 보이길 원했거든요."
이수근은 2003년 KBS 18기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개그맨으로 생활한지 19년이지만 스탠드업 코미디는 그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를 가장 가까이서 본 김 PD는 "긴장해서 말이 점점 빨라지더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수근의 눈치코치'를 촬영할 때 관객 20명을 사전에 신청 받아서 초대해서 진행했어요. 박나래 씨가 했던 환경과 너무 달랐죠. 관객과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호흡하는 게 스탠드업 코미디의 묘미인데, 그 부분이 약할 수밖에 없었어요. 천하의 베테랑 이수근도 긴장을 하더라고요. 녹화를 하는데 긴장한 게 보이더니 말이 점점 빨라지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녹화를 한번 끊고 분위기를 정리하고 다시 갔던 기억이 남아요. 그만큼 코미디언에겐 힘든 분야인거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김주형 PD [사진=넷플릭스] 2021.07.15 alice09@newspim.com |
코미디 프로그램이 하나 둘씩 없어지고 많은 개그맨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스스로 힘으로 이름을 알리고 대세 반열에 오른 개그맨들이 많다. 김 PD는 "함께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싶은 개그맨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유능한 분들이 너무 많잖아요(웃음). 유재석, 신동엽 형님과 함께 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SBS '웃찾사' 조연출을 했을 때 당시 활약한 친구들이 지금 버라이어티의 중축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진호, 이용진, 양세형, 양세찬 이 친구들인데 젊은 친구들이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같이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무 좋겠죠."
김주형 PD는 '웃찾사' 조연출 후 2010년부터 6년간 SBS 대표 예능으로 자리잡은 '런닝맨' 연출을 맡았다. 버라이어티를 오랜 시간 맡아온 만큼 그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로 '시트콤'을 꼽았다.
"새로운 인물들과 재미있는 쇼를 만들고 싶어요. 장르로 꼽자면 리얼과 시트콤, 콩트가 결합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고 싶어요(웃음). 대본화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자유롭게 오가는 시트콤 같은 거요. 국내에서 생소하거나 없어진 장르를 다시 하는 건 사명감이라기보다 개인적인 욕심이나 관심인 것 같아요. 요즘엔 장르가 한쪽에 편중돼 존재하는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다양한 장르가 존재해야 새로운 얼굴과 연출자가 발굴된다고 생각해요. 관찰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장르가 더 많이 활성화 됐으면 해요. 삶에 예능이 없으면 너무 심심하잖아요. 큰 고민 없이, 다른 걱정 없이 화면에 몰두하고 눈과 귀가 즐거운 게 예능의 순기능인 것 같아요.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제가 잘 만들어야죠(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