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통해 폐기물처리시설 소유권 인도…완주군수 "대신 처리하라"
1·2심 원고 패소→대법 파기·환송…"관리청에 승계 신고 수리돼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경매를 통해 폐기물처리시설을 인수했더라도 허가관청으로부터 승계 신고를 받지 않았다면 방치 폐기물을 처리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원고 A씨가 완주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방치폐기물처리명령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구(舊) 폐기물관리법 규정에 비춰 보면 '허가에 따른 권리·의무 승계'의 효과는 인수자가 허가관리청에 권리·의무 승계를 신고해 수리된 경우 발생한다고 할 것"이라며 "권리·의무를 승계한 자 역시 승계 신고가 수리됨으로써 영업허가자의 지위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인수한 다음 허가관리청에 권리·의무 승계 신고를 한 바 없고, 폐기물처리업과는 관련 없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정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경매를 통해 '허가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방치폐기물 처리 명령의 수범자가 될 수 없다"며 "원심판단에는 폐기물처리업 허가에 따른 권리·의무 승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완주군수는 지난 2016년 폐기물처리업체 F에 대해 방치폐기물처리 이행보증금 계약갱신명령위반을 이유로 중간재활용업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후 화장지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A씨가 이듬해인 2017년 경매를 통해 F의 사업장에 있던 폐기물 중간재활용업 관련 시설의 소유권을 인도받았다.
완주군수는 A 씨가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인수했다며 F가 방치한 폐기물을 처리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취소를 구하는 행정 소송을 냈다.
A 씨는 "경매 절차 개시 전 폐기물처리업 허가가 취소된 이상 권리·의무 승계의 대상이 없다"며 "사업장을 경락받았을 뿐 폐기물처리업이 아닌 다른 사업을 하고 있어 폐기물 처리 의무가 승계됐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완주군수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 재판부는 "경매 절차를 통해 폐기물처리시설을 포함한 이 사건 사업장을 경락받은 원고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F의 허가·승인·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F가 부담하던 폐기물 처리 의무까지 승계해 사업장에 있는 폐기물을 처리할 의무가 있다"며 "이 사건 경매 절차 개시 이전 F가 얻은 허가 중 폐기물 중간재활용업 허가가 취소됐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봤다.
대법은 원심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