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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의 계약파기는 꼼수? 불평등?...한앤코와 '진실공방'

기사입력 : 2021년09월01일 14:17

최종수정 : 2021년09월01일 14:54

업계선 '헐값 매각 거부'로 해석
장기간 소송전, 한앤코에 불리...시간 싸움 나선 홍원식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한앤코)의 매매계약이 불발되면서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매각 불발 원인이 매수자인 한앤코에 있다며 계약 해제를 선언했다. 한앤코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 계약이었으며 계약 과정의 문제로 해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앤코는 홍 회장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홍 회장과 한앤코 둘 중 한 측은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계약금 못 받고 선행조건 거부...'한앤코'에 책임 미룬 홍원식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매매계약 상대방인 사모펀드(PE)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정식 통보했다고 1일 밝혔다. 한앤코가 사전에 협상했던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비밀유지 의무사항을 위배했다는 이유에서다.

홍 회장은 한앤코와의 계약이 '불평등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M&A 거래에서 이례적일 만큼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않았고 계약의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매수인은 곤궁한 상황을 기회로 거래종결 이전부터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하고 사전에 했던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채 서둘러 거래를 종결하려 했다"고 피력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홍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직원, 낙농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2021.05.04 mironj19@newspim.com

앞서 남양유업은 홍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53.08%를 한앤코에 3107억원에 매각하는 체결한 바 있다. 매각가는 주당 81만 3000원으로 당시 시가 대비 87%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보유한 건물 등 유형자산의 순장부가액(3693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헐값 매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홍 회장 등 오너일가의 변심이 '낮은 매각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홍 회장은 매매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했던 지난 7월 30일 임시주주총회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도 한앤코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시 주주총회일 이전에 거래종결일을 7월 30일로 볼 수 없고 거래종결을 위해서는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매수인측에 전달하고 협의를 이어나가고자 했다"며 "이는 당사자 간 합의가 끝난 이슈임에도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들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총회를 연기하게 된 것도 매수인이 계약서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황급히 거래를 종결하려 했기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고 했다.

홍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한앤코와 배치된다. 한앤코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매도인 측은 7월 29일 밤 10시경 '거래종결일이 7월 30일이라는 통지를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갑작스럽고도 이해될 수 없는 주장의 공문을 당사에 보냈다"며 "익일 아침 9시에도 당사에 사전 통보나 상의 한 마디 없이 주주총회를 거래종결 기한 이후인 9월 14일로 6주씩이나 연기하고 하루 종일 거래종결장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한앤코는 이날 추가 입장문을 통해 "홍 회장 측은 M&A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상당한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루어 냈다"며 "이제 와서 갑자기 불평등하고 매수인에게만 유리하다는 주장은 계약불이행에 대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앤컴은 "당사는 주식매매계약상 규정된 어떤 비밀유지의무도 위반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헐값에 팔기 싫다' 변심에 법정싸움...제3의 매수인 등장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홍 회장의 이번 계약 파기가 '매각가 올리기'를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매각가를 높여 받기 위해 계약과정의 약점을 공략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회장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등을 치르더라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제3의 매수자를 찾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 회장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으나 사전 합의가 된 사항에 대해 한앤코가 돌연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앤코의 태도 변화로 임시주총에서의 계약종결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반면 한앤코는 '한 번도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앤코는 "본 계약 발표 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당사가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이라며 제시한 바 있다"며 "그런데 (홍 회장 측이) 8월 중순 이후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종결의 선결 조건이라 새롭게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을 조합해보면 해당 선결조건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인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계약서에 작성된 내용 이외에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음을 규정한 '완전 합의 조항'을 뒀다면 한앤코 측에는 홍 회장이 언급한 '선결조건'을 이행할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별도 이면계약이 따로 설정돼있을 경우 법정에서 효력 여부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이 언급한 '계약금 미지급'이 불평등·불공정 거래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계약금 지급 여부는 양측의 합의 하에 결정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매수인 측의 요구가 있었다면 별 문제없이 이행됐을 사안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08.31 romeok@newspim.com

양측의 갈등은 이제 법정 싸움으로 본격화됐다.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홍 회장 등 매도인을 상대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제3자 매각 거래를 막고 계약대로 거래종결을 이행하려는 취지다. 이로써 한앤코에 매각하기로 했던 홍 전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 53%에 대한 처분권이 법원에 묶이게 된 셈이다. 이날 홍 회장 측도 한앤코에 계약 해제 등에 대한 법적책임을 물겠다고 예고하면서 양측의 진실공방은 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금융기관 등 다양한 자금을 끌어온 사모펀드 한앤코 입장에서는 장기간 소송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정공방이 길어질수록 유동성이 빠져나갈 우려 때문이다. 또 국내 법상 행위보상보다 금전배상이 우위에 있는 점도 경영권 인수 등 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한앤코 입장에서는 부담요소다. 홍 회장 측은 시간을 무기로 법정공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앤코과 매각이 불발된 남양유업이 제3자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홍 회장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며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홍 회장 측에 이미 새로운 매수 의향자가 등장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법정분쟁이 시작되고 난 후에 제3의 매수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통상 법정분쟁이 2~3년가량 장기전이고 시간이 지체될수록 손해배상액이 높아져 제3의 매수자가 진입하기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회장 측 매각 의사가 확고한 것을 보면 이미 다른 매수인이 붙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유업체에 관심이 많은 전략적 투자자(SI)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고 덧붙였다.

romeo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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