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산업 제약·바이오

속보

더보기

[피플&] '보툴리눔 톡신 전문가'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의 집념

기사입력 : 2021년09월11일 07:36

최종수정 : 2021년09월11일 07:36

전 세계에서 네 번째,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툴리눔 톡신 개발
수입 의존하던 보툴리눔 톡신 시장 국산화 이끌어
균주 출처 놓고 대웅제약과의 긴 법적 다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향한 집념이 차츰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대웅제약과 법적 다툼이 끝났고, 검찰 역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유출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고소한지 약 5년만의 일이다.

바이오벤처기업으로 시작한 메디톡스가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엔 정현호(59) 메디톡스 대표의 자신감이 있었다는 평가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사진=메디톡스 제공]

◆ 보툴리눔 톡신 전공한 설립자...성공가도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보툴리눔 톡신 전문가 출신의 경영자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세포생물학 석사 학위와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독소에 관한 분자 생물학적 연구(Clostridium botulinum Type B)' 논문으로 보툴리눔 톡신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객원연구원,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선문대학교 응용생물학부 부교수를 역임했다.

정 대표는 교수 시절인 2000년 5월 메디톡스를 설립했다.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 등에 90억원을 투자해 2006년 6월 '메디톡신'을 출시했다. 전 세계에서 네 번째, 국내에서는 처음이었다. 

당시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출시된 보툴리눔 톡신은 미국 앨러간의 '보톡스',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 중국난주생물연구소의 'BTX-A'뿐이었다. 2006년 외국산 제품이 연간 500억원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모두 잠식하고 있다.

국산 1호 타이틀을 거머쥔 메디톡스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을 출시한 당해 말 기준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7년 51억, 2008년 101억원, 2009년 172억원을 찍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8%→18%→26%→38% 등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2009년엔 처음으로 국내 1위 제품이었던 앨러간의 보톡스를 제쳤다. 여세를 몰아 2009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사세를 넓혔다.

외국산 대비 낮은 가격이 경쟁력이 됐다. 외국산의 병원 공급 가격은 1병당 35만원 수준으로 고가에 속했다. 메디톡스는 수입산의 70%로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회사는 낮은 원재료 비용, 공정기술 개선 등으로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 

메디톡스가 업계에서 입지를 다져갈 때쯤 후발 주자들이 등장했다. 휴젤은 2010년 '보툴렉스'를, 대웅제약은 2014년 '나보타'를 각각 출시했다. 신흥 세력에도 불구하고 메디톡스는 40% 이상을 점유하며 업계 1위를 굳건히 했다. 나머지는 대웅제약과 휴젤이 양분하는 구조였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밝혀라"...각종 소송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메디톡스는 2016년 큰 변곡점을 맞게 된다. 정 대표가 대웅제약이 보유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명칭이 '홀(Hall)'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정 대표는 2016년 11월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진뱅크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홀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한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 중 독소 관련 염기서열 1만2912개 전부 메디톡스 균주와 100%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홀 균주는 미국의 이반 홀 박사가 분리·동정한 균주에만 붙일 수 있는 고유명사다. 메디톡스는 1970년대 위스콘신대학에서 들여온 균주를 이용해 메디톡신을 상용화했다. 홀 균주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과 이를 들여온 메디톡스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웅제약, 휴젤 등 경쟁 업체에게 균주 염기서열 분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자 메디톡스는 2017년 결국 대웅제약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대웅제약은 경기도 용인시 개천변 토양에서 이를 발견했다며 메디톡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두 회사 간 싸움은 미국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게다가 보툴리눔 톡신 제품 품목 허가 취소되는 위기도 겪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6월 메디톡신 3개 품목에 대해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다며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같은해 11월에는 메디톡신 전 제품과 '코어톡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된 사실이 확인돼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지난 1월에는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이노톡스'의 품목허가 과정에서 안전성 시험 자료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대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져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가 가능한 상황이다.

정 대표는 굵직한 고비에서도 '뚝심'으로 버텼다. 미국으로 번진 대웅제약과의 법적인 분쟁은 최근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와 잇따라 합의하면서 종결됐다. 보툴리눔 톡신 품목 허가 취소에 대한 가처분신청도 받아들여져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를 재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이오벤처인 메디톡스의 성장과 전통 제약사인 대웅제약과의 싸움을 장기간 버틴 배경엔 정 대표의 보툴리눔 톡신 전문가로서의 자신감과 의지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웬만한 기업이었다면 각종 이슈에 이렇게 장시간 버티지 못 했을 것"이라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 없었던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데에는 보툴리눔 톡신 전문가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kmkim@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코스트코, 한국 순이익 67% 미국 본사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거둔 연간 순이익의 60% 이상을 배당금으로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코스트코 한국 법인인 코스트코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번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영업이익이 2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회계연도보다 16%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 대형 유통 업체 코스트코 매장 앞에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같은 기간 매출은 6조5301억원으로 8%가량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8% 급증한 224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배당금은 15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67%에 이른다. 지난 회계연도에서도 코스트코코리아는 당기순이익(1416억원)을 뛰어넘는 2000억원(배당 성향 141.2%)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미국 본사인 코스트코 홀세일 인터내셔널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에 1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직원 수는 7351명이다. 미국 본사가 챙기는 배당금은 1000억원이 넘지만, 정작 한국 기여도는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기부액은 12억2000만원으로 지난 회계연도(11억8000만원)보다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본사가 가져갈 배당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nrd@newspim.com  2024-11-19 14:32
사진
해임이라더니…김용만 김가네 회장 복귀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분식프랜차이즈 '김가네'의 김용만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가 다시 복귀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만 회장은 지난 8일 아들인 김정현 대표를 해임하고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김 회장의 아내인 박은희씨도 사내이사 등록이 말소됐다. 해당 내용은 지난 11일 등기가 완료됐다. 김가네 김용만 회장. [사진= 뉴스핌DB] 김 회장은 직원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 지난 3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아들인 김정현씨가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런데 최근 아들인 김 전 대표와 아내 박씨와 김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면서 스스로 대표이사직에 다시 오른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은 김가네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가네 관계자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만 회장은 지난 7월 준강간치상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김 회장은 사내 경리 담당 직원을 통해 회사명의 계좌에서 수억 원 상당을 자신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계좌로 빼돌렸다는 횡령 의혹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 회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아내인 박 씨의 고발로 알려졌다. romeok@newspim.com 2024-11-18 16:5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