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하는 장면들이 있어요. 행복한 작은 울타리가 생긴 기분이에요. 또 따뜻한 이야기를 보시고 따뜻함을 느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올해 tvN에서 가장 사랑받은 작품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이다. 최근 시즌2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번 작품에서 배우 정문성이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늦깎이 흉부외과 펠로우 도재학을 연기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정문성 [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2021.10.01 alice09@newspim.com |
"이 작품을 오래 해온 것 같은데 좋은 작품을 제가 할 수 있어서 일단 너무 고맙고, 도재학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드라마가 끝나서 물론 아쉽고 서운하죠. 조금 더 잘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그 정도로 '슬의생'은 저한테 행복한 공간이고, 가족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정문성이 맡은 도재학은 교수보다 딱 한 살 어린, 늦어도 한참 늦은 늦깎이 펠로우이다. 사법고시에 6번을 낙방한 후에 의학전문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어디 하나 모난 곳이 없는 캐릭터이다.
"도재학은 늦게 시작한 사람이고, 모두가 무서워할 수 있는 김준완(정경호)을 대놓고 놀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에요. 늦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사람을 편견으로 보지 않죠. 굉장히 밝고 긍정적이에요. 인간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모습이지만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바라는 성질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현실적이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부족함도 있어요. 그래서 더 매력있었죠."
시즌1에서 도재학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아직은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는 의사로 그려졌다. 시즌2에서는 그의 개인적인서사도 많이 그려졌지만 정문성은 "차이를 두고 연기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정문성 [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2021.10.01 alice09@newspim.com |
"사실 시즌2의 1화가 아니라, 그냥 시즌1의 13화를 촬영한다고 생각하고 임했어요. 시즌1에서는 의사로서 늦게 시작해 부족한 모습이 많았다면 이번엔 좋은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과 개인적인 서사, 그리고 준완이와 관계에 포커스가 있었어요. 그래서 시즌1과 2에 큰 차이를 두지 않았죠. 그냥 도재학이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작가님이 써주신 걸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어요. 감독님이 제 캐릭터를 충분히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주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의 설명처럼 이번 시즌에는 도재학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그려졌다. 늘 밝고 긍정적인 도재학에게 위기가 찾아오면서 코믹과 슬픔을 오가는 연기를 펼쳐야만 했다.
"도재학과 아내에게 정말 원했던 아이가 찾아오는데, 아내가 암이 걸렸다는 걸 알게 돼죠. 그런 일을 겪고도 '바로 웃을수 있을까? 예전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지점들이 어렵기도 했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다 그런 것 같더라고요. 내가 슬프다고 다른 사람까지 슬픔에 빠뜨리려는 사람은 없잖아요(웃음). 기쁜 일은 티내지만, 아픔은 감추려고 하니까 도재학의 행동이 너무 인간적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흔들림 없이 연기할 수 있었죠."
시즌1에서는 20년지기 친구들의 관계에 대해 주목했다면, 이번 시즌은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환자들의 사연들에 집중했다. 의사 역할을 맡으며 정문성의 기억에 남은 환자는 바로 친구에게 간을 이식해줬던 에피소드였다.
"작품에서 가족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전 친구에게 간을 이식해주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 환자는 아니고 이익준(조정석)의 환자였는데, 익준이가 친구한테 어떤 이유로 간 이식을 해주냐 묻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 친구가 '말년에 얘 없으면 누구랑 노느냐'라고 대답하는데 그만큼 친구가 소중하다는 뜻이잖아요. 그 대사가 정말 너무 좋았어요(웃음)."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정문성 [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2021.10.01 alice09@newspim.com |
'슬의생2'는 14.1%(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성공적인 시즌제를 알린만큼, 시즌3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바람도 많다.
"시즌3가 하면 너무 좋죠. 저는 개인적으로 시즌20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 만약 시즌3를 하게 된다면, 도재학은 이전보다 실력도 늘겠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같은 사람이었으면 해요."
악역이 없는 작품에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그렸다. 자극적인 소재는 없지만 '슬의생'만의 따스함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번 작품은 정문성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 작품을 하면서 길을 걸으면 많은 분들이 '도재학 선생님!'이라고 외치며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저를 가깝게 느끼시는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연기하면서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 힘든 캐릭터가 있다면, 이 캐릭터는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생각하면 기분 좋고 웃음이 나요. 하하.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작품이라 행복한 작은 울타리가 생긴 기분이에요. 그 울타리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가 제 가족이고요. 가족과 울타리가 생긴 작품이에요(웃음).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를 보시고, 따스함을 느껴주신 시청자들께도 너무 감사해요. 저희가 전해드리려고 했던 온기를 그 이상으로 돌려주시더라고요. 의사를 하다보니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많은 분들이 힘들지만많이 웃으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