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처음 해보는 멜로이자 로맨스 연기였어요. 캐릭터도 특이해서 잘할 수 있을지 부담도 있었고요. 회를 거듭할수록 제가 그냥 구웅이 돼 있더라고요(웃음)."
국내 OTT 티빙에서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드라마로 제작했다. 세포들과 함께 먹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평범한 유미(김고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안보현은 유미의 첫 번째 남자친구인 구웅을 높은 싱크로율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안보현 [사진=FN엔터테인먼트] 2021.11.05 alice09@newspim.com |
"드라마가 애니메이션이 결합됐는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질 세포가 어떻게 나오는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저 역시도 너무나 궁금했어요.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리딩을 하면서 고민도 많았고요. 그래서 첫 촬영 때 이입을 많이 못하기도 했어요(웃음). 처음엔 힘들고, 자칫하면 만화 채널 투니버스처럼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편해지더라고요."
안보현이 맡은 구웅은 원작에서 장발의 헤어스타일에 수염을 기르는, 약간의 패션 테러리스트 기질이 보이는 인물로 그려졌다. 안보현이 구웅을 맡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걱정 어린 목소리가 있었지만, 스틸컷 공개와 동시에 이는 기우임을 입증시켰다.
"원작이 워낙 강렬하잖아요. 처음에 감독님, 작가님이랑 인사하고 대면했을 때 굳이 원작 캐릭터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짧은 머리로 가도 될 것 같다고 하셨는데 이전에 웹툰 원작 '이태원 클라쓰'를 해보기도 했고, 유미의 첫 번째 남자친구로 시작을 하는 건데 원작을 보셨던 분들의 기대치는 만족을 시켜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웅의 시그니처인 긴 머리, 수염, 슬리퍼는 꼭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했죠. 막상 긴 머리에 수염을 한 제 모습을 봤는데, 스스로도 보기 힘들더라고요. 하하. 작품을 위해서 많이 내려놓고 캐릭터에 이입하려고 노력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안보현도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새로운 연기에 도전했다. 첫 로맨스 작품이었지만, 외관으로도 눈에 띄는 캐릭터를 맡으며 부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캐릭터에 맞추기 위해 머리와 수염을 직접 기르며 인물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을 쏟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안보현 [사진=FN엔터테인먼트] 2021.11.05 alice09@newspim.com |
"처음 해보는 멜로이자 로맨스인데, 캐릭터가 특이해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저를 웅이로 봐주시고, 제가 웅이가 돼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감정이입하는 게 쉬웠어요."
극중 구웅은 연애를 하면서도 1순위는 자기 자신인 인물이다. 그렇기에 연애를 하면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상대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는 어느새 구웅에게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웅이가 유미의 집에 처음 갔는데 배탈이 나는 장면이 있었어요.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가는데 변기가 넘치거든요. 하하. 다른 드라마에서 애인의 집에서 화장실을 쓰는 경우는 있지만 변기가 막힌 경우는 없었잖아요. 저는 넘치는 변기를 뚫지 못했을 것 같은데, 구웅은 가능한 인물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웅이를 완전히 인정했어요. 받아들이지 않고 '구웅은 이런 게 가능한 인물이야'라고 인정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6화를 계기로 제가 구웅한테 녹아들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시즌1은 원작의 큰 틀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시즌1에서는 유미의 성장과 첫 번째 남자친구 구웅과의 만남부터 이별이 그려졌다. 안보현은 작품을 시작하면서부터 결말이 그려진 인물을 연기해야 했기에 아쉬움이 더 묻어났다.
"원작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저도 웅이를 너무 좋아하고,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유미의 세포들'이 시즌1 하나로 끝날 작품은 아니잖아요. 원작에서도 그렇듯, 유미가 저와 헤어지면서 더 재미있어지고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니까…. 제가 이미 웅이가 돼 버려서 애틋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하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안보현 [사진=FN엔터테인먼트] 2021.11.05 alice09@newspim.com |
마지막 회에서 유미와 구웅의 결별이 그려질 때 웅이의 감정 서사가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웅이를 연기한 안보현은 "시청자들의 해석을 위한 열린 결말인 것 같다"고 답했다.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기도 하고, 원작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각색은 됐지만 웅이의 성향과 캐릭터를 원작에서 고스란히 가져와서 그런 에피소드들이 나온 것 같아요. 만약 웅이가 자존심을 내세워 이별을 택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텐데, 자신의 늘 1순위였던 구웅이 자신보다 소중한 존재가 유미임을 알게 되잖아요. 그러고 나서 이별을 택하는데, 웅이가 유미를 위해 보내준 건지는 시청자들의 해석을 위해 열린 결말로 하신 것 같아요."
'유미의 세포들' 시즌2는 구웅과 헤어진 유미의 다음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리고 원작에서 두 번째 남자친구로 나오는 유바비(진영)와의 연애가 나올 예정이다. 이에 안보현은 "시즌2를 웅이의 마음으로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구웅, 바비, 순록 중에 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전 그래도 구웅을 택할 거예요. 제가 구웅을 하면 어떨지 너무 궁금했고 도전하고 싶었거든요. 큰 애정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저도 녹아들었는데, 시즌2 방송이 되면 웅이의 마음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촬영 하면서 유미가 바비랑 있는 걸 보면 질투를 느끼기도 했고요. 하하. 그래서 시즌2에서 유미가 웅이랑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저도 이렇게 애정을 가진 작품인 만큼, 너무 큰 추억이 된 작품이 됐어요. 누군가 힐링이 필요하다고 하면 추천해주고 싶은 대표작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