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저희가 듣기에 이번 11집은 지난 10집보다 더 듣기 좋은 앨범인 것 같아요. 그래서 12집 제작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앨범이기도 하죠. 하하."
내년 데뷔 25주년을 앞둔 밴드 자우림이 정규 11집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공개될 예정이었던 이번 앨범 코로나19 팬데믹과 얽혀 발매시기를 1년을 늦췄다. 조금의 수정을 거쳐 더욱 완벽해진 지금의 '영원한 사랑'이 완성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밴드 자우림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2021.11.26 alice09@newspim.com |
"3년 만에 앨범을 발매하게 됐어요. 작년에 원래 발매를 준비했는데 이 어두운 곡들을 전 세계가 힘들 시기에 발매하는 게 도덕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금 수정도 하고 쉬지 않고 일을 했죠(웃음). 정규앨범을 11장 낼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김윤아)
"사실 저는 정규앨범 발매를 반대했어요. 타이틀곡에 비해 수록곡은 잊히는 게 많아서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EP앨범으로 내자고 했는데, 하다 보니 곡이 쌓이면서 정규가 되더라고요. 정규앨범이 저희에겐 버릇이 된 것 같아요. 또 다들 정규앨범을 원했던 것 같고요. 하하."(이선규)
이번 앨범은 1번 트랙부터 시작해 타이틀곡까지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이 많다. 1번 트랙 '페이드 어웨이(FADE AWAY)'를 시작으로 3번 트랙에 수록된 타이틀곡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걸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라는 건 알고 있어요. 밝은 곡들로 많이 사랑받았지만 자우림이 원래 밝기만한 팀은 아니거든요. 지금 앨범은 정말 '자우림다운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흘러가는 방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 현 상황처럼, 밝은 음악을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런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것 같아요."(김윤아)
그렇다고 앨범 전체가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다. 자우림은 그간의 앨범 트랙을 배치할 때 초반, 중반, 후반을 각기 다른 장르와 분위기의 곡으로 배치했다. 이번에도 어두운 곡 이후에 김윤아의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빼옹 빼옹(PÉON PÉON)'으로 반전을 줬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밴드 자우림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2021.11.26 alice09@newspim.com |
"앨범마다 다양한 분위기의 곡을 담은 건 이번뿐 아니라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어요(웃음). 트랙을 정할 때 곡이 주는 메시지를 먼저 생각하고 사운드를 생각하며 배치해요. 특히 이번 노래는 CD로 생각했을 때 1번 트랙부터 끝까지 다 듣고 나면, 다시 1번부터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김진만)
자우림은 이번 앨범을 통해 영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영원함을 갈구한다. 그렇기에 앨범의 전반적인 메시지를 모두 포괄시킬 수 있는 '영원한 사랑'이 제목이 됐다.
"'페이드 어웨이'를 쓰고 수록곡을 하나 둘씩 쓰는데 허무하고 부스러지는 느낌의 앨범명보다 강렬한 게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떠올린 게 '영원한 사랑'이었어요. 동명의 곡에서 '영원한 사랑 따위'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정말 아이러닉한 제목 같더라고요. 영원한 사랑이 있지 않다는 걸 다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갈구하는 건 영원함이잖아요. 그래서 영원한 걸 평생 찾아 헤매는 것 같았어요. 앨범에 이러한 이야기들이 다 들어있어서 주제와 가장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김윤아)
자우림은 앨범 발매에 맞춰 단독 콘서트 '영원한 사랑'을 개최한다. 이전에는 앨범 발매 이후에 콘서트를 준비했지만, 이번엔 앨범 발매 당일에 공연을 열어 팬들과 마주하게 됐다. 이들은 "공연 준비를 하느라 팬들 반응을 댓글로 못 보는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새 앨범이 나오면 음원사이트에 팬들이나 대중이 댓글을 달아줘요. 앨범에 대한 생각을 올려주시는데 그걸 보는 게 굉장히 재미있거든요. 하하. 이번엔 공연을 해야 해서 그걸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네요(웃음)."(김윤아)
"밴드가 앨범을 발매할 때 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 얼마 없어요. 예전엔 '가요 톱10'처럼 방송이나 이런 게 많았는데 요즘엔 아니잖아요(웃음). 밴드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발매일에 맞춰 공연을 준비했습니다."(이선규)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밴드 자우림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2021.11.26 alice09@newspim.com |
빠르게 변하는 가요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많은 가수들은 정규앨범이나 미니앨범보다 한 두곡으로 승부를 보는 디지털 싱글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자우림은 꿋꿋하게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이들의 세계관을 담은 앨범을 발매 하고 있다.
"저희 세계관은 이미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룹의 뜻인 '자주색 비가 내리는 숲'처럼요. 저희 음악의 주인공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청년이에요. 하지만 가슴 속에 갈등이나 갈증이 있는 사람들이죠. 실제로 저희 음악을 많이 들어주시는 연령대로 청년들이자 갈증이나 갈등이 있는 분들이고요. 그 중심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김윤아)
"정규앨범을 계속 발매하는 건, 저희도 뮤지션이자 자우림의 팬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앨범을 만들었다는 기쁨도 있지만 새로운 음악을 듣게 됐다는 기쁨도 있거든요. 그게 또 하나의 원동력인 것 같고요. 또 저희가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아서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랬다면 쉽게 싫증을 내거나 관심을 덜 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이선규)
"이번 앨범은 저희가 듣기에도 지난 10집보다 더 듣기 좋은 앨범인 것 같아요. 그래서 12집을 만드는 걸 부담스럽게 하는 앨범이기도 하고요. 하하.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지인이자 팬인 친구에게 들려준 적이 있는데 '자우림 미쳤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팬들에게도 이런 반응을 듣고 싶어요. 하하."(김진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