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외화보험 종합개선방안' 발표
"외화보험도 투자성 상품"…적합성 조사
업계 "판단기준 모호…규제 리스크 여전"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금융당국이 1년 간 검토 끝에 외화보험(달러보험)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핵심은 실수요자 위주 판매를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실수요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당국의 모호한 대책으로 외화보험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현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불완전판매 예방·리스크 관리 강화" 판매절차·책임에 '초점'
2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외화보험 종합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외화보험에 대해 변액보험 등 투자성 상품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고 실수요자 등 외화보험이 필요한 소비자만 가입할 수 있도록 판매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외화보험은 원화보험과 상품구조는 같지만 보험료 납부와 지급, 해지환급금이 모두 외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국내 외화보험 상품 중 96%가 달러 상품이기 때문에 흔히 '달러보험'으로 불린다.
외화보험은 최근 몇 년간 안전자산인 달러에 자산을 배분하는 '환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 2017년 1만4475명이었던 계약자 수는 지난해 16만5746명까지 늘어났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020.05.11 angbin@newspim.com |
이에 당국은 외화보험의 상품구조·판매방식 등에서 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 가능성을 공지하지 않는 등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업계에 보완을 지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환차손 보전 방안 ▲가입자를 외화 소득자로 제한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이번 대책에서 환차손 보전 방안과 가입자 제한은 생보업계 요청으로 제외됐다. 대신 금융당국은 ▲판매시 타보험상품과 같이 적합성·적정성 원칙 적용 ▲불완전 판매시 대표이사(CEO) 책임 ▲모집수수료 한도 하향 조정 ▲외화보험·원화보험 자산 별도 계리 등의 내용을 담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화보험 또한 투자성 상품이기 때문에 변액보험과 같이 적합성·적정성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당초 업계에 요구했던 것보다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 실수요자 판단 기준은 여전히 물음표…업계 "내년까지 지켜봐야"
외화보험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가장 큰 이유는 가입자를 외화소득자 등 실수요자로 제한하겠다는 당국 방침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실수요자 적합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현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가입절차 규제가 강화됐고 적합성 조사 기준은 내년 상반기로 확정을 미뤘기 때문에 아직 어떻다 할 판단이 서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다만 환차손 보전 방안, 외화소득자 가입 제한 등이 빠진 것은 업계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외화보험 적합성 조사 양식 [자료=금융감독원] 2021.12.22 204mkh@newspim.com |
외화보험은 보통 해외자산운용 시스템을 갖춘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주력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한 때 삼성생명·한화생명 등 국내 주요 생보사들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국의 규제 방침이 명확해지면서 발을 뺀 모양새다.
또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외화보험 상품을 다루기 위해서는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게다가 당국에서도 주의를 요구하는 상품인데 타 업체들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원은 실수요자 위주 판매를 위한 적합성 조사 항목을 업계와 논의해 내년 상반기까지 확정지을 계획이다. 이날 대책에는 ▲보험 가입 목적 ▲외화투자경험 ▲보험료 납입능력 ▲보험계약 유지능력 등이 제시됐는데 별도 항목을 더 추가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합성 조사양식의 전체적인 윤곽은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등 법령개정이 필요한 내용을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