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수 "시간 부족하면 탑다운" 여지 남겨
안철수 "모든 선거 도중 그만둔 적 없다"
[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에도 국민의힘은 양당 후보 간 단일화 문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극적 화해 사례에 비춰 윤 후보, 안 후보 사이에도 '톱다운'(실무협상 후 지도자의 결정이 아닌 지도자 간의 직접 협상) 방식의 극적 단일화 합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28일까지 남은 1주일간 단일화 논의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차 마지노선은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이달 28일, 이때까지 진전이 없다면 다음 달 4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 전까지가 2차 마지노선이다.
국민의힘이 실무진 협상이 아닌 윤석열 후보의 직접 행동을 통한 톱다운 방식까지 거론했지만 국민의당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새로 세팅된 1·2차 마지노선 시점까지 두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천안=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2022.02.16 leehs@newspim.com |
지난 20일 오후 1시 30분 안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정치 모리배 짓을 서슴지 않았다"는 불쾌감을 드러내고 윤 후보와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바텀업을 하기 시간이 부족하면 (결정권을 가진 이의) 톱다운이 충분한 것이 아닌가"라며 윤 후보의 결단에 단일화 향방이 남아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전날 안 후보는 윤 후보가 책임이 있는 답변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주일동안 자신의 단일화 제안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며 날을 세웠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불필요한 그리고 소모적인 단일화 논쟁은 접고, 대한민국의 위기 극복과 생존 전략 그리고 경쟁력 있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누가 더 도덕적이고, 누가 더 비전이 있고, 누가 더 전문성이 있는 후보인지, 누가 더 차기 대통령의 적임자인지를 선택해 달라"고 촉구했다.
안 후보는 지난 13일 100%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단일화 성사가 되지 않은 책임은 제1야당과 윤석열 후보에게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제안 방식이 아닌 조건 없는 대선 후보 사퇴와 지지 선언, 이른바 '백기투항'을 계속해 요구왔다. 전날 기자회견은 안 후보가 국민의힘 인사들의 거친 언행, 단일화 조건으로 경기지사직을 걸었다는 뉴스 등이 나오며 상처를 입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후 윤 후보가 단일화를 제안해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 후 취재진을 만나서는 "이제 (대선이) 2주 정도 밖에는 남지 않았다"면서 "또 다시 처음부터 실무자 협상을 해서 큰 그림을 정하고 다시 후보가 만나는데 물리적으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울러 안 후보는 "후보 간 직접 만나기 전에 큰 방향에 대해 실무선에서 대략적인 이야기를 나눈 다음 각 후보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대로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안 후보 측과 소통을 꾸준히 해왔고 아직도 길은 열려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 철회를 발표하기 3시간여 전까지도 두 후보는 만남을 조율하는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전날 오전 10시께 윤 후보와 직접 통화에서도 단일화 논의 관련 만남 제안에 "실무 협상이 끝나면 만나는 게 좋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의 기자회견 후 브리핑에서 "10시 통화 내용에서 전혀 (단일화 결렬 선언 낌새) 그런 것이 없었다. 10시 통화 내용에선 1시 30분 회견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를 위한 소통이 아예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가 2시간 후에 돌연 긴급 기자회견 일정을 공지한 셈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더 이상 답변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저의 길을 가겠다"고 밝히며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뒤 "윤석열 후보가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주일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2022.02.20 pangbin@newspim.com |
이 수석대변인은 전날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과 독자 노선 대선 완주 선언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계속해 내놓았다.
이 수석대변인은 '탑다운' 가능성을 언급함과 함께 "안 후보 측 책임 있는 분과 우리 측 책임 있는 분의 소통은 꾸준히 있었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은 저희로써는 상당히 의외였다"고 당혹감을 비췄다.
이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의 정치 모리배 발언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단일화 문제는 양측에서 감정이 상하면 안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것이다.
'안 후보는 탑다운이 아닌 바텀업을 이야기 했는데 그런 식의 논의를 해왔는가'란 질문에는 "안 후보가 말한 것은 사실 바텀업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 지금은 실기한 것이 아닌가란 말이다. 꾸준히 이야기가 오고가서 그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답을 드렸다. 모든 것은 상식선에서 근거와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이 의외라는 반응도 나오지만 이와 동시에 야권 단일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안 후보의 지지율도 계속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요구를 굳이 수용하는 조건부 단일화가 필요하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가 직접 움직이고, 두 후보가 단일화 룰에 대한 이견을 좁일 경우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이달 28일 전 단일화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후보 기표란에는 사퇴라는 글자가 찍혀 유권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경우 선거 비용 보존을 위해 입장을 바꿔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담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상당수다.
이후에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전 투표 개시일인 다음달 4일이 2차 데드라인이 된다. 마지막 세번째 데드라인은 3월 9일 본투표 이전으로 여겨지지만 전례도 없는 데다 여론의 비판이 거셀 것을 우려해 이때까지 단일화 이슈가 계속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에 앞서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이날 현충원 참배는 권은희 원내대표와 당원 및 당원가족들이 함께 했다. 2022.02.13 photo@newspim.com |
안 후보는 전날 단일화 결렬 선언 직후 홍대거리로 이동해 공식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안 후보는 상상마당빌딩에서 열린 현장 유세에서는 "단일화는 제가 단일화 안 한다고 하면 절대 안 했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한번 했다. 저는 모든 선거 완주했고 단일화는 제가 한다고 해서 한번 했다"며 "그런데 사람들은 선거할 때마다 도중에 그만뒀고 철수했다고 하고, 선거할 때마다 단일화했다고 이렇게 잘못 알고 계시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제가 선거를 나간 것을 다 살펴봤다. 처음 2012년 선거 양보, 잘못했던 그거 하나 빼놓고는 그 이후에 모든 선거 도중에 그만둔 적 없다. 저 완주했다"라며 독자 완주 의지를 또다시 강조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실 윤석열 후보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상황이다"라면서 "물밑에서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단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 전 두 후보의 통화에 대해서도 '진정성은 없으면서 시늉하는 듯한 모습으로의 통화'였다고 받아들였다. 이는 국민의힘이 탑다운 방식으로 나오더라도 단일화에 응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진정성이 있다면 안철수 후보의 제안에 대해서 '수용하겠다' 아니면 '수용하기 어렵다'라는 그런 답변이 있어야 된다"며 "그런데 그런 답변 없이 그냥 만나자라는 부분들만 계속하는 것은 이 단일화 꼬리표를 안철수에게 붙여놓고 선거가 끝날 때까지 사골 곰탕처럼 우려먹겠다라는 그런 생각밖에 아닌 것"이라고 맹공했다.
아울러 "(단일화) 버스가 완전히 문을 닫고 떠난 것이다. 중간 정류소도 없다는 말인가"란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kime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