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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울진 산불 대피 26일만의 귀향..."이제 두 발 뻗고 잠잘 수 있겠니더"

기사입력 : 2022년03월29일 22:45

최종수정 : 2022년03월29일 22:45

29일, 화동·소야마을 등 산불이재민 44명 임시주택 첫 입주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역대 최장의 연소와 역대 최대규모의 피해를 낸 '울진산불'로 낯 선 곳에서 뜬 눈으로 지새던 이재민들이 마을로 돌아왔다.

지난 4일 산불 발생으로 화마를 피해 맨 몸으로 긴급 대피한 지 26일만이다.

29일 오후 2시30분. 마을 전체가 화마에 송두리 채 보금자리를 앗긴 울진군 북면 신화2리 '화동마을'에 모처럼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산불' 발생 26일만에 마을로 돌아 온 북면 신화2리 '화동마을' 이재민들이 29일 오후 잿더미로 변한 마을에 긴급 조성된 임시주택에 첫 입주해 생활도구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2.03.29 nulcheon@newspim.com

지난 4일 종잡을 수 없는 바람을 타고 덮친 불길을 피해 피해 맨 몸으로 빠져 나와 26일간 임시거주시설에서 뜬 눈으로 지새던 주민들이 울진군이 마련한 임시주택으로 첫 입주했다.

"산불이 뒷산으로 들이닥치자 맨 몸으로 혼비백산해 대피했니더. 이웃들과 함께 지금까지 군청이 마련해 중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니더. 테레비에서 잿더미로 변한 마을을 보면서 잠 한숨도 못 잤니더. 비록 임시주택이지만 내 살던 마을로 돌아오니 이제는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니더."

26일만에 마을로 돌아 온 이재민들은 다시 마을에서 살 집을 마련해 준 울진군에 "고맙다"며 감사했다.

화마를 피해 긴급대피했던 주민들은 잿더미로 변한 마을의 한 편에 마련된 임시주택을 둘러보며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얼굴에 엷은 웃음끼가 돈다.

주민들은 제각기의 이름표를 단 임시주택에 들어가 잘 구비된 냉장고를 열어보고, 주방찬장을 열어보고 욕실을 겸한 화장실을 살펴보며 임시주택의 구조를 꼼꼼하게 익힌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 비밀번호를 연신 외우며 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수 차례 반복하며 비밀번호를 익힌다.

울진군은 이재민 불편을 덜기 위해 임시주택에 이재민들의 일상생활에 긴요한 밥솥과 전자렌지 등 소형가전제품과 쌀, 비상식품 등을 꼼꼼하게 구비하고 자원봉사자 도움을 받아 집 안을 말끔하게 청소하는 등 이재민들의 첫 입주에 만전을 기했다.

또 일교차가 큰 환절기를 반영해 난방장치도 세심하게 점검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박형수 국회의원과 전찬걸 울진군수가 29일, '울진산불' 발생 26일만에 마을로 돌아 온 북면 신화2리 '화동마을' 이재민들을 위로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2022.03.29 nulcheon@newspim.com

전찬걸 군수와 박형수 국회의원(국민의힘, 경북 영주시, 영양.봉화.울진군)은 화마를 피해 26일간 낯 선 임시거주시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가 마을로 돌아 온 주민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살 던 집보다는 못하지만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무엇이던 불편한 점을 말씀하세요." 박 의원이 이재민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전찬걸 군수는 "현관문이 숫자를 누르는 방식이 고령의 주민들에게 불편할 것"이라며 복지부서 관계자에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민들이 익숙한 열쇠방식으로 개선할 것"을 주문하는 등 이재민들의 불편을 꼼꼼하게 챙겼다.

팔순의 할머니는 잿더미로 변한 보금자리에서 화마에 쫒겨 미처 챙기치 못한 금가락지를 되찾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엄섭 할머니(83, 신화2리)는 "26일만에 마을로 돌아와 임시주택을 둘러보고 잿더미로 변한 집터에서 금가락지를 다시 찾았다"며 금가락지를 들어보이고 "자식들이 칠순잔치에 해 준 금가락지를 되찾아 기쁘다"며 "이렇게 빨리 살 집을 마련해 준 울진군과 군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환하게 웃는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산불' 화마를 피해 26일만에 마을로 돌아 온 엄섭 할머니(84,신화2리)가 잿더미 속에서 자식들이 칠순 기념으로 장만해 준 금가락지를 되찾았다며 환하게 웃는다.2022.03.29 nulcheon@newspim.com

신화2리 '화동마을'은 이튿날인 30일, 마을지킴이인 성황제사와 지신고사를 시작으로 화마에 앗긴 마을 재건에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전호동 이장은 "이번 산불로 마을 전체가 잿더미로 변해 살 길이 막막하지만 다시 마을을 꾸리고 주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준 울진군과 군민들의 노력을 모아 마을을 다시 일으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의 일처럼 마음과 정성을 모아 준 군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임시주택 조성 부지 등이 조기에 확보된 신회2리 13세대 22명과 소곡1리 9세대 15명, 고목3리 5세대 7명 등 27세대 44명의 이재민들이 낯 선 임시거주시설 생활을 끝내고 마을에 마련된 임시주택에 입주했다.

울진군은 죽변면 농공단지 임시거주시설단지와 개별 임시주거시설을 조속히 조성해 입주를 희망하는 이재민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울진군은 오는 31일까지 피해지역별로 임시주택 기반시설 조성공사 업무를 마무리하고 오는 4월 5일부터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전찬걸 군수는 "정부와 여러 기관 등의 도움으로 이재민들의 임시 보금자리가 마련돼 기쁘다"며 "빠른 피해복구에 박차를 가해 피해주민들의 빠른 일상복귀를 위해 주거안정뿐만 아니라 농축산시설·산림분야 등 주민 생계와 관련된 피해 지원 방안 마련에 전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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