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에너지가 넘칠 때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희도를 만났어요, 희도도 정말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친구잖아요.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배우 김태리는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드라마 전작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사대부 영애이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건 인물을 연기했다면, 이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맡은 나희도를 통해 순수하고 모든 것에 서투른 청춘의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mmm] 2022.03.31 alice09@newspim.com |
"희도는 정말 순수해요. 그렇다고 억지로 순수함을 표현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작가님이 글을 정말 잘 써주셨거든요. 희도라는 캐릭터가 글 속에 완벽히 녹아 있었어요. 글을 읽으면 그 장면이 상상이 되는데, 상상이 안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고, 자연스럽게 와 닿더라고요. 제가 굳이 뭘 넣어서 만들지 않아도 됐죠. 대사들도 너무 순수했잖아요(웃음). 너무 완벽했던 대사와 희도라 잘 표현이 됐던 것 같아요."
김태리가 맡은 청춘 나희도는 태양고등학교 펜싱부이자, 펜싱 국가대표 선수이다. 18살의 이야기로 시작해 21살까지 이어지는 희도의 청춘이 이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녹아있다. 고등학생의 희도는 김태리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희도의 시계, 반 묶음 머리.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것들로 이야기해서 만들어 나갔어요. 그래서 더 마음에 들고요. 하나씩 구축해 나간 부분이 희도를 연기하면서 큰 도움이 됐거든요. 캐릭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줬다는 느낌도 있고요. 성공한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하하."
이번 작품은 6.4%(닐슨, 전국유료플랫폼 가입기준)으로 시작해 반환점을 돈 8회에는 10%를 돌파했다. 가장 최근 방송된 14회(3월 27일 방송분)는 10.3%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김태리를 비롯해 남주혁(백이진 역), 김지연(고유림 역), 최현욱(문지웅 역), 이주명(지승완 역)의 각기 다른 청춘 이야기가 호평을 얻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mmm] 2022.03.31 alice09@newspim.com |
"사실 제가 드라마를 많이 안 해봐서 시청률에 대한 기준치가 없어요. 처음에 10%가 넘었다고 했을 때 '우리 드라마 잘 되고 있는 거야?'라고 물어볼 정도였거든요. 하하.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리뷰도 해주시는데 그런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잘 감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도 많은 사랑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다행이기도 하고요. 결과를 바라보고 작품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이정도로 사랑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결말이 될 거잖아요. 또 스태프들이 고생한 만큼 보답 받은 것 같아서 그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다섯 명의 청춘을 그린 만큼 작품 내에는 많은 명대사가 존재했다. 그 중에서도 김태리는 희도의 명대사 중 백이진에게 고백하며 뱉은 대사를 꼽았다. 그는 "충분히 살리지 못해 아쉬운 대사"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희도가 백이진에게 '우리 몰래 행복해지자'라고 말하는 2부 엔딩을 명대사이자 명장면이라 말했는데, 희도가 백이진에게 고백하며 말하는 '널 가져야겠어!'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하하. 정말 어려웠거든요. 너무 바보 같은 말이잖아요.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배우는 본능적으로 내 캐릭터가 바보처럼 보이지 않길 바라는데, 그 대사는 정말 바보 같잖아요. 그런데 제가 희도는 바보 같은 아이고, 이상한 아이라는 걸 까먹고 있던 거죠. 희도는 사랑을 만화책으로 배운 아이고, 사랑은 너무 대단하고 위대한 거라는 상상이 있는데 백이진이 PC통신 친구 인절미와 만나기로 한 그 장소에 왔으니…. 희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을 거예요. 너무 재미있는 장면인데 제가 충분히 살리지 못해서 아쉽더라고요. 그 대사가 희도를 너무 잘 표현하는 대사라는 생각도 들고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mmm] 2022.03.31 alice09@newspim.com |
청춘들의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작품은 41세의 희도와 18살의 희도의 모습이 교차돼 나온다. 41세 희도 딸이, 어린 시절 희도의 다이어리를 보며 당시를 회상하는 구성이다. 그러다보니 희도의 남편과 백이진과 엔딩 여부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기도 했다.
"저도 결말을 바꿔달라고 이야기 한 적도 있어요(웃음). 너무 슬프더라고요. 드라마가 되게 만화처럼 시작을 하잖아요. 너무 예쁘고 판타지처럼 세상에 없을 것처럼 반짝거리는 순간이 많잖아요. 그러다 밀레니얼이 다가오면서 희도는 어른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요. 그 순간부터 우리 드라마가 현실로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분기점인 거죠. 현실의 엔딩은 판타지 만화의 엔딩을 따라갈 수 없으니, 현실의 엔딩은 이별의 기억이 되는 것 같아요(웃음)."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나희도의 모습에는 김태리의 발랄함과 유쾌함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나희도를 연상시키는 김태리의 대학시절 사진이 SNS상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작품을 하며 정말 버티는 것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버티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고, 쓰다듬을 받아야 하는 건지 느꼈어요. 저도 치열하게 스물다섯과 스물하나를 버텨냈거든요. 도망칠 수 없는 현실에서 내 자신을 상처내면서 견딜 수 없는 걸 내려놓으며 버텼는데, 그렇게 지나고 나니 내려놓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요즘 청춘들이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말하는데, 저는 그게 얼마나 위대한 건지 알아요.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해요. 버틴다는 것이 훨씬 더 위대하다는 걸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