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MB 이양때도 갈등 극심...여가부 존폐 등 논란 커
국정과제 선정도 갈등요인 먾아... 전선 축소 전략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정부조직개편을 새 정부 출범 이후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임기말 인사권 행사 등 정권이양기 신구권력 충돌의 핵심 뇌관 중 하나가 제거되는 모습이다. 6월1일 지방선거와 국회 일정 등을 볼 때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은 하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퇴임 정부의 문제점을 짚어 차별화를 꾀하고 새 정부의 국정기조를 명확히 하려는 의도에서 정부조직개편은 그동안 정권 인수위의 첫 관문으로 여겨졌다. 이 과정에서 신구권력은 크게 충돌했다.
지난 2008년 1월 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임기를 한달여 앞둔 노무현 대통령이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열어 정면 대응했다. 당시 인수위는 실용주의, 작은 정부를 주창하며 18부4처의 기존 조직을 13부 2처로 축소하는 개편안을 내놓은 상황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정부조직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라며 당위성을 주장한 뒤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1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2.04.05 photo@newspim.com |
현직 대통령이 관련 법안 처리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자 정국은 급냉했다. 결국 해양수산부를 폐지하는 대신 통일부와 여성가족부를 존치하는 내용으로 여야간 합의가 도출돼 이명박 정부 출범 4일전에야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에서도 여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폐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통상교섭본부의 외교부 이관 등 굵직한 조직개편안이 계속 거론돼 왔고 여권과 이해관계집단에서는 반발이 본격화되는 상황이었다.
인수위의 이번 결정에는 국회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여소야대 정국구도와 다가올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등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는 이 전대통령이 22.5% 포인트 차로 선거에서 압승하는 등 주변 정황이 유리했는데도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전례가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미루게 된 배경과 관련 "조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최근 국내외 경제 문제, 외교·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정부조직법 통과는 국회의 몫인데 그것이 확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인선을 하면 국정에 굉장한 공백이 생긴다"고 현실적 이유를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인수위는 오는 5월 3일까지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 역시 정부조직개편만큼 현 여권의 반발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 임대차 3법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 원전 정책, 에너지 산업 육성전략 등등 심한 논란이 예상되는 정책 아젠다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와 민생위기,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 북한 도발, 대 중국 관계 및 한미동맹 문제 등 국정 현안들도 과거 어느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반적인 정권이양 업무도 빠듯한 스케줄인데 짧은 시간에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해야 하는 대형과제가 더해져 새 정부의 입지가 정치적으로 좁아진 형국"이라며 "인수위는 국정과제 등 우선순위의 현안에 집중하고 대외 전선을 단순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정치권과 국민 여론이 민감할 수 있는 정부조직개편 등은 좀더 논의 절차를 밟는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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