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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먼저 VS 규제 완화 먼저...새 정부 부동산 정책 속도조절 '갑론을박'

기사입력 : 2022년04월22일 07:01

최종수정 : 2022년04월22일 07:01

집값 불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늦추고 그린벨트 풀어 공급 늘리자
그린벨트는 최후의 보루, 건폐율·용적률 조정해 도심 초역세권 개발하자

[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대선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자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책임지고 있는 인사들이 잇따라 정책 속도 조절을 언급하면서 여론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가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공급·세제·금융을 망라한 부동산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를 두고 여러 갈래의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가 우선이냐, 규제 완화가 먼저냐'가 논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주택 250만 호 공급, 대출 정책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시점을 이번 주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 이후로 연기했다. 인수위 측은 발표 연기의 이유로 "섣부른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과정에서 중복되거나 수정된 메시지가 전달돼 시장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이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2.04.19 hwang@newspim.com

◆재건축·재개발 속도 늦추고 그린벨트 풀어 공급 먼저 늘린다?

새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시그널에 서울 강남·서초구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자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일부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개발 기대 심리 효과만으로도 집값이 꿈틀대는 등 불안 조짐이 나타나는데 향후 실제 개발이 본격화되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동시 다발적 추진으로 대규모 이주가 시작되면 이주 지역 주변 일대의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고 덩달아 매매가격도 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 공급량을 늘리고 그 다음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서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전문가들도 규제 완화 속도 조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한꺼번에 진행되면 주변 지역 전셋집 찾기가 어려워진다"면서 "어차피 정비 사업으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을 기대하긴 힘든 만큼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재개발 속도 조절의 대안으로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과 같은 그린벤트 해제 후 공공주택 건설 방안도 거론 된다. 대규모 이주를 막으면서 주택을 값싸게 공급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서울 아파트 호가가 뛰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이 가중되자 인수위가 서울 강남·서초구 등지에 있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추가로 택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그린벨트 지역은 도심 내 휴식 공간이고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과도 같은 가치를 지닌다"면서 "그린벨트는 한 번 훼손하면 회복이 불가능한 만큼 웬만하면 그대로 두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연구위원도 "보존가치가 있는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서울시가 주거용 건축물에 일률적으로 적용했던 35층 높이 규제를 해제한다. 3일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주거용 건축물에 적용했던 35층 고도 제한을 폐지하고 개별 정비계획 심의 단계를 거쳐 지역 여건에 따라 층수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압구정·반포·잠실 등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활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용적률에는 변화가 없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2022.03.03 kimkim@newspim.com

◆도심 역세권 중심 고밀도 재개발이 공급확대 모범답안? 

주택 공급 확대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어느 것이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린벨트를 살리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초고층 주거타운 조성이다.

서진형 교수는 "외국에는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로 조성된 주거타운이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없지 않느냐"며 "건폐율을 낮추고 용적률을 높여 쾌적한 초고층 주거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서울 주거지에서도 초고층 아파트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서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35층 높이' 제한이 사라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최대 500%로 높이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은 공공분양주택으로 기부채납 받아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반값으로 분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후 서울 시내 도심 고밀주택개발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도심 세운상가 군락에 대해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현장'으로 간주하고 150미터 건물을 짓고 공공기여된 토지에 녹지를 짓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은 극대화할 수 있지만 과도한 고밀개발로 '닭장 아파트'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한 도시개발 전문가는 "용적률 500%는 기존 주거지역이 아닌 도심 초역세권 중심의 재개발 사업에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다"면서 "인구와 입지를 고려해 고밀개발하는 적정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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