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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재택근무의 맛

기사입력 : 2022년05월19일 06:49

최종수정 : 2022년05월19일 10:26

재택근무 맛 알아버린 직원들
기업은 근무체계 변화 고민 시작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기자들을 상대하느니 회사를 떼려치우겠다며 사직서를 들고오더라고요"

어느 대기업 홍보팀장이 말한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다.

[사진=김지나 기자]

홍보팀에 A직원이 있었다. A직원은 기자 대응 업무에 어려움을 느껴 다른 업무로 배치 받았는데, 다시 기자 대응 업무를 하게 되자 담당 팀장에게 사직서를 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기자들의 전화와 기자들과의 잦은 만남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홍보실에 지원 안하려고 해요. 홍보실은 술자리도 많고 워라밸을 지키기도 어렵다 보니 워라밸을 중시하는 직원들 입장에선 비선호 부서죠" 또 다른 대기업 홍보 직원의 토로다. 그 불똥은 언론사로 튀었다. 홍보실의 빈자리를 기자들이 전직해 채우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란 말은 젊은 기자들 사이에선 꼰대의 언어가 됐다. 예전 같으면 기자정신으로 '퉁'치며 업무시간 외 상사 지시를 받아들여야 하는 조직문화가 비일비재했다면, 요즘 젊은 기자들은 그 부당함에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기자든 일반 직장인이든 월급쟁이 사이에서 워라밸은 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딱 1달 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재택근무를 이어갔던 기업들은 각기 다른 방식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발 빠르게 일상을 회복한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도 되기 전부터 사무실 출근체제로 전환했다.

반면 근무체계 변화를 못 박은 곳도 있다. 1981년생을 대표로 선임하고 조직 변화를 노리고 있는 네이버는 젊은 직원들의 니즈를 수용해 주3일 출근과 완전재택 혼용 체계를 도입했다.

또 다수의 기업들은 그 중간 언저리쯤을 맴돌며 고민하고 있다. 이미 2년 넘는 시간 동안 재택근무를 이어가며 '재택근무의 맛'을 알아버린 직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떤 기업은 재택근무를 하는데 우리는 안 한다? 분명 직원들 간에 잡음이 생기겠죠. 직원들 사이에서도 재택근무에 대한 생각은 다를 테고요. 근무체계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점입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워라밸을 중시하는 월급쟁이들의 인식 속에 재택근무는 이미 하나의 복지로 자리매김했다. 기업들이 마주한 근무체계에 대한 혼돈의 시간은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abc1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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