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율규제 법제화 TF '킥 오프'
공정성 확보냐 갑질 무풍지대냐 논란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산업의 디지털화 속에서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경쟁적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민·관 자율규제 TF가 첫 발을 뗐다.
자율적으로 규제를 만들어 준수하다보니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다. 반면 플랫폼의 횡포 등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을 방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플랫폼 자율규제 법제화 TF '킥 오프'
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한 법제화 태스크포스(TF)가 출발선을 떠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관련 법제도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27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회의실에서 업계·전문가·관계부처와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TF' 발족회의를 열었다.
지난 6일 열린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에 따른 후속조치로, 주요 플랫폼 업계와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위원, 법률·행정 등 분야별 전문가, 연구기관 등의 참여 속에서 자율기구를 구성·운영하고 지원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제도화 논의에 착수한 것이다.
네이버 성남 본사 전경 [사진=네이버] |
법제도TF에 동참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당근마켓, 강남언니, 인터넷기업협회, 온라인쇼핑협회, 11번가, 지마켓, 무신사, 구글코리아, 메타(페이스북) 등 13곳이다.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각 분야별 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로 구성됐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공정성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것이 그대로 표출됐다.
이와 함께 법·행정 전문가 7명과 연구기관 및 전문가 3명도 법제도TF에 참여했다.
과기부는 법제도TF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한 뒤 관계부처와 함께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등을 거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최종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홍진배 과기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디지털 플랫폼의 부작용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플랫폼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자율기구의 구성·운영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논의 초기부터 업계·전문가·관계부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이 민관협력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디지털 시대 속 공정성 확보 vs 갑질 무풍지대 논란 예고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반기는 모습이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다소 해소하고 사업 모델의 확장성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문재인 정부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 공정거래위원회 주관으로 추진됐다. 이와 함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입법화가 추진됐다.
플랫폼 기업들은 국내 기업에 대한 이중 규제라며 그동안 앓는 소리를 했다. 실제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보니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쓴소리도 잇따라 나왔다.
이번 자율규제를 보더라도 윤석열 정부는 규제를 줄이고 민간영역에서의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시장 중심으로 기준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규제와 혁신을 조화롭게 고려한 플랫폼 시장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자율규제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 한 임원은 "국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너무나 많았다"며 "공정위와 방통위에서 상당부분 규제를 강화하다보니 국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고 자율규제를 통해서도 충분히 공정성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온라인플랫폼공정화를위한전국네트워크(온플넷)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온플법 무산? 자율규제 빌미로 불공정 키우는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2.06.07 krawjp@newspim.com |
그러나 문제는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 규제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한 소상공인은 "플랫폼들이 중개수수료를 터무니없이 올리거나 중개 알고리즘을 자사의 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하다보니 힘없는 소상공인만 피해가자 될 수 있다"며 "외국에서는 입법 규제가 강화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이를 완화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국내 온라인 플랫폼 분쟁 건수를 보더라도 최근 5년간 9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논란 속에서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법 제정 논의가 한창이며 미국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법 제정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자율규제 방안을 외치면서 오히려 온플법 폐기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플랫폼의 지배적 지위 남용 방지 및 시장경쟁 촉진을 위한 법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